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학생들…무책임한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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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학생들…무책임한 어른들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0.04.21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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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역사 백제고 여자핸드볼팀 해체수순
무안초·무안북중 핸드볼선수들 진학할 학교 잃어…대책 마련시급
학부모들 오죽하면 “아이 체벌 동의서 써주겠다” 팀 유지 호소
무안군·무안교육청·도교육청·백제고 대책 없어 “학생들만 피해”

다수의 국가대표를 배출한 핸드볼 명문 백제고등학교가 사실상 팀 해체 수순을 밟고 있어 진학을 앞둔 학생들을 비롯한 무안 핸드볼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백제여상 개교와 더불어 창단한 핸드볼팀의 40년 ‘우생순’ 신화도 역사 속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지역사회와 교육계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무안중학교 여자핸드볼팀 경기 장면
무안중학교 여자핸드볼팀 경기 장면

백제고 여자핸드볼팀 운영이 사실상 중단됐다. 팀 해체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뛸 선수가 없어 코칭스태프와 학교 재단은 더 이상 팀 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선수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차, 지난해 가을 학생 체벌 문제로 몇몇 학부모와 코칭스태프 간 불협화음이 팀 해체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부산에서 온 3명의 학생들이 귀향했고 팀에 있던 3명의 선수들은 운동을 포기해 선수가 한명도 없다.

이로 인해 당장 내년에 진학해야 하는 무안북중학교 3학년 학생 3명이 갈 곳을 잃었다. 올해 졸업한 학생 1명도 학교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강원도 삼척으로 진학했다.

백제고 핸드볼팀이 문을 닫게 되면 무안고와 무안북중학교, 무안초등학교 핸드볼팀도 연쇄적인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무안초등학교 핸드볼팀은 지난해 남녀 2명 씩 4명의 꿈나무 국가대표를 배출했고 무안초·무안북중 핸드볼 팀은 대회마다 입상해 정상급 실력을 갖췄다.

진학을 앞둔 핸드볼 선수 학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한 체벌 동의서까지 써줄 수 있다”면서 간절하게 백제고측에 팀 유지를 요청하고 있다. 선수 부족으로 당장 출전이 어렵다면 중학생들과 연습하면서 후배들이 들어올 때가지 1년을 더 기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2학생 4명이 내후년이면 진학해 정상적인 팀을 꾸릴 수 있다.

하지만 백제고 측은 학부모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달아 팀 유지에 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생들이 입학할 때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7명을 맞춰오면 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체육고를 제외한 일반고는 합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선수를 들여오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서 핸들볼을 장려해 왔던 무안군이나 무안교육지원청은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안교육지원청은 핸드볼 선수 조기발굴과 붐 조성을 위해 무안군의 후원을 받아 2010년부터 ‘초등학교 핸드볼 꿈나무 선발대회’를 3년 연속 개최하기도 했다. 무안군도 김철주 군수시절 실업 핸드볼팀 창단까지 추진할 정도로 열정이 있었다.

핸드볼 학부모들은 “운동을 권장할 때는 언제고 사전에 팀 해체에 대한 공지도 없이 운영이 중단돼 막막하다.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면서 “백제고가 계속 핸드볼팀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백제고 관계자는 “재단측에서 이미 4~5년 전부터 팀 해체를 요구해 왔다”면서 “전남체고와 같은 공립학교에서 팀을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980년 백제여상이 개교하면서 갈 곳이 없던 해제중학교 핸드볼 선수 9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창단한 것이 백제고 핸드볼의 시초다. 1학년이었던 그해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2학년이 된 그 다음 해부터는 우승을 휩쓸었다. 1988년 LA올림픽엔 백제고 출신 5명이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무안은 차재경, 장리라, 문향자, 주희, 김가나·온아·선화 자매, 용세라·민호·준호 남매 등 수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한 핸드볼 산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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