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속 ‘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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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속 ‘비상구’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1.05.13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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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119안전센터장 소방경 김웅선
일로119안전센터장 소방경 김웅선
일로119안전센터장 소방경 김웅선

비상구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위기의 순가에 이용하는 문을 말한다. 사람이 외부로 나가는 형상을 한 초록색 유도등이 있는 문이다. 이 곳은 내가 안전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다라는 전제가 있어야만 비상구란 말이 성립하게 된다.

하지만, 비상구 문을 열고 나갔는데 연기가 가득 차 있다든지, 장애물로 이동에 제한이 있다면 비상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어떠한 위기에도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아주 강력한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비상구는 위험을 피하는데 마지막까지 사용해야 한다. 비상구는 항상 비워 놓아야 하고, 불에 탈 수 있는 물건을 놓아둔다든지, 장애물을 만들어 놓는다면 사람이 위기 시에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많은 비상구와 관련된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다중이 이용하는 노래방, 단란주점, 영화관, 터미널과 같은 시설에는 비워두어야 할 비상구나 계단, 통로에 물건을 적치했다고 사진과 함께 신고하면 포상금까지 받아가는 제도가 마련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벌써 10년을 넘어가도록 운영되는 제도이다.

물론 아파트나 공장 같은 시설은 신고 대상은 아니다. 꼭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량한 사회적 감시가 꼭 필요하다.

우리는 몇 년 동안 후진국 병이라는 말과 인재라는 말을 아프게 들어왔다. 후진국 병이란 것은 재난이 발생했는데도 다음에 유사한 재난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인재라는 것도 예측이 가능하고, 의무를 다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당연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다.

원인분석도 하지 않고, 반성도 없고, 수많은 매뉴얼을 만들어놔도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망국적인 재난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껏 언론에서 아픈 매를 맞아왔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가며 교육, 계도, 홍보를 해 왔다.

덕분에 우리는 이제 일반 시민들의 의식도 매우 높아지고, 장애물이 설치된 비상구나 통로, 계단을 찾는 일은 이제 쉽지 않다.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별일 있겠어?, 괜찮겠지 하는 안전을 무시하는 습관과 같은 관행을 다 버렸는지는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과 관련된 곳에서 안전무시 관행을 습관화하거나 개인의 일탈은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자동차를 운전하며 깜빡이등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든다면 뒷 차 운전자에게 물리적, 심리적 피해를 준다. 그리고 다시 어딘가에서 여러 차례 반복한다면 필시 사고로 이어지게 될 것이며, 의도치 않는 피해자를 만들 것이다. 어느 지점에서 따끔한 가르침이 있었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됐을 일이다.

“지금 혹시 불안전한 현장을 목격하셨습니까?” “괜찮겠지 하며 지나치기 보다는 관심과 개선의지를 작고 노력을 기울이면 어떨까요?” 당당한 선진국민으로서 더 안전한 우리 주변을 만들어 이제는 듣기 싫은 후진국 병이라는 말이나 인재라는 단어가 더 이상 우리 주변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같이 노력하는 적극적인 분위기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비상구! 우리 모두의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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