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조생양파 시장격리 ‘실패’…농협들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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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조생양파 시장격리 ‘실패’…농협들 휘청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1.06.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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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kg 당 1만원 매입해 2천원에 판매…10억 원 손해 위기
정부정책 성실히 따랐는데 손해만…피해 보전대책 필요

조생양파를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함으로써 폭락한 가격을 끌어 올리려던 정부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저장성이 부족한 조생양파가 벌써부터 썩어가 농협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어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5월 12일 무안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에서 조생양파 시장격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조생양파 값이 폭락하자 정부와 지자체, 농협은 5월 10일부터 조생양파 수매에 들어갔다. 조생양파를 수매해 농가소득을 보장하고 시장에서 격리시켜 가격을 끌어올린 뒤 중만생종 수확 후 출하해 제 값을 받는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장격리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농협들이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창고에 있는 조생양파가 벌써부터 썩어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조생양파는 저장성이 부족하지만 두 달 정도는 버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훨씬 빨리 부패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재배면적이 줄어들어 가격이 괜찮을 것이라는 중만생종마저 알맞은 기후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이 곤두박질 쳐 조생양파는 제값은커녕 폐기물 취급을 받고 있다.

무안지역 농협들은 5월 10일부터 26일까지 조생양파 총 4155톤을 매입했다. 매입단가는 20kg 망당 1만1천원으로 이중 1만원은 산지농협, 즉 무안지역 농협들이 지불했고 나머지 1천원은 국도군비(70%), 자조금(10%), 농협경제지주(10%), 산지농협(10%)이 부담했다.

수매량으로 살펴보면 무안농협이 2052톤, 청계농협 1214톤, 서남부채소농협 820톤, 몽탄농협 69톤이다. 수매에 들어간 비용만 21억원 가량 된다. 무안농협이 10억3천만원, 청계농협 6억700만원, 서남부채소농협 4억1천만원이다. 조생양파 부패가 예상보다 빠르고 가격이 회복되지 못하면서 농협들은 수매대금의 절반인 10억 이상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농민들이 소득을 보장받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농협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처지다.

현재 무안농협은 20kg 한 망에 수매가의 5분의 1인 2천원에 출하를 추진 중이다. 중만생종 수매를 위해 창고를 비워야 할 형편이라 더 미룰 수 없다. 만약 이 기회마저 놓친다면 폐기물로 처리해야한다. 폐기물로 처리할 경우 오히려 망당 2600원의 처리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무안농협 관계자는 “상태가 나빠 깐양파로도 사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5분의 1 가격에라도 팔아야 한다”면서 “만약 팔지 못하면 폐기물처리비까지 지불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파 최대 주산지 농협으로 정부의 대책에 성실하게 임한 죄밖에 없다”면서 “저장물량에 대한 폐기와 피해보전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정은 6월 8일 무안군을 방문한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에게도 전해졌다. 하지만 박 차관은 이렇다 할 답변을 남기지 않고 무안을 떴다.

무안군도 농식품부에 현 상황을 전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무안군 관계자는 “전국 조생양파 시장격리물량의 86%를 무안에서 책임지면서 무안지역 농협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면서 “정부정책에 호응하다 발생한 피해인 만큼 정부에 반드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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