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수입양파 상장 막아낸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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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수입양파 상장 막아낸 ‘일등공신’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0.11.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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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의무자조금 초대 회장 노은준 무안농협 조합장
노지채소 첫 의무자조금 출범 의의…생산·출하·유통·수입 농민이 직접 관여
올해 무안양파 저장성 나쁘지 않아…‘땅 살리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우여곡절 끝에 양파의무자조금이 노지채소 중에서 처음으로 출범했습니다. 5만명 회원이 참여해 양파의 생산, 출하, 수입, 유통, 홍보 등에 직접 관여할 수 있게 됐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농민과 농협이 조화를 이뤄 꼭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양파의무자조금단체인 한국양파산업연합회 초대 회장인 노은준 무안농협 조합장
양파의무자조금단체인 한국양파산업연합회 초대 회장인 노은준 무안농협 조합장

10월 14일 양파 의무자조금단체인 한국양파산업연합회 초대 회장에 선출된 노은준 무안농협 조합장은 “생산 농가가 직접 자조금을 조성함으로써 정부의 파트너가 돼 여러 가지 정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양파의무자조금 출범을 평가했다.

노 조합장은 “의무자조금이 출범함으로써 농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 등 양파 산업에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은준 조합장 등 양파의무자조금 관계자들은 올해 큰 성과를 만들었다. 가락시장에 수입양파가 상장되려 하자 실력을 행사해 이를 저지해 낸 것.

올 8월 가락시장 모청과에서 수입양파를 상장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노 조합장은 해당 청과회사에서 수입양파를 유통시킬 경우 무안양파를 출하하지 않겠다며 자조금 회원들과 함께 으름장을 놨다.

무안양파법인에서 출하하는 양파가 가락시장 최고가격을 찍고 있는 상황에 무안양파를 수급하지 못하면 청과회사도 큰 타격이라 수입산 유통을 결국 포기했다. 수입양파 상장을 막아낸 효과는 국내산 양파 가격상승으로 이어졌다. 수입 양파는 현재도 가락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노은준 조합장은 “10~13%에 그치고 있는 농협 계약재배 물량을 30%까지 확대하면 시장 교섭력도 높아져 여러 가지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조합장은 수입양파의 유통경로에 대해 더 구체적인 자료를 모으고 있다. 망당 20kg이어야 할 수입양파가 22.7kg이 담겨 수입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관세청에 이를 바로 잡도록 항의했다. 무게 초과로 10%가량 더 많은 양파가 수입됨에 따라 관세 탈루와 수입 과잉현상으로 국내 양파가격 하락 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 양파 수입관세(135%)의 기준이 되는 국내 양파가격 산정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기준가격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수입 양파에 부과되는 관세 금액이 달라진다.

노 조합장은 “누군가 보고 있다.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양파의무자조금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9월 17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열린 '농협·홈앤쇼핑 우리농산물 소비촉진 상생마케팅' 행사
9월 17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열린 '농협·홈앤쇼핑 우리농산물 소비촉진 상생마케팅' 행사(노은준 조합장 오른쪽에서 세번째)

노 조합장은 수확기 양파가격 안정정책에 있어서 무안양파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확기인 6~9월 가락시장에서 유통되는 양파의 70~80%가 무안양파이기 때문에 무안양파 가격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수급정책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무안양파는 색과 구 모양이 예쁘고 맛과 향이 좋아 인기가 좋다. 다만 연작피해로 인해 저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조합장은 연작피해를 극복하는 핵심 포인트는 땅심 올리는 것, 즉 토양개량사업으로 보고있다. 이는 개인이나 일개 농협이 하기 어려운 일로 밭기반 정비와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사업이다.

농협과 지자체 협력사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올해 60일 가까운 장마로 양파 끝물에 무름병이 와서 저장에 대한 고민이 컸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좋았다. 노 조합장은 무안군이 지원해 준 큐어링(수확 후 병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상처부위를 미리 치료하는 작업) 시설 덕분이라고 말했다. 저장과 출하시 큐어링 처리를 함으로써 부패율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10월 현재 금년산 무안양파 부패율은 10%를 넘지 않고 있다. 반면 경상도나 전라북도 등 타지역 양파는 20~30%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노 조합장은 “구를 크게 하려다 보니 타지역도 연작피해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땅심을 높이고 큐어링 처리를 하면 무안양파의 경쟁력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농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비싼 값에 농산물을 팔아주는 것이 농민 소득을 높이는 길이자 농협의 역할”이라는 노은준 조합장은 “양파 농민들은 수확할 때 제값을 받아야지 손을 떠나면 소득을 찾을 길이 없다. 과잉생산 되었을 때 초반 수급조절이 중요한 이유”라면서 “정부와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무안농협은 올해 계약재배 농가에게 양파 망값 지원 7,600만원, 비닐 지원 4,200만원, 영양제 9,100만원, 종자보조금 1,900만원, 트레이 이식비 2,100만원 등 약 2억5천만원을 각종 자재로 지원했다. 또 양파와 마늘에 대해서는 환원도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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