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호의 ‘길 따라 물 따라’-(1)] 우적동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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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의 ‘길 따라 물 따라’-(1)] 우적동 가는 길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1.01.27 16: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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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신안뉴스는 2021년을 맞아 본지 칼럼니스트인 정영호 씨의 ‘길 따라 물 따라’를 월 1회 게재한다. ‘정영호의 길 따라 물 따라’는 무안의 숨겨진 관광자원을 찾는데 일조하기 위해 마련된 코너다.(편집자 주)

몽탄면 사천2리 우적동마을에 있는 이내수 신부 묘소에서 바라본 사천제
몽탄면 사천2리 우적동마을에 있는 이내수 신부 묘소에서 바라본 사천제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길은 역사와 문화의 통로다. 길을 통해 새로운 역사가 열리고 문화가 시작된다. 인간은 늘 길 위에 존재하며 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며 삶이다.

첫 번째 찾아 나선 길은 몽탄면 사천리 승달산 자락에 위치한 우적동 가는 길이다. 몽탄면 몽강리 석정포를 지나 몽탄 소재지에 위치한 몽탄성당을 들러 우적동 이내수 신부묘소를 거쳐 승달산 만남의 도로로 연결되는 길이다. 석정포는 사라졌다 복원된 배 없는 포구다. 몽강리 구산리 등 몽탄 일원에서 생산되었던 옹기와 분청사기 기와 등이 옮겨졌던 포구로 영산강 하구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번성했던 몽탄 포구중 하나다. 몽강리에는 엄청난 규모의 옹기 촌이 존재했는데 지금은 옹기 도공들은 모두 떠나고 가마만이 외로이 남았다. 기와공장은 자취를 감추었고 그 자리에 대규모 축사가 들어섰다. 그나마 다행히 분청사기는 몽탄을 그런대로 잘 지켜가고 있다.

이내수 신부 또한 석정포를 통해 목포 나주 해남 강진 장흥 등지로 나아가 천주교 역사를 열어갔을 것이다. 최근 영산강 강변도로 개통과 함께 무안군에서 석정포를 복원했는데 너무도 역사를 고려치 않아 아쉬움이 컸다. 석정포의 과거 역사를 이야기와 문화로 담았다면 명소가 될 수 있는 곳인데 복원된 석정포의 현대감각은 어떤 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과정이다. 그 또한 길이다. 그 길에는 과거는 사라지고 현대만 남아 그것의 존재 근거마저도 상실당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몽탄소재지에서 명당을 꼽으라면 초등학교 자리와 몽탄성당 자리라고 본다. 몽탄성당은 이내수 신부가 세웠던 우적동 본당을 계승한 성당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좋은 기운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몽탄성당에 이내수 신부 기념관과 동시에 신부가 나아갔던 뱃길 즉 영산강이 보이도록 조금만 구조를 변경한다면 역사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영산강이 내려다보이는 좋은 터인데 조밀한 건물들로 답답함이 들었다.

2019년 11월 모아작은도서관이 주관한 몽탄마을축제 일환으로 우적동 둘레길 걷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9년 11월 모아작은도서관이 주관한 몽탄마을축제 일환으로 우적동 둘레길 걷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내수 신부는 조선후기 천주교 박해시절 신부로 호남의 첫 방인사제다. 이내수 신부는 무안군 몽탄면 사천리 우적동 마을에 우적동 본당을 열고 호남 천주교 역사를 열었다. 1897년 신부로 서품되어 이후 우적동 본당을 열고 1900년 2월 별세하였다. 호남의 첫 방인사제 신부께서 우적동 본당에서 사목하신 것은 불과 1년 7개월이다. 사목기간이 짧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이내수 신부가 나섰던 천주교 개척의 길은 천주교 차원에서 성지순례길로 지정되어 수많은 교인들이 찾고 있다.

이내수 신부묘소는 몽탄성당에서 사내마을을 지나 사천제 저수지 끝 북향 우편 산 아래 언저리에 저수지를 바라보고 자리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에 의해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이내수 신부가 세웠던 우적동 초가 본당은 우적동 하천변 대숲에 위치했다고 한다. 아주 작고 초라한 성당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당시 대숲이 사라지고 축사 앞 밭 자리다. 묘소와는 백여 미터 정도 거리다. 묘의 위치로 보아서는 당시 한국 천주교의 열악한 교세를 반영하는 듯하다. 이내수 신부 묘소에서 바라본 우적동 마을 풍경은 한편의 그림처럼 빼어나다. 몽탄에서 가장 풍경이 좋은 곳을 꼽는다면 빼놓을 수 없는 전망 좋은 곳이다. 동쪽으로는 몽탄으로 가는 길에 길게 늘어선 사천제의 풍광이 더없이 아름답고 서쪽으로는 우적동을 지나 청계면 태봉을 거쳐 무안읍으로 나가는 길로 계곡을 따라 펼쳐진 경치가 아름답다. 벚꽃이 피는 봄날에 신부 묘소에서 바라본 풍광은 더없이 빼어나다. 묘소에서 보이는 풍경은 이내수 신부가 1800년도 말 호남 천주교 포교를 위해 나섰던 두 갈래의 성지순례길이다. 동쪽으로는 사내 마을을 지나 몽탄 소재지를 지나 몽강리 석정포를 통해 나주, 목포, 해남, 강진, 장흥 등지로 나아갔을 것이다. 서쪽으로는 승달산을 넘어 무안읍으로 함평, 영광, 광주, 고창 등지로 나아갔을 것이다. 동쪽에는 과거 저수지가 없고 골짜기를 따라 논과 밭이 어우러졌을 것이다. 상상해 보면 그 풍경 또한 아름다웠을 것 같다. 이내수 신부는 영원히 천주교 개척의 역사위에 존재하시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수 신부묘소를 지나 우적동 계곡을 따라 승달산 문수봉 고개를 넘으면 청계면 태봉리다. 지난해 무안군에서 개통한 승달산 만남의 도로로 연결된다. 우적동 계곡을 따라 승달산에 오르는 길은 좁은 구불구불한 농로로 농로사이로 계단식 다랑이 논과 밭이 옹기종기 어우러져 있다. 아름다운 승달산의 경치를 감상하고 걷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다. 몇 해 전부터 여름밤이면 반딧불이 떼로 몰려나와 황홀한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에 몽탄에서 사창을 지나 성암을 넘어 무안읍으로 가는 신작로가 열리기전 50여년 몽탄 소재지 인근 사람들은 이 길을 통해 승달산을 넘어 무안읍으로 왕래했다. 승달산에 들어서는 초입에 여객들이 머물렀던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주막을 조금 지나면 바위굴이 존재했는데 여객들이 호랑이를 피해 바위굴에 묵었다고 하는데 도로를 내면서 바위굴은 손실되었다. 우적동 위로도 승달산 자락을 따라 여기저기 민가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모두 숲으로 변했다.

승달산 만남의 도로 터널을 지나면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은 낙조와 노을을 감상하기에 좋다. 주차장에서 멀리 서해바다가 보이고 해질녘 낙조가 좋다. 태봉에서 우적동으로 나오는 터널을 통과할 때는 마치도 전혀 차원이 다른 세계에 이르는 느낌이 아주 인상적이다. 터널에서 등산로로 오르면 10여분 안에 정상에 이를 수 있고 정상에서는 서해바다와 멀리 영산강과 나주 영암에 이르는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일출을 보기에 좋다. 승달산 만남의 도로에 대한 수많은 악평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에 동의하면서도 이제는 만남의 도로의 쓸모를 찾을 때라고 본다.

몽탄면 사천2리 우적동 마을
몽탄면 사천2리 우적동 마을

우적동은 법천사를 창건하신 정명스님의 꿈에 나오는 황소가 걸어 나간 첫 발자취 마을이다. 법천사와 목우암 그리고 총지사, 여기에 우적동 마을 여기저기에 산재했던 암자들을 연결하는 길은 불교의 달도순례길이다. 원나라에 온 원명스님과 오백제자가 달도에 이른 달도순례길이다.

이야기가 있고 자원이 있는데도 방치되었던 숨겨진 옥석과 같은 길이 우적동 가는 길이다. 우적동 가는 길이 넓고 반듯한 도로가 아니어서 너무도 다행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우적동 가는 길에 역사와 이야기를 찾아 역사의 길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문화를 적용한다면 이 길에 찾는 사람이 늘고 다시 역사가 시작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보았다. 그 길에 법천사에 나왔던 황소 한 마리 세워두고, 그 길에 천주교를 개척했던 이내수 신부의 모습을 재현하고, 또 그 길에 그 옛날 여객들이 머물렀던 주막을 열수 있다면 좋겠다.

우적동 가는 길에 숲과 꽃이 아름다운 멋진 정원을 만들고 자동차가 달리는 길이 아닌 사람이 걷는 길을 만든다면 무안의 새로운 자원이 될 것이다. 올해부터 이내수 신부 묘소 성역화 사업이 시작된다. 우적동 가는 길에 잘 녹아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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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2021-02-09 17:48:55 / 118.216.199.150
영호 오랫만이네.
무안신안뉴스에 실린 글 잘 보았네.
정영호의 "길따라 물따라" 우적동 가는길 담명깊게 읽었다네.
나도 주말에 시간을 내어서 한 번 가볼라네.
앞으로도 이런 귀한 글 많이 올려주시기 바라네.
늘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라네.
성도광고 김철중

양오남 2021-01-29 20:42:49 / 223.38.78.11
덕분에 좋은정보 멋진풍경 구경했습니다.
2편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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