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호 칼럼]쌀은 주식(主食)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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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칼럼]쌀은 주식(主食)인가?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0.11.17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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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전례 없는 흉작 속에 쌀값이 많이 올랐다. 수확량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안타까운 일은 해가 갈수록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1인당 연간 소비량이 60kg을 저점으로 더 이상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객관적 근거는 없다. 1990년대 초 국민1인당 쌀 소비량이 130kg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쌀 소비량은 반 토막이 났다. 국민들이 쌀 대신 다른 무엇을 먹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초 우리 국민의 주식은 분명이 쌀 이였으며 쌀은 민족의 생명줄이었다. 그러나 지금 쌀을 우리 국민의 주식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급감한 소비량은 물론이며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 또한 매우 낮아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돼지고기가 이미 경제적 규모에서 쌀을 넘어섰다고 발표되었다. 단순하게 경제적 규모로만 따진다면 돼지고기는 우리 국민의 주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 셈법이고 식량자급률이 20%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곡물을 먹고 자라는 돼지고기 소비량이 이렇게 늘어난 본질적 문제 즉 사료의 문제를 바로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돼지먹이는 거의 99% 배합사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배합사료는 수입을 통해 충당되고 배합사료의 주성분은 GMO 옥수수다. 한국의 GMO 곡물 수입량은 1200만 톤이며 이중 800만 톤이 가축사료용이다. 가축사료용 GMO 곡물중 대다수는 옥수수다. 한국의 쌀 생산량이 350만 톤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주식은 GMO 옥수수다.

미국에서 처음 GMO라는 유전자조작 괴생명체가 만들어진 것이 1994년이다. 1994년은 역사에서 쌀 수입을 막기 위해 전국적인 투쟁이 극렬하게 전개된 한해였다. 우리 농민과 노동자, 청년학생 양심적 지식인들이 쌀 수입을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그해가 1994년이다. 역사의 아이러니인지 필연인지는 밝힐 수 없으나 전 국민이 김영삼 정권에 맞서 민족의 생명줄 쌀을 지키기 위해 몸살을 앓던 그해 GMO가 조작되었고 괴생명체는 26년 후 완벽한 한국의 주식으로 자리 잡는다. 우리가 민족의 생명줄인 쌀만큼은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그 과정에서 주식의 자리는 완전히 바뀌었다.

돌아보면 쌀은 지켰지만 국민의 주식을 빼앗긴 농업의 슬픈 역사다. 쌀을 지키기 위한 방어선에서 나머지 먹거리는 다 포기해야 했으며 우리가 포기한 나머지 먹거리가 우리의 새로운 주식이 된 것이다. 투쟁의 역사가 옳고 그른 일인지는 차후 문제이며 지금 당장 농업농민문제에서 쌀만큼은 지켜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향후 무엇을 중심으로 먹거리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은 대단히 크다.

먹거리에서 가장 경제적 비중이 큰 GMO의 산물 즉 축산업은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 외세의존의 정형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사료자급화 또는 사료국산화를 논하는 것은 비이성적 논리 또는 비현실적 논리로 치부되는 단계에 왔다. 소비자인 국민은 주식중 하나로 GMO의 완벽한 산물 팝콘치킨을 말한다. 국민 그 누구에게 물어도 쌀 보다 높은 가치로 여기는 것이 팝콘치킨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 국민은 쌀보다 팝콘치킨을 더 사랑한다.

지금 우리가 주식문제를 바로 이해해야 하는 것은 먹거리문제를 다시 정립하기 위함이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쌀 주식론에 매몰되면 국민의 먹거리 체계는 더욱 왜곡되고 자기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식량주권을 지키는 것은 쌀만을 지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쌀을 넘어서 국민의 진정한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농업은 재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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