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 농촌기본소득 지급조례’ 보류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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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농촌기본소득 지급조례’ 보류에 서서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3.07.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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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객원교수 김병도
전남대학교 객원교수 김병도
전남대학교 객원교수 김병도

최근 무안군의회는 농촌지역의 실정을 염려하여 ‘무안군 농촌기본소득 지급조례’를 추진했다. 농촌지역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 ‘인구소멸 대비’, ‘농촌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몇 가지 이유로 이번 7월에 열린 제228회 임시회에서 최종 ‘보류’되었다.

우선 어떤 조례를 추진했는지 핵심 내용을 살펴보자. 조례는 인구소멸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운남면과 몽탄면 지역 두 곳을 선정해 5년간 시범적으로 전체 면민(농어민 공익수당 수급 농민 제외)을 대상으로 1인당 월 5만원씩 연 60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고, 3개월 이내에 해당 읍면에서만 사용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집행부에서는 인구가 가장 적은 몽탄면(2,951명)을 대상으로 적용하면 연간 약 12억 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보류된 이유는 중앙정부 및 광역지자체 지원 없이 무안군 단독으로 추진 될 경우 예산 부담이 크다는 집행부의 ‘시기상조’ 의견, 의원들 간 견해 차이, 시범 지역과 소외된 지역 간 형평성 문제로 알려졌다.

이유를 살펴보면 먼저 집행부의 입장이다.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분담 없이 전액 군비 부담 불가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시범지역 외 읍·면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실거주자 확인에 따라 민원이 많아진다. 카드형 화폐만 가능해 사용기한 및 소비처가 한정적이고, 도비지원(농어민 공익수당)과 자체사업(농촌 기본소득) 간 별도 관리가 어렵다. 사업실시를 위해 용역실시 및 농촌기본소득 통합지원전산시스템 개발 자체 구축 비용이 추가 발생한다.

집행부 의견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 한마디로 ‘시기상조’ 입장이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코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실현 가능한 방법론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안군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지급 금액을 1/2로 하향 조정하거나 시범 대상 지역을 1개 면으로 축소해서 재정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읍·면 간 형평성 문제는 주민의 의견 청취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머지는 절차적·기술적인 문제로 판단된다.

둘째, 의원들 간의 견해차이다. 이번 조례는 ‘전국 최초’가 될 수 있는 상징적인 조례였다. 그만큼 조례를 추진하고자 했던 의원들은 동의를 얻어야 할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 조례의 필요성, 목적, 기대효과 등을 충분히 시간을 갖고 논의했어야 했다. 특히 이번 조례는 시급성을 요구하는 조례라기보다는 농촌지역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기에 절차와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두 차례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전국 최초’인 만큼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주민과 함께’ 만드는 조례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셋째, 시범 지역과 소외된 지역 간 형평성 문제다. 실제 소외된 읍면에서 해당 조례안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반대한다면 조례안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 또한 조례를 추진한 의원들이 추진과정에서 반드시 검토했어야 했다. 소외된 지역 주민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여론조사 및 설문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실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이번 조례안 보류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이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조례안을 추진했던 의원들은 보다 진중한 태도로 주민, 의회, 집행부와 소통해야 한다. 해당 주민과 연찬회 및 집담회, 전문가 토론회, 소외된 지역 주민 의견 청취, 주민과 함께하는 조례입법 등이 필요해 보인다. 보류를 주장했던 의원들은 추진의원들의 추가 조례입법 추진과정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필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기본소득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사례를 소개한다. 경기도는 2021년 11월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광역단체(70%)와 기초단체(30%)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2022년 3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5년간 1인당 매월 15만원씩 연간 18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는 시범사업을 통해 인구소멸, 고령화, 소득 양극화 문제를 넘어 인구 유입, 농촌 삶의 질 향상, 농촌 경제 활성화 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따른 효과는 1년 만에 나타났다. 청산면 인구가 늘어났다. 더구나 20세~29세 청년층 유입이 급증했다. 물론 경기도의회에서는 ‘2022회계연도 결산분석’에서 ‘재정 투입 규모 과다’를 우려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는 정책평가 단계는 아니기에 향후 어떤 평가 결과가 나올지 아직 미지수다. 오직 말할 수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책을 시범적으로 펼치는 것은 그 결과를 넘어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실효성있는 정책으로 평가된다면 수범사례가 되어 전국으로 확산되겠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실험으로 종료될 것이다.

지방자치가 잘 작동하는 선진국에서 지방정부의 정책 실험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지방정부에서 정책실험을 시도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국가 전체 단위에서 정책을 실험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된다. 그러나 작은 지방정부 단위에서 정책을 실험할 경우,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정책 실험과 평가’를 할 수 있다.

최근 전라남도의회, 전라북도의회, 임실군, 장흥군 등 많은 농촌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농어촌기본소득’ 추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의 심부름꾼인 의회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더불어 이번 무안군의회에서 구성된 ‘인구감소특위’에서 함께 논의되어야 할 의제 중 핵심의제가 ‘기본소득’이다. 인구감소와 기본소득은 공동 논의가 절실한 사안이다. 전라남도는 농도다. 특히 무안군은 농업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무안군의회의 ‘기본소득’ 추진에 박수를 보내고 향후 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담보할 수 있는 조례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의회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을 다해야 한다. 모든 법과 제도는 ‘시대의 아들’이고 ‘필요의 산물’이다. 더불어 ‘올바른 인식을 공감하고 그 공감을 행동으로’ 옮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쉼 없이 ‘주민의 삶’을 살펴보고, 의회에 마주 앉아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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