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상습폭행에 무너진 레슬링 ‘유망주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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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상습폭행에 무너진 레슬링 ‘유망주의 꿈’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0.11.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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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모 중학교 레슬링부 학생들 시도 때도 없이 폭행 시달려
트라우마에 선수생활 중단…학부모 신고에도 학교 측은 ‘쉬쉬’

함평의 한 중학교가 운동부 코치의 지도학생에 대한 상습폭행을 신고 받고도 쉬쉬해 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유망주였던 한 학생은 폭행 ‘트라우마’로 인해 운동을 포기할 상황에 처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구타로 멍이 든 몸과 뼈이식 수술을 받은 발. 사진: 학부모 제공
구타로 멍이 든 몸과 뼈이식 수술을 받은 발. 사진: 학부모 제공

함평 모 중학교 레슬링부 코치는 상습적인 구타와 함께 밥을 굶기면서 운동을 시켰고, 지난해에는 한 학생이 얼차려 과정에서 발등이 부러져 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이민준 의원(나주1)은 11월 9일 함평교육지원청 행정사무감사에서 “함평 모중학교 운동부 A코치가 3년 동안 학생을 지도하면서 상습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학부모의 신고를 받은 학교 측은 3주가 넘는 기간 동안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는 등 대책 마련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과 피해 학부모에 따르면 해당 학생은 입학 3개월 후부터 A 코치로부터 심한 욕설과 함께 체벌에 시달렸다. 시도 때도 없는 폭행으로 온 몸에 멍 자국이 가실 날이 없었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운동하는 과정에서 다칠 수도 있다. 절대 폭행은 없다”는 말만 학부모에게 할 뿐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발등까지 골절돼 수술을 받을 처지가 됐다. 소년체전을 준비하던 중 기술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저녁밥도 굶어 가면서 쪼그려 뛰기 얼차려를 받다가 발등에 심한 통증을 느껴 쓰러진 뒤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폭력이었다. 근력운동에 사용하는 고무튜브를 채찍삼아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진단 결과 학생의 발등은 골절된 상태였다. 하지만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코치의 압력에 골절된 발로 소년체전까지 뛰어야 했다.

뺨을 수십차례 맞는 건 기본이었고 주먹으로 턱을 가격당하거나 T볼 배트로 머리를 맞고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맞아 피명이 드는 등 갖은 구타와 저녁밥 굶기기는 일상이었다. 이 학생은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걸려 치료를 받아야 했다.

훈련과정에서 폭력은 여러 학생에게 이뤄졌고, 골절 등의 부상을 당한 학생도 자신의 아이 뿐만 아니라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피해 학생의 부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지난 9월 말쯤 학교 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난 10월 21일 학교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학교 측은 교육청이나 상급기관에 알리지 않고 아동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 측에선 신고 날짜를 9월이 아닌 10월 23일로 변경해 달라는 요구까지 했다고 학부모는 밝혔다.

피해 학부모는 “아이가 부상과 폭행에 대한 트라우마로 운동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운동선수 폭행 관행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면서 “모든 책임은 학교와 코치가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준 의원은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해 폭력 없는 운동부를 만드는데 솔선수범하자고 했던 교육지원청과 도교육청이 한 달이 지나는 기간 동안 경위 파악이나 학생들을 위한 수습 조치도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에 대해 전수 조사, 교육지원청과 교육청의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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