무안 농산물 건강해지려면 땅부터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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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농산물 건강해지려면 땅부터 살려야!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0.05.18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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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전남서남부채소농협 배정섭 조합장
농민들, 화학비료 과다 사용하는 관행농법 개선해야
2020년산 마늘 가격전망 어둡고 양파는 모처럼 밝아

“2019년산 양파 부패율이 평균 20%를 넘었습니다. 농협에서 근무한 27년 동안 처음 경험해 본 가장 높은 부패율입니다. 농가별로는 적은 곳도 있지만 많게는 40~50%, 심한 곳은 거의 100% 썩은 곳도 있습니다. 화학비료 시비 등 관행재배농법을 고치지 않으면 무안 농산물의 미래는 없습니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 배정섭 조합장
전남서남부채소농협 배정섭 조합장

무안 최대 밭작물인 양파·마늘의 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두고 만난 전남서남부채소농협 배정섭(58) 조합장은 “수확을 많이 하려는 농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땅을 쉬어주지 않고 화학비료를 필요이상 많이 사용해 땅이 병들어 무안 농산물의 상품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농민들이 재배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조합장은 “화학비료를 덜 쓰고 미생물로 대체하면 생산량은 떨어지지 않고 저장성은 향상될 수 있다”면서 “농민들에게 농협 자체적으로 미생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농산물가격 하락으로 농협 경영이 어렵다보니 땅 살리기에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배 조합장은 “정부, 지자체, 농협이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섭 조합장은 “농협에서 부패율, 시비법 등 조합원들의 출하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대놓고 지적할 수 없는 입장이라 답답함도 있다”면서 “저장성이 좋은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에겐 인센티브를, 반대의 농민에겐 패널티를 주는 방법으로 관행재배농법을 개선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늘 가격전망 어두워…2차 생장피해 심각

올해 마늘 가격전망은 어둡다. 배 조합장에 따르면 지난해 과잉 생산된 마늘이 올해로 많이 넘어왔고 올 생산량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실상 마늘가격이 폭락했다. 포전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황에 3.3㎡(1평)당 5,000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이 아주 가끔 들려온다. 농협 계약재배가격이 9,340원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반값이다. 생산비도 못 건진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는 겨울 이상기온으로 인해 2차 생장 현상이 많이 발생해 농민들의 피해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2차 생장 현상이란 8쪽 정도로 분화된 마늘쪽에서 대가 또다시 자라는 현상으로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최하품 취급을 받기 때문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 고흥, 무안, 함평 등 남도종 마늘을 심는 전남권에서 많게는 30~4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마늘 2차 생장피해는 재해보험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인정 되더라도 무게, 즉 생산량 기준인 보험금 산정방식 때문에 보험금을 받기도 어렵다. 2차 생장피해는 생산량이 줄기보다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피해이기 때문이다.

농업관측 기관에 다르면 올해 마늘 예상생산량은 35만톤으로 적정량보다 4만5천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농협은 폐기, 수매 등을 통해 약 4만톤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하고 대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 가격이 오르기 힘들다는 게 유통업계 분석이다.

배정섭 조합장은 “정부, 지자체, 농협에서 올해 과잉된 4만5천톤 중 4만톤을 폐기 또는 격리하기로 했지만 시장가격이 오르긴 어렵다”면서 “유통업계에선 그래도 많다는 생각을 하는 등 분위기가 워낙 나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파, 생산량 VS 소비량 맞아떨어질 듯

양파는 올해 생산량과 소비량이 맞아떨어지는 가장 바람직한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선 2020년산 양파 재배면적이 전년에 비해 32.6%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04년 이후 가장 적은 재배면적이다. 통계청 발표를 불신하는 시각도 있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측조사에서도 18%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배면적이 크게 감소했고 유통업계에선 2019년에서 올해로 넘어온 저장물량이 적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양파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 기상상황이 좋아 생산량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평당 35~40kg을 생산하는 포장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배면적은 크게 감소한 반면 생산량이 많이 늘어나면서 서로 균형이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큰 구와 작은 구의 가격이 역전됐는데 도매시장에서 큰 구는 kg당 750원, 작은 구는 1,500원까지 거래된다. 예년엔 식당이나 대형매장에서 사용하는 큰 구가 더 비쌌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가정 소비가 늘면서 작은 구가 더 비싸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배정섭 조합장은 “올해 농협별 계약재배가격이 20kg 당 9천원에서 1만원인데 수매가격은 이보다 조금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익이 나면 사후정산이나 환원하는 방식으로 농민들에게 돌려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1994년 설립된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목포시, 무안군, 함평군, 신안군, 해남군, 영광군, 영암군을 관할하는 품목별 전문농협으로 주로 양파·마늘에 무·배추·양배추·고구마를 유통하고 있다. 지난해 양파 6만1,978톤에 325억원, 마늘 6,658톤에 202억원, 기타 3만7,733톤에 41억원 등 10만6,369톤의 농산물을 유통해 568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농산물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다면 800~900억원에 해당하는 유통량이다.

배정섭 조합장은 27년 전 서남부채소농협 직원으로 근무를 시작해 전무까지 승진했다가 퇴사하고 2018년 3월 13일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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