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호 칼럼]어디 보리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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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칼럼]어디 보리뿐이랴?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0.06.30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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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올해 시중 보리 값은 조곡 40kg 기준 2만 원대이다. 지난해에 비교해 수확량은 반 토막이 났지만 작년보다 보리 값은 더욱 하락중이다. 만약 200평 기준 열가마가 수확된다면 조소득은 20만 원가량이다. 조소득 20만원에서 탈곡비와 파종비 각5만원을 제외하고 추가적으로 퇴비 비료 종자 및 건조비용 그리고 토지임대료를 제외하면 순소득이 된다. 정부에서 보리농사를 지으면 지원되는 직불금 5만원이 있지만 열 가마를 수확한다 하여도 농민의 손에 남을 것이 거의 없다.

열 가마는 작년 풍년농사 얘기이고 올해 보리생산량은 반 토막이 났다. 200평 기준 다섯 가마도 어렵다. 실제 올해 직접 농사지은 1700평에서 수확된 우리 집 보리생산량은 1200kg이다. 40kg으로 환산하면 30가마 정도로 200평 기준 네 가마도 안 된다. 수익은 따질 것도 없고 차라리 농사를 짓지 않는 것이 이익이 된다. 가축의 사료로 이용 중이지만 농사를 짓는 것보다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심각한 이상기후와 소비감소가 원인이다. 올 봄 저온현상과 잦은 비로 습해 피해가 심각하다. 이로 인해 작년과 비교해 수확량이 급감했다. 여기에다 소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보리는 대부분 식용잡곡으로 이용되는데 해가 갈수록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집밥이 줄어드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또 다른 소비처를 찾아야 하는데 정부는 이것과 관련해 완전하게 손을 놓았다. 가축사료화가 최선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방치 속에 길은 막혔다. 한국은 자급사료는 포기하고 대신 GMO 곡물 800만 톤을 사들여 가축을 키우고 있다.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보리는 실제 닭이나 오리 등의 가금류나 소 염소 등 반추동물뿐 만아니라 돼지사료로도 사료 활용도가 GMO 옥수수보다 훨씬 넓고 우수하다. 보리 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열쇠는 가축사료의 자급화에 있다. 자급축산의 국민적 요구는 높아지지만 중앙정부를 비롯해 지방정부 농협까지 모두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수년 동안 직접 보리를 재배하여 가축 사료로 활용하고 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보리는 가축의 사료로 최적화된 작물이라는 점이다. 이미 유럽은 GMO 옥수수 수입을 중단하고 보리를 가축의 사료로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것이 어디 보리뿐이랴?

GMO 곡물을 팔아주기 위해 국가의 식량주권은 뒷전이다. 교역적 가치라 억지를 쓰고 있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대주의 발상이다. 코로나19로 세계적 차원의 교역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지만 농업분야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저곡가 정책으로 더욱 농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국민적 식량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보리를 사료화 하는데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 않다. 이것은 예산의 문제보다는 성의의 문제다. 위정자들은 늘 예산 타령만 늘여놓지만 성의가 없기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 수입개방에 따른 대체작물 육성을 입으로만 외칠 뿐 근본적 문제를 풀기위한 기초적인 시도마저도 외면되고 있다.

이제라도 사대의 길이 아닌 자급의 길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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