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안뉴스 칼럼]농촌 소멸? 마을 리더 소멸을 먼저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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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신안뉴스 칼럼]농촌 소멸? 마을 리더 소멸을 먼저 고민해야…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1.07.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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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 사무국장 서정찬

농업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모든 농가에 이장로봇을 지원한다. 이 로봇은 행정에서 발송하는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마을 주민은 농사는 물론이고 생활 서비스 등 민원이 있으면 언제든 이장로봇에게 알린다. 이장로봇은 실시간으로 각 지자체 군청에 설치된 이장센터에 전송한다. 전송된 민원은 곧바로 AI가 단어 검색을 통해 해당 실과소에 전달한다. 때론 주민 간 다툼이나 공론화가 필요한 경우 사회복지사·마을활동가·상담가 등으로 꾸려진 마을복지센터로 보내져 처리한다. 이렇게 접수부터 해결까지 처리과정은 민원인 가정에 있는 이장로봇을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추가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한다.

우리에게 성큼 다가올 수 있는 농촌마을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그 마을에는 지금과 같은 이장과 부녀회장 등 마을 단위 리더 역할이 사라진다. 이러한 모습이 개인의 지나친 상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마을방송이 필요하면 무안군청에서 버튼 하나로 언제든 모든 마을에 행정소식을 전파할 수 있도록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과 미래기술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는 읍면사무소가 사라져도 마을 이장을 두지 않고도 행정서비스를 주민과 쌍방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광역단위로 관리가 필요해진 마을 행정

농촌 소멸에 대한 위기 의식과 불안감은 언론매체 등을 통해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이장과 같은 마을 리더의 소멸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오히려 농촌 읍면 소재지를 파고든 아파트로 인해 400세대가 넘는 마을을 관리하는 이장이 있는가 하면, 40세대도 안 되는 마을을 관리하는 이장이 공존하는 불편한 구조가 되어 버렸다. 앞으로 점점 자연마을은 지금보다 훨씬 소수 주민이 거주할 것이다. 그에 따라 행정 구분도 지금보다는 더 광역단위로 관리가 되어갈 것이다. 집성촌이라는 것은 옛말이 되고, 옆집의 개념 또한 사라져갈 것이다. 그렇다면 농촌 단위 마을 리더는 이제 필요성을 잃고 역사 속에 사라져가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인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원적 기능을 가진 농업과 농촌은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과 같은 법들을 제정한다. 정부는 이에 근거하여 균형발전과 농촌개발사업 등 다양한 정책과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도시라는 공간이 주지 못하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끈끈한 공동체성을 농촌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성의 근간인 ‘정(情)’은 인공지능과 기술로는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요소이다. 따라서 마을 리더 또한 존재의 당위성을 여기서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변호사 역할이 마을 리더가 존재하는 이유

오랫동안 농협에서 근무하고, 현재 마을 이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안군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김명진 추진단장이 말하는 “마을 리더는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진정한 마을리더는 주민의 의견과 활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검사’의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주민 간 의견 차이를 보일 때 누가 옳고 그르다는 ‘판사’의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리더의 판단보다는 먼저 주민 입장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필요하면 여러 주민을 함께 모아 공론의 장을 열고 토론을 통해 다수 주민의 의견으로 결론이 나게 해야 한다. 공동체성을 올리고, 주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개별 주민의 입장에 선 ‘변호사’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민에 의한 마을 규약이 만들어지고, 주민들을 위한 마을 발전계획이 만들어지는 마을만들기는 리더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말해 준다.

이제 마을 리더는 행정의 정보를 주민에게, 주민의 민원을 행정에 전달하는 ‘이장로봇’의 역할을 뛰어넘어야 한다.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마을의 미래를 설계하는 마을활동가가 되고 주민의 고민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들을 수 있는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마을변호사’가 되어 마을공동체의 끈끈한 정을 키워준다면 마을 리더는 ‘이장로봇’에게 밀리지 않고 존재의 필요성을 확고하게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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