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조건 없는 민간공항 이전 약속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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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조건 없는 민간공항 이전 약속 ‘뒤집기’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0.09.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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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론악화에 시민 숙의·여론조사 등 공론화로 결정
“여론조사는 곧 안 보낸다는 얘기” 명분 만들기 불과
이용섭 “여론 봐서 결정”…뜬금없는 시·도 행정통합 발언
무안주민들, 군공항과 국내선 모두 안 받겠다 선언해야

광주 민간공항(국내선)을 조건 없이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겠다던 이용섭 광주시장의 약속이 뒤집히고 있다.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가 민간공항과 군공항 이전은 함께 진행될 사업으로 규정하고 시민 뜻을 파악해 결정한다는데 입장을 모으자 이용섭 시장도 신중모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광주시의 입장은 국가사무인 민간공항 이전과 하등의 상관없는 군공항 이전을 혼용한 억지주장이어서 전남권의 반발만 더 커질 전망이다.

전투기

◆광주시, 민간공항은 군공항 이전과 함께 진행해야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 도시재생분과위원회는 지난 10일 시청에서 회의를 갖고 ‘민간공항 이전 재검토’ 시민 제안을 전원위원회 회의를 통해 실행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분과위원회는 이날 민간공항은 군공항 이전과 함께 진행해야 할 사업으로 시민들의 뜻을 모은 숙의와 여론조사 등 공론화를 통해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모았다.

앞서 지난 2일 ‘바로소통 광주’ 플랫폼에는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이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안됐다.

이 제안은 3일 만에 50명의 시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어 공식 토론방에 상정됐으며, 토론방에서도 4일 만에 160여 명이 참여하는 등 관심을 받고 있다.

광주시는 시민과 행정의 양방향 소통을 원활히 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시 홈페이지에 바로소통 광주 플랫폼을 구축했다.

바로소통 광주는 제안→공감(50명)→토론(100명)→검토→실행방안→정책화 등 6단계의 절차를 거쳐 진행한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용섭 광주시장은 “아무런 조건 없이 광주공항의 민간공항 기능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군공항과 관계없이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내심엔 파격적인 제안으로 환심을 사 군공항 이전의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꼼수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던 이 시장이 군공항 이전의 물꼬가 트이지 않자 슬그머니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수 시민들의 생각과 국방부·전남도의 자세 등을 종합해 때가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시민 여론조사는 곧 민간공항 안 보낸다는 얘기

시민 숙의나 여론조사로 실행방안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곧 민간공항을 무안으로 보내지 않기 위한 명분 만들기로 해석돼 전남권의 반발이 크다.

광주시가 꾸준히 군공항과 민간공항 패키지 이전 여론전을 펼치면서 광주 내에선 군공항 이전 없이 민간공항을 이전하는 것은 큰 실수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무안국제공항
무안국제공항

◆13년 전에 보냈어야 할 민간공항 두고 ‘광주시 몽니’

하지만 광주 민간공항은 이미 13년 전 무안국제공항이 개항할 때 무안으로 이전했어야 했다. 이런 점에서 광주시가 민간공항 이전을 미루고 군공항과 결부짓는 것은 큰 행정적 혼선이자 몽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무안국제공항은 2007년 건교부의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의해 목포공항과 광주공항을 대체해 국내선 간선과 중‧단거리 국제선 기능을 수행해 호남권 거점 공항 역할을 하도록 계획돼 건설됐다.

2007년 11월 무안공항 개항과 함께 광주공항과 목포공항의 모든 기능은 무안공항으로 통합한다는 게 정부와 해당 지자체의 확약이었다.

하지만 합의는 쉽게 깨졌다. 무안공항 개항을 앞두고 광주경총과 광주시관광협회 등은 광주공항의 기능 이전을 강력히 반대했다.

결국 건교부가 중재에 나서 ‘광주공항 국제선 이전, 국내선 존치’로 결론이 났다. 이렇게 결론을 유도한 장본인이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이던 이용섭 현 광주시장이다.

광주는 한술 더 떠 2009년 광주지역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국제선 재유치 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정면으로 국가 계획에 맞섰고 광주와 전남의 갈등은 고조됐다.

급기야 2014년 호남선KTX 개통에 맞춰 광주공항 국내선 기능을 무안공항으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던 광주시의 약속도 헌신짝 버리듯 해 양 시도의 ‘상생’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군공항과 민간공항 이전 결부시키지 말라!

군공항·민간공항 이전문제가 갈수록 복잡하게 얽히고 있지만 전남지역에선 명백한 별개의 업무라며 결부시키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안국제공항과 광주민간공항의 이전·통합문제는 국가 정책으로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광주시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광주 군공항은 광주시의 일방적인 추진으로 전남도와 마찰을 빚고 있다.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는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시행으로 본격 논의됐다. 2014년 광주시는 전남도와 어떠한 사전협의 없이 ‘광주 군 공항 이전 건의서’를 국방부에 일방적으로 제출했다. 2016년에는 ‘광주 군 공항 이전 적정지역 조사․분석 용역’을 통해 독단적으로 이전 후보지를 전남의 4곳으로 압축해 선정하는 등 행정절차의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나광국 도의원은 “민간공항을 보내지 않으려는 것, 군공항을 보내려 하는 것 모두 광주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군공항 이전 문제를 빌미로 이미 오래전 결론 난 민간공항 이전을 다시 들춰내는 것은 양 시·도민 간 감정싸움만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다.

무안지역사회 일부에선 광주시가 끝까지 군공항을 보내기 위해 몽니를 부린다면 국내선도 받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KTX가 완전 개통되면 광주공항은 이용객이 줄어 제주행 하나만 있는 애물단지 공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안군민 최모 씨는 “무안국제공항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이용객 100만명을 눈앞에 뒀던바,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고 KTX 무안국제공항역이 생기면 자체적인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군공항 때문에 광주시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할바엔 무안지역사회에서 군공항과 국내선 모두 받지 말자는 선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 광주전남 상생별전위원회. 김영록 도지사(외쪽)과 이용섭 광주시장(오른쪽)
2019년 11월 광주전남 상생별전위원회. 김영록 도지사(외쪽)과 이용섭 광주시장(오른쪽)

◆이용섭, 쌩둥맞은 시·도 행정통합 발언…김영록은 맞장구!

군공항과 민간공항 이전을 두고 전남도와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이용섭 시장이 뜬금없이 시·도 행정통합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6일 광주시의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서 광주전남의 행정 통합 얘기를 불쑥 꺼냈다.

이 시장은 “따로 가면 완결성도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매 사안마다 각자도생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면 공멸뿐”이라면서 “해결책으로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을 합쳐 한 명의 단체장을 뽑자는 것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부산과 울산, 경남을 합쳐 ‘메가시티’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대구와 경북도 ‘대구·경북 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있는 점을 부연했다.

전남도도 느닷없이 통합에 찬성한다는 입장문을 대변인을 통해 11일 발표했다. 광주·전남은 ‘한뿌리’라며 “양 시도 통합은 지속적으로 감소 중인 인구문제와 지방소멸 위기, 낙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의견수렴도 없는 광주시와 전남도의 발표에 주민들은 “쌩뚱맞다”는 반응이다. “시도를 합치면 줄던 인구가 갑자기 늘고 없던 경쟁력이 생기냐”고 되묻고 있다.

임흥빈 전 도의원(신안)은 “좋은 정책과 선진행정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매진해야할 엄중한 시기에 쌩뚱맞은 통합 논의에 나서는 건 소가 웃을 일”이라면서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통합인지 실체부터 밝히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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