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문제만큼은 일본에게 배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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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문제만큼은 일본에게 배울 점이 많다.
  • 서상용 기자
  • 승인 2019.12.04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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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지난 11월 농민들에게 두 가지 비보가 전해졌다. 하나는 한국정부가 미국대통령 트럼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농업에서 개도국지위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WTO 쌀 협상에서 의무수입량을 10% 41만 톤으로 늘리고 관세를 5%로 낮춘 것이다.

올해 다행히 태풍으로 인해 수확량이 줄고 2년째 이어진 쌀 생산조정제로 인해 쌀값이 좋지만, 내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 내년부터 쌀 생산조정제가 진행되지 않고 다시금 재배면적이 늘어날 것이고 내년 기상상태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무수입량이 늘고 국민들의 소비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쌀농사는 백척간두 위기에 내몰려 있다. 쌀 문제와 관련해 이웃나라 일본에게 배울 점이 많다.

일본은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쌀을 가축사료로 이용하고 있다. 차별화된 쌀 지역축산브랜드 조성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은 가축사료로 GMO 곡물을 연간 800만톤을 수입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남아도는 쌀을 가축사료로 이용하는 것에 인색하다. 일부 농민단체 반대도 있지만 농정관료들이 사료 국산화 문제에 관심이 없다.

올해와 지난해 전개된 쌀 생산조정제와 관련해 쌀 사료화 문제를 다각적으로 제안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 관료들은 한 치 양보도 없이 자신들이 처음 세웠던 원안대로 밀어붙였다.

다음으로 일본방문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지역을 대표하는 수많은 일본 곡주 즉 사케였다. 일본의 모든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일본 전통주인 수많은 종류 사케를 판매한다. 사케 원료는 쌀이다. 한국처럼 몇몇 대기업이 술 시장을 장악하지 않고 마을별 지역별 가내수공업을 통해 다양한 전통주를 만들고 있으며 이것을 국가가 지원하고 장려하고 있다. 쌀로 술로 빚어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며 일자리가 창출되고 쌀이 소비된다.

그러나 한국은 어떠한가? 전통주라는 막걸리는 전통 제조방법을 찾을 수 없고 수입쌀로 팽화미를 만들어 일본산 효모로 제조되어 판매되고 있다. 서민의 대표술 소주의 처지는 더 가관이다. 열대지방 타피오카 주정을 수입해서 여기에 물을 희석해 만든 세계적으로 매우 안 좋게 특별하게 만들어져 일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세계 모든 술의 원료는 곡물과 과일이다)

맥주도 일부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국민이 술을 많이 마실수록 대기업의 부를 축적시켜준다.

마지막으로 일본인들의 쌀을 대하는 태도다. 일본인들은 쌀로 지은 밥을 귀하게 여긴다. 식당에서는 정성을 다해 바로 지은 밥을 좋은 질그릇에 담아 손님에게 대접한다. 음식의 중심이 쌀로 지은 밥이다. 당연히 품질 좋은 쌀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되고 쌀을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된다. 집집마다 쌀 냉장고가 별도로 있어 좋은 밥맛을 유지하기 위해 쌀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우리는 음식점에서 가장 천시되는 것이 밥이다. 밥은 미리 해두었다가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겨 밥통에서 보관된 채 아무런 정성을 느낄 수 없게 손님에게 대접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밥을 해먹지 않는 문화가 보편적이고 쌀은 천시되고 있다.

쌀 문제에서 일본에게 배울 점이 많다. 할 수 있는 문제도 하려고 하는 의지가 없기에 큰 문제가 된다. 대책 없는 정부도 문제지만 전통을 포기한 국민 또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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