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 친 김영록…‘묘수’일까? ‘자충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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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 친 김영록…‘묘수’일까? ‘자충수’일까?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3.09.12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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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군공항 이전 후보지서 함평 지우기…‘플랜B’ 없애
무안군민 끝까지 반대하면 광주 군공항 이전 결국 무산

김영록 전남지사가 광주 군공항과 민간공항 동시 무안 이전을 밀어붙이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 사실상 유일한 퇴로였던 함평을 군공항 이전 후보지에서 지우고 무안에 ‘올인’하고 있는데 과연 ‘묘수’일지 스스로 무너지는 ‘자충수‘일지 지역사회가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9월 5일 전남도청에서 이상익 함평군수와 함평 미래 지역발전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김영록 전남지사
9월 5일 전남도청에서 이상익 함평군수와 1조7천억 규모 '함평 미래 지역발전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김영록 전남지사

김 지사는 9월 5일 이상익 함평군수와 함께 뜬금없이 1조7천억 규모의 ‘함평 미래 지역발전 비전’을 전남도청에서 발표했다. 인공지능(AI) 축산업 융복합밸리, 1만여명의 신도시 조성을 포함해 농축산, 해양관광, 첨단산업, 사회간접자본(SOC)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군단위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대형 프로젝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함평군민의 ‘희망사항’을 끌어모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있다.

김영록 지사가 연말 군공항 이전을 위한 함평군민 찬반 여론조사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함평을 군공항 이전 후보지에서 지우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함평 스스로 소멸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줌으로써 고육지책으로 선택했던 광주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지역사회는 보고 있다.

김 지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부분의 함평군 제안 사업은 이상익 군수 취임(2020년 4월) 전, 군 공항 유치 공식 선언(2023년 5월) 전부터 제안된 것으로 지역민의 오랜 숙원”이라고 강조하며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거의 없다.

사실상 퇴로, 즉 ‘플랜B’를 스스로 없앤 김영록 지사의 결단은 ‘배수진(背水陣)’에 비견된다. 도망갈 곳이 없으니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는 것인데 사실 실제 전쟁에서 배수진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실패하면 몰살당하기 때문이다.

9월 8일 무안군민 1500여명이 김영록 지사의 일방통행을 규탄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9월 8일 무안군민 1500여명이 김영록 지사의 일방통행을 규탄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김 지사가 배수진을 치자 무안군민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전남도청 앞에서 100일 넘게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무안군민들은 김 지사의 발표가 있자 3일 뒤 승달문화예술회관에서 군민 1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가두행진도 벌였다. “무안군민의 희생만 강요한다”며 일방통행 중인 김 지사를 맹비난했다.

무안군 내 400여개 전체 마을엔 군공항 무안이전 반대 현수막이 내 걸렸다. 전남도가 무안에서 마을별로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주민들을 접촉하고 있지만 반대 기세에 눌려 찬성 분위기는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전남도가 군공항 후보지에서 함평 지우기에 나서자 조그마한 성과라도 시급한 광주시가 불안해졌다. 군공항과 민간공항 동시 무안 이전이 불가능해질 경우 출구전략으로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던 플랜B ‘함평카드’를 버리게 되면 자칫 군공항 이전이 지금보다 더 깊은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박문재 상임공동위원장은 “무안군민이 끝까지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면 광주 군공항 이전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전남도와 광주시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군공항은 함평으로 민간공항은 무안으로 보내는 플랜B도 필요한 것”이라면서 “온갖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무안으로 밀어붙여 봤자 군민들의 감정만 더 자극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올 4월 있었던 KBS광주방송총국 여론조사에서 무안군민 64.4%가 군공항 이전을 반대했다. 찬성은 절반도 안 되는 30.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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