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농어가 탐방(7)]“안정적으로 꾸준히 하다보면 돈은 따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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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농어가 탐방(7)]“안정적으로 꾸준히 하다보면 돈은 따라 온다”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1.08.12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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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양식 연 40~60억 매출…청정수산 박창석 대표

“출하할 수 있는 물건이 되면 팔아야 합니다. 앞으로 가격이 오를 분위기라고 해서 출하를 미루면 순간 재미 볼지 모르지만 결국 손해입니다. 비싸다고 출하를 미루다 한꺼번에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면 가격은 금방 떨어집니다. 그것이 시장을 교란하는 것이죠. 내 상황과 시장 흐름에 맞게 꾸준히 하다보면 결국 소득은 맞춰집니다.”

일로 청정수산 박창석 대표
일로 청정수산 박창석 대표

일로읍 복용1리 소재 청정수산에서 민물장어(뱀장어)를 양식하고 있는 박창석(53세) 대표는 “재미는 순간이고 생물을 다루는 만큼 안정성이 중요하다”면서 “욕심 부리지 않고 폐사 없이 꾸준히 출하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28년 양식 노하우를 전했다.

일로에서 태어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 상경해 제과·제빵업에 종사했던 박 대표는 대전을 거쳐 광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사돈 사이인 김홍기(68세) 현 청정수산 소장을 만나 민물고기 양식에 눈을 떴다.

새벽엔 광주에서 빵을 굽고 낮엔 일로 아버지 소유 조그마한 땅에 양식장을 손수 만들면서 성공의 꿈을 키워가던 그는 1994년 10월 ‘벧엘수산’이라는 기업으로 민물고기 양식에 뛰어들었다.

동자개(빠가사리), 메기, 향어, 쏘가리, 미꾸라지 치어를 직접 생산해 분양하고 메기도 양식하면서 그의 ‘물생활’은 순조롭게 시작됐다. 하지만 한참 성행하던 내수면 가두리양식이 환경오염 문제로 정부 규제가 시작돼 종묘사업이 사양길이 된 뒤 1999년 태풍 ‘올가’로 인생 최대의 고비가 왔다.

자가발전기와 일로읍사무소에서 얻어온 펌프로 물고기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였지만 10일이나 이어진 정전으로 기르던 메기 47톤이 모두 폐사하고 말았다. 정부 보상금은 사료값을 정리하고 나니 한 푼도 남지 않았다.

청정수산 전경
일로읍 복용리 소재 청정수산 전경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었던 박창석 대표는 그 때부터 민물장어 양식을 시작했지만 큰 재미를 못보고 2000년대 초반 바다양식에 손을 댔다.

망운면 톱머리해수욕장 인근에 있었던 가두리양식장을 임대해 고급 어종인 ‘돌돔’ 양식을 시작했지만 겨울을 나기 위해 따듯한 제주 인근까지 돌돔을 이동시켰다가 다시 가져 오면서 손실이 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 여건과 맞지 않는 양식에 뛰어든 것이 문제였다.

이후 다시 장어양식을 시작했고 6~7년 식당도 함께 운영했다. 안정적이기는 했지만 큰돈은 되지 않았다. 식구들이 먹고 쓰는데 만족해야 했다.

청정수산 내부
청정수산 내부

돌파구를 모색하던 그는 현 복용1리 회산백련지 인근에 그의 장어양식 노하우가 집결된 양식장을 2019년 신축했다. 큰 부담이었지만 22억원을 투입해 1500평(5000㎡) 부지에 수면적 1000평(3300㎡), 60만마리를 사육할 수 있는 규모의 양식장을 건설하고 본격적으로 장어 생산에 들어갔다.

그를 양식의 길로 인도한 김홍기 씨를 소장으로 모시고 직원 2명과 함께 모든 것을 건 승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듬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암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외식이 줄고 문을 닫는 식당도 늘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박 대표는 눈앞이 캄캄했다.

사료를 먹는 장어
사료를 먹는 장어

시기를 잘못 탔다는 한숨을 쉴 무렵 오히려 코로나는 그에게 기회가 됐다. 소비자들이 외식대신 인터넷 주문을 통해 가정에서 먹는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우리나라 민물장어 소비량은 30% 이상 늘어났다. 비싸서 몇 번 못 먹던 장어를 삼겹살과 비슷한 가격에 가정에서 즐길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안정적인 유통구조가 마련된 것.

연간 50~60만마리를 사육해 150~200톤을 출하하는 청정수산은 연 매출 40~60억원을 올리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3000톤 규모의 여과기를 갖추고 산도(pH), 질산염, 아질산,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 수질을 하루 4번 체크하는 세심함과 청국장으로 직접 배양한 미생물을 장어에게 먹이거나 물에 풀어 가장 적합한 생육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또 장어에게 연잎가루를 먹여 ‘연잎장어’로 상품화에 성공했고 위해요소기준 중점관리(HACCP) 인증도 받았다.

박창석 대표는 “죽이지 않고 꾸준히 기르면 돈은 따라온다”면서 “장어양식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고 폐사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후 도전해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부인 공미향(47세) 씨와 2002년 결혼해 슬하에 아들 셋을 두고 있는 박 대표는 2008년부터 5년 동안 이장으로 활동했고 2011~12년 일로개발청년회장, 2016~17년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무안군연합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남도연합회 감사를 맡고 있다.

박 대표는 못다 이룬 학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야학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수 한영대 복지행정법률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연세대 해양수산 글로벌 인재 양성교육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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