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수입양파 상장 막아낸 ‘일등공신’

■양파의무자조금 초대 회장 노은준 무안농협 조합장 노지채소 첫 의무자조금 출범 의의…생산·출하·유통·수입 농민이 직접 관여 올해 무안양파 저장성 나쁘지 않아…‘땅 살리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2020-11-11     서상용 기자

“우여곡절 끝에 양파의무자조금이 노지채소 중에서 처음으로 출범했습니다. 5만명 회원이 참여해 양파의 생산, 출하, 수입, 유통, 홍보 등에 직접 관여할 수 있게 됐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농민과 농협이 조화를 이뤄 꼭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양파의무자조금단체인

10월 14일 양파 의무자조금단체인 한국양파산업연합회 초대 회장에 선출된 노은준 무안농협 조합장은 “생산 농가가 직접 자조금을 조성함으로써 정부의 파트너가 돼 여러 가지 정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양파의무자조금 출범을 평가했다.

노 조합장은 “의무자조금이 출범함으로써 농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 등 양파 산업에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은준 조합장 등 양파의무자조금 관계자들은 올해 큰 성과를 만들었다. 가락시장에 수입양파가 상장되려 하자 실력을 행사해 이를 저지해 낸 것.

올 8월 가락시장 모청과에서 수입양파를 상장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노 조합장은 해당 청과회사에서 수입양파를 유통시킬 경우 무안양파를 출하하지 않겠다며 자조금 회원들과 함께 으름장을 놨다.

무안양파법인에서 출하하는 양파가 가락시장 최고가격을 찍고 있는 상황에 무안양파를 수급하지 못하면 청과회사도 큰 타격이라 수입산 유통을 결국 포기했다. 수입양파 상장을 막아낸 효과는 국내산 양파 가격상승으로 이어졌다. 수입 양파는 현재도 가락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노은준 조합장은 “10~13%에 그치고 있는 농협 계약재배 물량을 30%까지 확대하면 시장 교섭력도 높아져 여러 가지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조합장은 수입양파의 유통경로에 대해 더 구체적인 자료를 모으고 있다. 망당 20kg이어야 할 수입양파가 22.7kg이 담겨 수입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관세청에 이를 바로 잡도록 항의했다. 무게 초과로 10%가량 더 많은 양파가 수입됨에 따라 관세 탈루와 수입 과잉현상으로 국내 양파가격 하락 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 양파 수입관세(135%)의 기준이 되는 국내 양파가격 산정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기준가격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수입 양파에 부과되는 관세 금액이 달라진다.

노 조합장은 “누군가 보고 있다.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양파의무자조금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9월

노 조합장은 수확기 양파가격 안정정책에 있어서 무안양파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확기인 6~9월 가락시장에서 유통되는 양파의 70~80%가 무안양파이기 때문에 무안양파 가격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수급정책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무안양파는 색과 구 모양이 예쁘고 맛과 향이 좋아 인기가 좋다. 다만 연작피해로 인해 저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조합장은 연작피해를 극복하는 핵심 포인트는 땅심 올리는 것, 즉 토양개량사업으로 보고있다. 이는 개인이나 일개 농협이 하기 어려운 일로 밭기반 정비와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사업이다.

농협과 지자체 협력사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올해 60일 가까운 장마로 양파 끝물에 무름병이 와서 저장에 대한 고민이 컸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좋았다. 노 조합장은 무안군이 지원해 준 큐어링(수확 후 병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상처부위를 미리 치료하는 작업) 시설 덕분이라고 말했다. 저장과 출하시 큐어링 처리를 함으로써 부패율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10월 현재 금년산 무안양파 부패율은 10%를 넘지 않고 있다. 반면 경상도나 전라북도 등 타지역 양파는 20~30%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노 조합장은 “구를 크게 하려다 보니 타지역도 연작피해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땅심을 높이고 큐어링 처리를 하면 무안양파의 경쟁력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농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비싼 값에 농산물을 팔아주는 것이 농민 소득을 높이는 길이자 농협의 역할”이라는 노은준 조합장은 “양파 농민들은 수확할 때 제값을 받아야지 손을 떠나면 소득을 찾을 길이 없다. 과잉생산 되었을 때 초반 수급조절이 중요한 이유”라면서 “정부와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무안농협은 올해 계약재배 농가에게 양파 망값 지원 7,600만원, 비닐 지원 4,200만원, 영양제 9,100만원, 종자보조금 1,900만원, 트레이 이식비 2,100만원 등 약 2억5천만원을 각종 자재로 지원했다. 또 양파와 마늘에 대해서는 환원도 실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