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서식지 파헤친 무안군 ‘빈축’
상태바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헤친 무안군 ‘빈축’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1.06.11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 흰발농게·대추귀고둥 사는 현경 평산리 갯벌 준설
무안군, 멸종위기종 서식지인 사실 모르고 현경면서 발주 “대안 찾겠다”
‘환경보전’↔‘주민생활’서 빚어지는 이해충돌에 대한 사회적 합의 찾아야

무안군이 멸종위기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는 갯벌을 준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준설된 갯벌에 서식하는 ‘흰발농게’와 ‘대추귀고둥’은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으로 보호가 절실하지만 주민편의를 위한다는 차원에서 준설해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다. ‘인간의 생활’과 ‘환경의 보존’이라는 이해충돌에 대해 현명한 답을 얻으려는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농수로 물이 빠져나가는 물길을 만들기 위해 준설된 모래와 갯벌
농수로 물이 빠져나가는 물길을 만들기 위해 준설된 모래와 갯벌을 환경단체에서 조사하고 있다.

무안군과 멸종위기야생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무안군은 6월 4일 현경면 평산리 앞바다 갯벌을 준설해 물이 빠져나가는 수로를 만들었다. 바다에 쌓인 모래와 펄로 인해 수문이 막히면서 농수로의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는 주민들 민원에 따라 일부 바다를 준설했다.

하지만 이곳은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인 흰발농게·대추귀고둥 주요서식지로 파악됐다. 준설 당일에도 현장에선 대취귀고둥이 발견되면서 준설로 인해 상당수의 흰발농게와 대추귀고둥이 죽거나 서식지가 파괴돼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환경단체는 주장했다.

농수로 물이 빠져나가는 물길을 만들기 위해 준설된 모래와 갯벌

이번에 훼손된 갯벌은 우리나라 갯벌습지보호구역 1호이자, 람사르습지로 등록돼 있고 갯벌도립공원이기도 한 ‘함해만’ 일원이다.

무안군은 10년 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대추귀고둥’의 서식처가 무안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바 있다.

무안을 대표하는 생태계 종 흰발농게
무안을 대표하는 생태계 종 흰발농게

2016년 해양수산부가 전국 해양 보호 구역별 생태계 대표 종을 발표한 결과 ‘흰발농게’가 무안갯벌을 대표하는 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멸종위기종 중 무안에서 발견된 ‘흰발농게’와 ‘대추귀고둥’의 서식처가 아이러니하게도 보호해야할 주체인 지자체에 의해 훼손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준설현장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 대추귀고둥
준설현장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 대추귀고둥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법률’ 제14조(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포획·채취등의 금지)엔 ‘누구든지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포획·채취 또는 죽이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실정법 위반 소지마저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바다에 물길을 냈는데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고 태풍이 몰아치면 물길은 사라지고 또다시 수문은 막힐 것”이라면서 “인간 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모래와 갯벌의 퇴적으로 막히는 수문
모래와 갯벌의 퇴적 때문에 막히는 수문

이에 대해 무안군은 “멸종위기종 서식지인 사실을 모르고 현경면사무소에서 발주한 공사”라고 해명했다.

군은 앞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우선 군은 최근 무안군청 내 토목전문가, 환경전문가와 함께 갯벌을 준설하지 않고 농수로의 물이 원활히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또 멸종위기야생동물 서식처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무안군 관계자는 “환경보전과 주민생활에서 빚어지는 이해충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갯벌습지보호지역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