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폐기물 불법투기 막을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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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폐기물 불법투기 막을 방법 없나?
  • 서상용 기자
  • 승인 2019.11.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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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양파 부패 심해…농경지 불법 투기 올해도 반복
무안 저온창고 규모 비해 농산폐기물 처리시설 부족
농산부산물 처리시설 확충 시급…법제도 개선 필요

올해 양파 저장성이 떨어져 창고에서 썩은 양파가 많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논밭에 불법 투기된 현장이 적발되고 있다. 양파폐기물 처리비가 20kg 망당 3,000원에 달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무안군은 버려지는 양파폐기물을 자원화하려는 사업을 추진하다 결국 포기한바 있다. 지금이라도 양파 유통업자와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줄 처리시설 확충이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농산부산물을 폐기물로 간주하는 환경부 폐기물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무안읍 고절리 밭에 불법 투기된 양파
무안읍 고절리 밭에 불법 투기된 양파

◆논밭에 버려진 양파

최근 무안읍 모처에 썩은 양파 수십톤이 버려졌다는 제보가 본사에 접수됐다. 현장 확인결과 인적이 드문 고절리 밭 약 3,000평에 양파가 가득했다.

무안군에서 확인한 결과 모 문중땅을 임차한 A 씨가 약 30톤의 양파를 무단 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폐기물 처리비가 20kg 망당 3,000원 가량으로 1톤을 처리하려면 1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양파 가격보다 폐기물 처리비가 더 비싸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올해 양파폐기물이 불법 투기되는 이유는 그 어느 해보다 썩어버리는 양파가 많기 때문이다. 유통업자들에 따르면 현재 평균 부패율이 15~20%까지 나오는데 평년 5~10%의 두 배가 넘고 있다. 수매가격은 수매가격대로 폐기물 처리비는 폐기물처리비대로 들어가 경영압박이 심하다.

때문에 일각에선 폐기물 처리비라도 줄여보려는 생각에 몰래 버리고 로터리를 쳐버리는 경우가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지난 2011년에도 농산물 가격폭락 때문에 불법투기가 성행했다. 봄철 새 양파가 나올 시기까지 팔리지 못한 재고 배추와 양파가 결국 논밭에 불법 투기돼 사회문제가 됐다. 당시 7건이 적발돼 경찰 고발과 과태료 부과 등이 이루어졌다.

2011년 논에 버려진 배추
2011년 논에 버려진 배추

◆무안 저온창고 규모에 비해 농산폐기물 처리시설 부족

산지 30% 평지 70%로 이루어진 무안군은 농산물 생산량이 많은 지역이다. 특히, 양파와 배추, 무, 양배추 등 저온저장을 필요로 하는 농산물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더구나 양파나 배추의 경우 무안에서 생산된 것뿐만 아니라 타지역에서 저장을 위해 무안으로 유입되는 량이 많다.

때문에 무안군은 전국 최대의 저온저장시설을 갖추고 있다. 무안관내 저온저장창고가 100평 이상만 집계했을 때 총 3만2,600평, 15만톤 규모로 전국에서 가장 밀집된 곳에 속해 폐기물 처리문제는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안지역엔 농산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곳이 3곳에 불과하다. 운남 A영농조합법인(처리규모 일 42톤)과 일로 B영농법인(일 45톤), 무안 P영농법인(일 47톤) 등 하루 134톤을 처리할 수 있다. 이 134톤은 시설이 하루 소화할 수 있는 총량으로 기존 사용량을 제외하면 농산폐기물 처리에 쓸 수 있는 용량은 훨씬 적다.

◆무안군 양파부산물 처리시설 추진하다 포기

무안군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양파부산물 자원화사업을 추진했다. 2016년 전남도 투융자심사까지 통과해 사업추진이 본격화 됐다.

국비(광특) 24억원, 군비 34억원 등 총 58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양파부산물에서 에탄올이나 기능성 성분인 퀘르세틴, 희소당 등을 추출해 자원화하는 사업으로 무안읍 성동리 산 21-2번지 일원 5만㎡ 부지에 생산·보관시설과 주차장 등이 건설될 예정이었다.

당초 무안군은 양파부산물을 퇴비화 하는 사업을 몽탄면에 추진했으나 추세에 맞지 않다고 판단,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자원화로 변경해 투융자심사를 다시 받게 됐다.

하지만 이후 추진과정에서 사업규모가 100억원이 넘게 됐고 전라남도에서 무안군이 직영할 것을 조건으로 걸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당초 농산부산물을 퇴비화 하는 사업을 추진했다가 사업이 고도화 돼 예산이 증가하면서 포기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농산부산물 처리시설 확충 시급

때문에 여전히 무안지역 농산물 유통업체는 농산부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년 엄청난 비용을 농산부산물 처리에 쏟고 있으며 이마저도 못할 때는 불법 투기를 할 수밖에 없다.

농산물 유통업체 관계자는 “시장에 내다팔아 손해, 양파가 썩어서 손해, 썩은 양파를 처리하느라 손해”라면서 “올해 같은 경우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농산물 유통업계는 유용성분 추출과 같은 고도의 기술과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사업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파부산물을 퇴비화 할 수 있는 시설이 당장 절박하다고 주장한다.

◆저온창고에서 나오면 산업폐기물?…법제도 개선 필요

저온저장고에 들어간 농산부산물을 폐기물로 간주하는 법에도 큰 문제가 있다.

농식품부와 환경부가 서로 다른 잣대로 농산부산물을 규정하고 있어 정부부처 간 조율이 시급하게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생산자인 농민이 배추나 양파를 밭에서 그대로 갈아엎으면 ‘부산물’이지만 유통업자가 양파, 배추 등을 매입해 저장했다가 창고에서 나오면 ‘사업장 폐기물’(폐기물법13조(사업장 기준))로 적용한다.

어떠한 가공도 거치지 않고 농산물 그대로 창고에 들어갔다 나왔을 뿐인데 폐기물이 된다는 것이다.

모농협 조합장은 “경상도 등 일부지자체는 농산부산물 처리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지자체 조례를 통해 일정기준을 충족하면 농경지 투기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논밭에서 나온 농산부산물을 그대로 논밭에 되돌려 보내는 것이 불법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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