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 원칙 깨트린 ‘농지은행제도’…손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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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유전’ 원칙 깨트린 ‘농지은행제도’…손 봐야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1.09.07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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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농업인, 농사짓지 않아도 농지은행 통해 임대수입 올리면서 소유
사실상 처분대상 토지지만 임차인 선정·임대료 산정 마음대로 행사
해제 T간척지 1천여ha, 농지은행 통해 처분 않고 매년 수십억 수입

헌법이 보장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농지은행제도’가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지적이다. ‘농지법’은 직접 경작하지 않으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농지은행 임대수탁사업을 통하면 비농업인도 토지를 소유할 수 있고 지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규모 간척지는 이 제도를 악용해 땅을 처분하지 않고 매년 수십억 대의 이득을 챙기고 있어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96년 제정된 농지법 제6조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명시했다.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사실이 농지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나면 농지를 처분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농지은행 ‘임대수탁사업’을 이용하면 농지 처분을 면할 수 있다.

농어촌공사는 ‘효율적인 농지이용과 구조개선을 통해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임대수탁사업을 도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대상은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해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다. 이러한 농지는 임대가 불법이고 자경이 원칙이다.

임대수탁사업에 주로 의뢰되는 농지는 농지법 시행 이후 도시민들이 매입해 소유하거나 상속받아 직접 임대할 수 없는 농지가 대부분이다.

도시민들이 농지법 시행 이후에도 농지를 매입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경을 하지 않으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내 주지 않아야 하지만 그동안 관행처럼 행정과 지역에서 도시민들의 농지 취득을 묵인해 왔다.

강제로 처분되어야 할 농지인데 농지은행을 통해 소유하면서 임대료까지 받을 수 있다. 또 일정기간 농지를 소유하면 향후 되 팔 때 세금까지 감면해 준다.

더구나 임대료 산정과 임차인 선정도 농지 소유주가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악덕지주를 양산하는 보호막 역할까지 하고 있다.

업무지침 상 임대수탁사업 임대료 산정은 임대인(지주)과 임차인(농민)의 협의가 원칙이다. 더구나 그동안 농어촌공사가 공고를 통해 선정했던 임차인도 최근엔 업무진척이 느리다는 이유로 지주가 선정해서 오면 수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매력적이지 않은 농지는 농민이 주도권을 쥐지만 대규모 간척지와 같은 매력적인 땅은 지주가 주도권을 쥐고 임대료와 임차인을 선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무안군과 신안군에 걸쳐 있는 1329ha 규모 T간척지는 2005년과 2006년 사이 토지소유주의 자식과 손자 등에게 1033ha가 양도돼 임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11년 불법 임대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간척지를 농지은행에 수탁했고 지금까지 임대료 산정과 임차인 선정을 마음대로 해가며 매년 수십억 대의 이득을 챙기고 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임대수탁업무를 대행하는 농어촌공사는 전체 임대료의 5%를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큰 이득을 보고 농지를 처분해야할 지주도 계속 소유할 수 있어 공생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자경하지 않는 농지는 반드시 처분하도록 더 이상 예외조항을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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