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호 칼럼]가을조선호박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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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칼럼]가을조선호박 사용설명서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0.10.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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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유난히 특별했던 긴 장마 뒤 가을이 깊어간다. 전라도말로 뒷날이 좋아 참으로 다행이다. 수확량이 급감하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뒷날이 좋아 벼 수확을 비롯한 가을농사가 한참이다.

식량주권을 회복하는데 있어서 우리 먹거리의 우수성을 체계적으로 살피고 알리는 밥상교육은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 우리가 식량주권을 논할 때 쌀을 중심에 두는 것은 밥이라고 하는 식량전반의 중심에 쌀을 두기 때문이었다. 이제 쌀을 포괄하여 밥이라고 하는 식량전체에 관란 포괄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쌀 뿐만 아니라 반찬거리 전반도 식량주권에 관한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다.

가을 제철 반찬거리로 조선호박을 추천한다.

조선호박을 늙은 호박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선호박은 늙은 호박과 애호박으로 나눌 수 있다. 사시사철 마트에 가면 비닐 포장된 애호박이 나오지만 햇빛을 충분히 받은 가을 조선호박 애호박은 그 맛이 특별하다. 또한 가을 조선호박 애호박은 쓰임새 또한 아주 다양하다.

먼저 가을 조선호박 애호박을 넣어 갈치를 조림하면 그 궁합이 천하일색이다. 달큼한 호박맛과 담백한 갈치의 궁합은 10월을 대표하는 전라도 제철음식중 하나다. 올해는 많은 비덕분인지 모든 바다생선이 풍년이며 맛이 매우 좋고 값 또한 저렴하다. 목포먹갈치에 조선애호박을 넣고 얼큰하게 지지면 그 어떤 사대진미가 부럽지 않다.

다음으로 전라도를 대표하는 가을 조선호박 애호박 찌개다. 요즘에는 사시사철 애호박 찌개를 식당에서 찾을 수 있지만 애호박 찌개가 제 맛이 나는 계절은 가을이다.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적당히 여문 애호박에다 돼지고기 앞다리 살을 넣고 애호박찌개를 끓이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환상적인 맛이 난다. 특히 정은농원 흑돼지고기와 애호박의 궁합은 천하일품이라 할 수 있다. 정은농원 자급축산 흑돼지고기가 제 맛이 나는 계절이 또한 가을이다. 정은농원 흑돼지고기 애호박찌개를 먹어보면 그 옛날 조상들의 먹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달큼한 호박과 고소한 비계의 궁합은 이 가을에 딱 맞는다.

이맘때 조선호박 호박잎은 그 어는 쌈채소와 비교되지 않는다. 여린 조선호박잎을 살짝 데쳐서 조선간장에 쌈싸 먹으면 입맛을 돋운다. 호박잎과 어린 호박을 으깨어 대바구니에 치대고 가을 붉은 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함께 된장국을 끓이면 환자들의 식욕도 돌아온다. 여기에다 가을 살 오른 미꾸라지를 넣으면 추어탕이 된다. 미꾸라지와 호박잎의 특별한 궁합은 전라도를 대표하는 가을 제철음식중 하나다.

가을 조선호박은 추운 겨울을 대비하는 자연의 보약음식이다. 누가 호박을 못생겼다 할 수 있으랴? 가을 제철음식으로 조선호박을 찾는 것은 목포먹갈치와 돼지고기, 미꾸라지라는 우리 식량자원의 사용설명서이기도 하다.

우리가 패스트푸드를 물리치고 농업을 살리려면 우리 먹거리 자원의 우수함을 체계적으로 익히고 널리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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