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 성적·학벌위주 장학금 정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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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성적·학벌위주 장학금 정책 ‘딜레마’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1.04.1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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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장학금 없앤 반면 성적우수 중3 학생 500만원 지급
국가인권위, 학벌주의 장학금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 규정
무안군, 명문고 육성 목적 반면 타지고 진학률 오히려 상승

무안군이 펼치고 있는 장학금 정책이 모순에 부딪쳤다. 최근 서울대 등 명문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을 없애기로 한 반면 성적이 우수한 중학교 졸업생이 무안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할 경우 최고 5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안군은 올해 무안지역 중학교 졸업생 상위 10% 이내 성적우수자 중 관내 고교로 진학한 학생 27명에게 1억1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상위 5% 이내 학생은 500만원, 5%~10% 이내 학생은 사업비 범위 내에서 300만원을 지급한다.

장학금 지급사업은 지역 내 우수인재의 유출을 방지하고 명문고 육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교육 지원사업 중 하나로 2014년 도입돼 매년 1억원에서 1억1천만원 씩 8년 동안 총 204명에게 8억4천만원을 지급했다.

이 결과 그동안 장학금을 지급받은 뒤 졸업한 123명 중 43명이 명문대 및 서울·경기 지역 학교에 진학했다. 서울대가 3명, 카이스트 2명, 연세대 2명, 고려대 3명이고 서울·경기지역 33명이다.

그러나 지역사회 일각에선 지역 명문고 육성을 위한 장학금이 돈으로 우수학생을 묶어두는 도구일 뿐이고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요즘 정책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타지고등학교 진학률을 낮춰 우수인재 유출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장학금을 지급하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오히려 지역 학생들의 타지고 진학 비율이 높아졌다.

최근 17년 동안 타지고 진학률을 살펴보면 장학금 지급을 시작한 2014년 전엔 주로 30%대였지만 이후엔 40%대로 올라갔다.(표참조)

타지 학생들은 무안으로 무안 학생들은 타지역으로 진학하는 양상이 오히려 더 심화됐다. 평범한 무안지역 학생들이 역차별 받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지자체 장학재단의 학교(학벌)에 따른 장학금 지급은 대입경쟁의 결과만으로 지역 출신 학생의 능력과 가능성을 재단한 것으로 입시 위주 교육을 야기하는 학벌주의가 반영된 장학금 지급 기준이며 이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이므로 관련 지급 기준을 개선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무안군승달장학회는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을 올 하반기부터 없애기로 했다.

무안군은 지역 명문고 육성을 위한 성적우수 장학금은 지급하는 반면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은 폐지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학부모 A 씨는 “500만원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500만원 때문에 지역학교를 선택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우수학생 유치도 중요하지만 지역학교가 얼마만큼 학생들의 대학진학 욕구에 맞는 교육시스템을 갖췄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안군 관계자는 “행정기관으로써 지역인재 유출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결정된 정책”이라면서 “1인당 지급금액을 낮추고 인원을 늘리는 방법 등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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