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태풍·최장 장마 등 스트레스로 인한 불시개화 추정
남도 무안의 가을하늘 아래 봄꽃이 활짝 펴 이목을 끌고 있다. 일년에 두 번 보는 봄꽃이 마냥 신기하지만 병들어가는 지구가 보내는 이상신호는 아닐는지 걱정스런 시각도 많다.
9월 28일 몽탄면 사천2리 우적동 마을에 벚꽃이 활짝 폈다. 봄의 상징인 벚꽃이 때 아닌 가을에 피면서 주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가정집 벚나무에서부터 사천저수지 가로수까지 여러 그루에 벚꽃이 피었다.
간혹 가을에 벚꽃이 낱개로 피는 경우는 있지만 올해처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같은 날 사천저수지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산정원(주식회사 캠프밸리)에서 꾸며놓은 ‘영인효원’이라는 공원에 분홍색 ‘애기사과꽃’이 만개했다. 신기하게도 봄에 맺은 열매와 가을에 핀 꽃을 한 나무에서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꽃이 지면 열매가 맺고, 열매가 지면 꽃이 피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모습이다.
연징산 정상 부근엔 때 아닌 철쭉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9월 26일 등산객의 카메라에 담긴 철쭉은 수줍게 봉우리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봄을 상징하는 꽃들이 가을에 고개를 내밀어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있지만 일년에 두 번 피는 꽃을 보는 시선엔 걱정이 가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상기후로 생존을 위협받게 된 나무가 종족 보존을 위해 에너지를 번식에 쏟아 꽃을 피우는 ‘불시개화(不時開花)’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는 외부 자극이 식물들의 생리현상에 영향을 미쳐 이상생육을 유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여름 우기(雨期)로 일컬어질 만큼 50일이 넘는 최장 장마에 한반도를 연이어 강타한 바비·마이삭·하이선 세 차례의 가을 태풍이 주요 위협(스트레스) 요인으로 추정된다. 생물학적으로 나무의 잎이 보통 꽃봉오리가 자라는 것을 막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최근 긴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잎이 물들기도 전에 떨어진 영향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실제 잎이 심하게 떨어진 나무에서 꽃이 주로 피고 있었다.
무안군 관계자는 “‘춘추화’로 불리는 봄과 가을 두 번 꽃피는 벚나무가 있다. 사진 속 벚꽃은 춘추화로 보인다”면서 “여름 이상기후가 있었던 만큼 나무의 생육에 문제는 없는지 더 주의 깊게 가로수들을 살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