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순환농법과 미국의 ‘치킨트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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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순환농법과 미국의 ‘치킨트랙터’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0.06.0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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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치킨트랙터는 우리말로 하면 이동식 닭장이다. 치킨트랙터가 한국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초반기 미국농부 조엘 셀러틴을 통해서였다. 조엘은 초원에서 닭을 기르는데 매일 풀밭을 이동하면서 닭들이 풀을 먹고 자랄 수 있도록 이동식 닭장을 만들었다.

산란계의 경우 소 방목지를 따라서 이동하면서 소똥에서 발생한 구더기를 닭들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소가 풀을 먹고 누운 똥에서 이틀 후면 구더기가 발생한다. 구더기와 풀은 닭들에게 좋은 사료가 된다. 소가 풀을 먹고 싼 똥은 초지의 퇴비와 함께 닭에게 이차자원으로 된다. 육계의 경우는 산란계 치킨트랙터와 비교해서 낮고 작은데 한쪽에 바퀴를 달아 매일 똑같은 면적의 초지를 이동하면서 사료와 동시에 풀을 먹고 자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 미국에서는 조엘을 통해서 닭 사육을 배운 수많은 농부들이 각기 실정에 맞는 창의적인 치킨트랙터를 만들어 풀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 닭고기 육가공업체들 또한 대규모 치킨트랙터를 만들어 초지를 이동하면서 닭을 키우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미국의 양계산업은 획일화를 넘어 다양성이 보장된다. 무엇보다 조엘의 풀 먹인 닭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와 함께 지지가 소비로 이어지면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다. 대안적인 농업을 창조해도 소비로 지지되지 못한다면 자연스럽게 쇠퇴하기 마련이다.

치킨트랙터
치킨트랙터

닭에게 풀을 먹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와 효과가 있을까?

또 한국사회에서 잃어버린 풀 먹인 토종닭을 어찌 다시 복원할 수 있을까?

닭들이 이동하면서 풀을 먹는 양계사육의 장점은 사료비 절감, 노동력 감소, 경축순환을 통한 가축분변의 자원화, 육질 개선과 바른 먹거리 생산 등이다.

닭은 초원을 이동하면서 풀과 흙속의 작은 동식물을 먹게 된다. 자연스럽게 사료비는 절감되고 닭은 건강하게 된다. 밀집사육에서 나타나는 면역력 결핍 현상이 사라지고 건강한 닭이 된다. 치킨트랙터를 통해 초원을 이동하는 것은 우리에 가두어 풀을 베어다 주는 방식보다 노동력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닭들이 싼 분변은 토양에 좋은 거름이 되고 다시 양질의 풀 생산 밑거름이 된다. 공장식 밀집사육에서 최대 문제인 분료처리 문제가 순환을 통해 완벽하게 해결된다. 풀을 먹은 닭고기와 계란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맛이 좋다. 고기의 육질이 향상되어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한국축산업 중 양계산업의 문제는 고밀집 사육에 있다. 고밀집 사육은 당연히 사료는 자급할 수 없는 구조가 되며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으로부터 매우 취약하다. 여기에 곡물위주 사료섭취로 육질 또한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국 축산법은 밀집사육방식만을 허용한다. 몇 해 전 조류독감이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앞장서서 소규모 방목사육농장들을 정리해 버렸다.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이며 잘못된 축산정책을 덮기 위한 꼼수였다. 잘못된 획일적 양계 정책으로 인해 소농은 퇴출되고 양계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대기업 육가공식품회사의 하청노동자로 전략했다.

21대 국회가 해야 할 일중 하나는 축산정책을 개혁해 가는 것이다. 말로만 친환경축산이네 동물복지네 하지 말고 다양성의 길이라도 열어주길 바란다. 기업의 이익에만 충실하지 않는다면 소규모 풀 먹인 양계산업이 한국에서도 싹을 튀울 수 있다. 10만수 키우는 하청농장을 바꾸어 천수 키우는 자급농장 100개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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