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마늘 피해 심각…가격 폭락·인건비 폭등 3중고

무안·신안·고흥 등 전남일대 ‘남도종’ 재배면적 30~40%에서 발생 눈 한번 오지 않은 따듯한 겨울 탓?…정부 “재해 인정 여부 검토” 서삼석 국회의원, 농림축산식품부에 재해 인정토록 강력히 요청

2020-05-19     서상용 기자

가뜩이나 마늘가격이 곤두박질쳐 농민들이 애간장을 끓이고 있는 가운데 인건비 폭등에 이어 2차 생장피해(일명 벌마늘)라는 날벼락이 날아들어 농민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마늘

지역농협과 농민들에 따르면 겨울 이상기온으로 인해 마늘 2차 생장 현상이 폭발적으로 발생해 농민들의 피해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2차 생장 현상이란 분화된 땅 속 마늘쪽에서 대가 또다시 자라는 현상이다. 즉 쪽마다 마늘대가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사진) 무안, 신안, 고흥, 함평 등 남도종 마늘을 심는 전남권에서 많게는 30~4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인으로는 올 겨울 눈 한번 오지 않은 이상고온 현상으로 땅속에서 마늘 싹이 터 웃자란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또 과습, 영양과다로 인한 성장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 마늘이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농가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쪽에서 대가 자라면서 마늘의 성장이 더디고 맛도 떨어져 최하품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최하품은 상품가격의 60% 정도에 수매된다.

올해 마늘 포전거래가 거의 중단될 만큼 가격이 폭락했다. 3.3㎡(1평)당 생산비에 턱없이 모자란 5,000원에 어쩌다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외국인 인력이 빠져나가 인건비마저 오르고 있다. 농가들 입에선 차라리 수확을 포기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기상재해 등에 대비하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이 도입됐지만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늘 2차 생장피해는 아직까지 재해보험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인정 되더라도 무게, 즉 생산량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차 생장피해는 생산량이 많이 줄기보다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피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국회의원(영암무안신안)도 지난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재해인정을 강력히 요청했다.

서 의원은 “이상기후에 의한 가능성이 큰 것으로 현장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농업재해보험 단가산정도 상품성까지 고려하는 것이 응당 맞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남서남부채소농협 배정섭 조합장은 “농민들이 1년 동안 고생해서 손해 볼 처지에 놓였다”면서 “생산비라도 건질 수 있도록 농작물재해보험 보상기준을 중량뿐만 아니라 상품성까지 고려해 피해액을 산정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만약 겨울철 이상기온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지면 재해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재해로 인정할 것인지를 이른 시일 안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