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유산 무안 방공포대·격납고 또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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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유산 무안 방공포대·격납고 또 훼손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4.02.16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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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면 소재 방공포대, 2021년 매매 뒤 시멘트 덧칠 전기시설 설치
격납고 6기 중 평산리 1기 3개월 전 철거…매입 등 보전대책 시급
무안군, 4년 전 등록문화재 지정 추진한다고 했지만 지지부진

일제강점기 무안지역에 설치된 전쟁시설의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이 추진 중인 가운데 최근 이 시설들이 훼손되는 사태가 빚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4년 전부터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무안군이 매입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멘트가 덧씌워진 현경면 소재 전남 유일의 방공포대
최근 시멘트가 덧씌워진 현경면 소재 전남 유일의 방공포대

향토사학자 조기석 씨에 따르면 현경면 외반3리 조암동 마을에 위치한 일제강점기 전쟁시설인 방공포대가 최근 훼손된 사실이 확인됐다. 2월 15일 오전 현장을 확인한 결과 방공포대 외부 전체가 시멘트로 덧칠됐고 출입구도 현대식 문으로 교체됐다.

특히, 전기시설도 인입된 것으로 보여 주거 또는 창고 등의 용도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소유주가 없는 관계로 내부의 변형상태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방공포대가 설치된 땅이 2021년 4월 광주에 주소를 두고 있는 개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뒤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근에 있던 방공포대가 2018년도에 철거되면서 유일하게 남은 방공포대다.

인근 평산리에 있는 일제강점기 비행기 격납고도 3개월 전 쯤 땅 주인에 의해 철거된 사실이 확인됐다. 무안에 있는 격납고 6기 중 1기가 또 사라진 것이다.

일제 방공포대와 격납고는 전남에서 유일하게 군공항이 있었던 무안에만 존재한다. 또 방공호 3기, 참호 2기 등이 현경과 망운에 집중 분포되어 남아있다.

제주도와 경남 밀양의 비슷한 격납고 시설물은 이미 20여년 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다크투어리즘 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시멘트가 덧띄워졌고 전기시설 설치 등으로 곳곳이 훼손됐다.

무안군도 4년 전부터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했다. 무안군은 2020년 3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지역 내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이를 활용하고자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무안군은 “무안 천주교 일로성당, 현경면에 있는 일제강점기 비행기 격납고 6기, 방공포대 1기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2020년 1월 조사용역을 완료했다”면서 “문화재등록을 신청하기 위해 소유자를 면담하고 도 문화재위원 자문을 받은 뒤 등록신청서 및 보존관리 활용계획서를 문화제청에 제출해 2020년 10월 안에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도중 유야무야됐고 지난해 3월에 다시 용역을 발주해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무안군이 이렇게 안일하게 대처하는 사이 근대문화유산 훼손이 지속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조기석 씨는 “병자호란 때 삼전도의 굴욕이 담긴 ‘삼전도비’는 땅에 묻혔다가 다시 꺼내어져 사적 101호로 지정됐다”면서 “어둡고 상처 있는 처참한 과거의 시설물이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적 교훈은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만큼 선제적 매입 등 무안군과 전남도의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훼손 전 현경 방공포대 외부와 내부

◆현경 방공포대…일제 침략 중요 군사시설물

현경 방공포대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군사비행장 근처에 축조한 전쟁관련시설로 건립연대는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말엽으로 여겨진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 특별히 사용을 하지 않고 다만 바로 인접한 민가의 창고로 한때 사용했다.

방공포대는 현재 주변이 농경지로 조성돼 있는 평탄한 지형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에 산지 등 장애물이 없어 당시 하늘을 감시하는 데 좋은 위치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방공포대는 반지하 형 정방형 구조물로 철근콘크리트 구조다. 지하 내부는 중앙에 내경 1.33m의 복도를 두고 양 측면으로 같은 규격의 4개의 실(3.290m×2.290m)이 꾸며져 있다.

방공포대는 전반적으로 전쟁과 관련된 시설답게 구조가 매우 육중하고 단순하다. 그동안 잘 보전돼 왔지만 최근 훼손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 구조물은 2차 세계대전 말엽에 일본인이 축조한 군사시설로 일본의 한국침략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군사시설물이다. 바로 근접해 똑같은 방공포대가 있었지만 2018년도에 철거 돼 현재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방공포대다. 일본의 한국침략을 보여주는 남부지방의 유일한 포대로서 보존가치가 매우 크다.

현경면 송정리에 있는 일제강점기 비행기 격납고
현경면 송정리에 있는 일제강점기 전투기 격납고

◆일제강점기 전투기 격납고…전남지역 유일

일본이 전남 서남해안 일대를 태평양전쟁 말기 군사 거점지역으로 잡아 제주도에서처럼 지하벙커, 비행기 격납고 등을 무안군 현경면 일대에 건설했다. 전남 서남해안 일대는 제주도와 함께 연합군이 일본 본토로 진격하는 길목을 지키는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졌다.

일제가 건설한 격납고 6기가 남아있다가 최근 1기가 훼손됐다. 건립 시기는 1943년부터 1945년 해방 직전까지로 추정된다. 현재 모두가 개인 사유 경작지에 위치하고 있다.

전남지역의 유일한 일본군 전투기 격납고다. 흔히 볼 수 없는 격납고라는 존재만으로도 관찰 및 보존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는 무안군에 2곳에 군용비행장을 건설했는데 한곳은 현 망운면에 있는 무안국제공항 자리이며 다른 한곳은 현경면 평산리 일대다. 망운 비행장은 당시 건설이 완료돼 잠시 사용을 했었고 현경면 비행장은 건설 마무리쯤에 전쟁이 끝나 완성이 되지 못했다.

항공사진 측정 상 미완성 공항 활주로 길이는 약 2.15km, 망운공항은 약 1.8km로 나타났다.

당시 비행장 건설에는 많은 무안 주민들이 강제로 동원됐다. 그 시기는 1943년에서 1945년 해방 직전까지였다. 이처럼 무안군 지역에 일본군에 의해 군사비행장을 건설했으며 그와 함께 비행기를 보관하기 위한 격납고도 건립했다.

전면 가로 15~20m, 길이 14~16m, 높이 3m 내외의 타원형인 격납고는 생긴 모양의 특수성으로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활용 면에서도 이벤트성 농산물 판매장, 공연, 청소년 캠프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현경 격납고와 유사한 남제주 격납고가 2002년에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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