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모종으로 연간 15억 매출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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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모종으로 연간 15억 매출 ‘성공 신화’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4.04.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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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골 무안 농촌이야기…“무안에서 행복을 찾다!”
개인으로 전국 최대…일로 부농고추육묘장 임경근 대표
최상 품질 모종 생산 위해 시설개선·좋은 종자사용 원칙

“20년 전만 해도 인근에서 20농가 정도가 육묘에 종사했는데 지금은 저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최상품 모종을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설개선에 투자하고 좋은 종자를 사용한다는 원칙을 지킨 것이 주효한 것 같습니다. 법인이 아닌 개인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육묘장을 운영한다는 점은 돈과도 바꿀 수 없는 자긍심을 줍니다.”

일로읍 상신기리 부농고추육묘장 임경근 대표
일로읍 상신기리 부농고추육묘장 임경근 대표

일로읍 상신기리에서 40년째 육묘장을 운영하고 있는 부농고추육묘장 임경근(68세) 대표는 연간 15억원의 매출에 5~6억원의 순소득을 올리는 성공한 농업인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육묘장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상신기리가 고향인 임 대표는 스물네 살 되던 해 군대를 제대하고 축산업을 시작했다. 전두환의 제5공화국 시절 송아지 한 마리에 130~140만원을 주고 구입해 먹이고 돌봐서 키웠는데 막상 출하할 시기 송아지값은 20만원으로 폭락했다.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이 새마을운동협의회 중앙본부회장으로 취임해 한 해 동안 무려 7만4164마리의 미국 소를 수입해 ‘소값파동’을 일으켰다.

목포의 집 두 채 등 부모님이 맡겨준 전 재산을 쏟아붓고도 모자라 부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고향을 떠나 서울 가락시장에서 1년 동안 일했지만 먹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대나무가 많았던 마을 특성을 살려 노끈으로 대나무를 묶어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165㎡(50평) 규모의 작은 비닐하우스에서 놀랍게도 1650㎡(500평) 규모 소득을 올리게 된 것이 그가 육묘의 길로 뛰어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엔 가온도 하지 않은 채 재래종 고추 씨앗을 그냥 물에 씻어서 땅에 심어 싹이 나면 모종으로 팔았으니 자본이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다음엔 660㎡(200평)으로, 또 3300㎡(1000평)으로 규모를 늘렸고 지금은 비닐하우스 20동 총 1만6500㎡(5000평) 규모의 개인 전국 최대 육묘장으로 성장했다.

무안은 물론이고 신안, 영암, 강진, 완도, 진도, 고흥, 순천까지 그의 고추모종이 납품되고 있다. 자그마치 250만주 12억원 어치다.

20년 전만 해도 약 20농가에서 육묘에 종사했는데 지금은 오직 그만 살아남았다. 이유는 그만이 판로 개척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50만주는 무안에서 판매할 수 있는데 더 많은 모종을 팔려면 다른 시군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그의 뇌리에 스친 것은 교육이었다. 농협이 실시하는 복합영농교육에 참여해 농민과 농협의 신뢰를 얻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고추 모종

처음엔 일당 20만원을 주고 강사를 모셔와 교육했지만 3년만에 강단엔 임경근 대표가 직접 서게 됐다. 대학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한 탓에 충분히 강의할 수 있었고 30분 강사에서 결국 두 시간을 강의하는 인기 강사로 자리매김하고야 말았다.

그의 강의를 들은 농민들이 농협에 환원사업을 통한 고추 모종 비용 일부 지원과 계약재배를 요청하면서 임 대표의 모종은 날개를 단 듯 팔렸다. 현재 15개 농협, 10개 농약사와 거래를 텄고 파종 전 사전 예약을 받아 재배에 들어가기 때문에 판로 걱정이 없으며 못 파는 모종도 거의 없다.

그의 모종이 인기 있는 이유는 탁월한 마케팅뿐만 아니라 우수한 품질에 있다. 가온, 관수 자동화 시설에서 자란 모종은 추위와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또 가장 비싼 종자를 가져다 심기 때문에 수확량에서 다른 모종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1년 난방용 기름값만 8000만원이 들어가는데 올해는 1~2월 해가 뜬 날이 10여일에 불과해 3000만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최고의 품질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1~5월 고추 모종 농사 이후엔 8월, 10월, 1월 쪽파 농사를 지어 출하한다. 배추 모종도 생산해 농협에 납품하는데 고추 모종 이외 농사에서 3억원 정도의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다.

임경근 대표는 “망치질 하나 못했던 놈이 비닐하우스를 몇 번 뜯었다 지었다 하다 보니 기술자가 돼 이 동네 하우스는 죄다 내가 지었다. 하면 되더라”면서 “농민들이 고추 모종 10만원을 사가면 100만원의 소득을 올리기 때문에 모종 장사는 대접받는 직업”이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남들이 못한 것을 이뤘다는 자긍심은 돈과 바꾸지 못한다”면서 “성실하게 열심히 살았더니 다 인정해 주더라”고 말했다.

임 대표의 육묘장은 5년 뒤 큰아들이 들어와 가업을 잇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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