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안 오르는 게 월급? 떨어지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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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안 오르는 게 월급? 떨어지는 것도 있다!”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2.09.07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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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가격, 1년 전보다 23% 하락 올해도 풍년이라는데 ‘걱정’
정부, 올 공공비축 10만 톤 추가매입…시기 앞당겨 ‘효과는 의문’
정부 시장격리 의무화 필요…‘사료용쌀·가루쌀’ 등 대체품목 육성

전쟁과 전염병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안 오르는 것은 ‘월급’ 뿐이라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안 오르다 못해 떨어진 것도 있는데 바로 ‘쌀값’이다.

한농연·한여농 무안군연합회 상경집회
한농연·한여농 무안군연합회 상경집회

◆쌀값 45년 만에 최대 폭락

농민과 농협을 한숨짓게 하는 쌀값은 최근 45년 만에 수확기 대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1년산 산지 쌀값(80kg)은 지난해 10월 22만7000원가지 올랐지만 1년 만에 16만 원대로 폭락했다. 무려 4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13만 원선에서 17만 원선을 오르내리던 쌀값은 2019년 19만1000원으로, 2020년 19만2000원으로 뛰더니 2021년 22만 원으로 치솟았다.

생산량이 많았던 데다 재고미가 증가하고 정부가 뒤늦게 추가수매에 나섰지만 쌀값 하락을 잡지 못했다. 올해 6월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지던 18만 원선이 붕괴되고 8월 하순엔 16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농협 재고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거의 2배 많은 42만8000톤으로 늘어났다. 재정적인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재고미가 창고를 차지하면서 2022년산 신곡 수매까지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11호 태풍 ‘힌남노’가 얼마만큼 피해를 안겨줄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풍년이 예상된다.

◆농민들 벼 갈아엎고 아스팔트로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를 비롯한 농민단체가 8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농가경영불안해소 대책마련 촉구 농민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45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쌀값에 대한 대책과 식량안보 강화를 윤석열 정부에 촉구했다.

이 자리엔 무안군 농민 30여명과 정은경 군의원, 나용석·최용주 조합장 등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이날 농민들은 ▲구곡·신곡 초과 생산량 즉각적 시장격리 ▲중장기적 쌀 산업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 ▲주요 농기자재 가격 인상분 차액지원 등을 요구했다.

공공비축미

◆정부 올해 공공비축미 10만 톤 늘려 45만 톤 수매

정부는 올해 공공비축 수매를 보름가량 앞당기고 수매량도 10만 톤 늘린 45만 톤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9월 중순이었던 공공비출 쌀 매입 시작 시점도 8월 31일부터로 보름 정도 앞당겼다.

올해 쌀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정부가 가격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대책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올 2월과 5월, 7월에 2021년산 37만 톤을 매입했지만 쌀값은 계속 하락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어긋난 상황에 ‘언 발에 오줌 누기’ 대책의 한계를 나타낸 것이다.

◆농안법 개정해, 정부 시장격리 의무화해야

정치권에선 근본적인 해법으로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생산비를 보장하고 양곡유통법에 초과 생산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현재는 ‘시장에서 격리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인데 이를 ‘시장에서 격리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서삼석 국회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가격안정과 농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농안법과 양곡유통법을 고쳐 국가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밀가루 대체할 ‘가루쌀’ 보급…‘사료용쌀’도 고려해야

법률 개정과 함께 쌀의 과잉생산을 막으면서 농지는 유지할 묘안이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는 ‘밀가루’를 대체할 ‘가루쌀’ 품종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가루쌀은 밀가루처럼 가루로 부스러지는 성질을 가졌으나, 품종은 쌀이어서 쌀 농사를 주로 짓는 우리나라 농업 환경에서 기르기 좋은 품종이다.

밀가루를 대체하는 가루쌀 산업 활성화를 위해 농식품부는 내년 예산에 107억 원(농촌진흥청 36억 원 포함)을 처음으로 편성했다. 예산은 40개 가루쌀 전문재배단지 육성에 31억 원, 15개 제조·가공업체가 가루쌀을 활용한 고품질 제품을 개발하는 데 25억 원, 소비 판로 확보에 15억 원이 배정됐다. 농식품부는 오는 2027년까지 수입 밀가루 수요의 10%를 가루쌀로 대체하도록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사료용 쌀을 재배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국제 곡물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축산농가들의 사룟값 부담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다국적 초대형농업기업이 쥐락펴락하는 옥수수를 대신해 다수확 ‘사료용쌀’ 품종을 재배하게 함으로써 곡물자급률을 높이고 논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해 비상시를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시장격리가 아니라 과잉생산의 조짐이 보일 때 선제적인 격리를 의무화 하고 ‘가루쌀’, ‘사료용쌀’과 같은 대체 품종을 개발해 신량안보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삼석 국회의원 인터뷰

“윤석열 정부, 쌀값 안정 헌법 의무 위반 질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서삼석 의원(영암·무안·신안)은 쌀 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쌀을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논리가 아닌 안보, 생명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가안정만 앞세우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서 의원은 “가격안정과 농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식량안보 문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절대 돈 주고도 쌀을 살 수 없는 시대가 금방 온다. 요소수 사태 때도 확인하지 않았냐”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과 양곡유통법을 고쳐 국가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쌀은 아침저녁으로 찍어낼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니다”면서 “쌀 문제는 식량주권 문제다. 시장에 맡기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1, 2, 3차에 이어 4차로 최소 10만 톤의 구곡을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햅쌀이 나오기 시작했다. 쌀값 추가하락은 뻔하다”면서 “10만 톤을 추가로 격리하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근본적인 해법으로 농안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생산비를 보장하고 양곡유통법에 초과 생산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현재는 ‘시장에서 격리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인데 이를 ‘시장에서 격리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농어촌 종합개발과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해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 헌법 123조 1항과 4항의 내용이다.

서삼석 의원은 “헌법대로 하면 된다. 정부가 인식을 빨리 바꿔야 한다”면서 “야당 의원 128명이 연대 서명해서 대통령에게 답하라고 했으면 무슨 반응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농민들이 무슨 죄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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