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호 칼럼] 조류독감과 소규모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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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칼럼] 조류독감과 소규모양계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0.12.16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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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겨울철 단골손님 조류독감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수십만 마리의 닭오리들이 살 처분되고 있다. 몇 해 동안 잠잠하던 조류독감이 전국적으로 급속도로 확산중이다. 박근혜 정권 집권 당시 조류독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소규모양계농가의 닭오리들을 강제수매 또는 자가 처리를 유도해 닭·오리의 씨를 말렸던 쓰라린 기억이 다시금 떠오른다.

조류독감이 확산되자 방역당국은 또 다시 소규모양계 농가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소규모 양계 사육농가들을 찾아내어 방목사육을 금지시키거나 이중철망을 칠 것을 행정명령하고 있다. 방역당국의 논리대로라면 소규모양계 농가의 닭오리는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그놈의 철새타령이 있다. 철새 도래지에 가서 철새의 분변을 검사해 바이러스 검출여부를 조사해서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철새에 의해서 대규모 밀집사육농장으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감염되고 있다고 거의 단정을 짓고 이에 맞추어 방역체계를 추진한다.

철새타령에서 우선 고민되어야 할 점은 철새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공존공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새가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늘 자연적으로 공존하고 있으며 철새는 이것에 잘 적응하고 있다. 수십만 마리의 철새 중 극히 일부 몇 마리가 죽었는데 이들의 사체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이유로 철새가 조류독감 발생 원인으로 규정해 버린다. 그러나 철새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집단면역체계를 갖추고 있다. 방역당국 논리의 허점은 조류독감으로 철새들은 전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규모 밀집사육농장에 어떻게 철새가 바이러스를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완전 무창축사에다 몇 단계의 빈틈없는 방역체계를 갖춘 농장에 철새가 바이러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신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공기전파 가능성은 입증된바 없다.

소규모 양계농가에서 사육중인 가금류에서 대규모 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전달된다는 과정 또한 거의 허무맹랑한 소설에 가깝다. 대부분 소규모 가금농장들은 축산물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사육중이고 판매목적이 아니며 설령 판매를 한다하여도 대규모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과 만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소규모양계 농장주가 의도를 갖고 대규모농장에 전파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정이다.

조류독감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을 철새와 소규모 농장 탓으로 몰아붙이는 억지 주장은 과학적 해명이 필요하다. 추측과 가정만으로 사육을 막는 것은 기본권 침해여지가 있다.

또한 한국의 대규모 밀집사육 농가들의 열악한 사육환경 개선문제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끊임없이 주장되어 왔지만 한 번도 이 문제에 책임성 있게 대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미국 보다 축산 선진화를 실현중인 유렵은 동물복지축산을 비롯한 유기축산을 대대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대규모밀집사육 보다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축산을 장려하고 이에 맞게 축산 법률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한국이 지금 가축 전염병만 발생하게 되면 소규모농가를 공격하는 것은 소규모 생태축산을 제도적 지원하기 위한 관계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축산 관계 법률은 대규모밀집사육만을 가정하여 만들어지다 보니 지금과 같은 소모적 논쟁이 지속된다. 우리 선조들은 집집마다 소규모 양계를 수천 년 동안 이어왔다. 대규모밀집사육의 역사가 채 30년도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길 바란다. 그린뉴딜을 외치고 친환경농업을 장려하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농정이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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