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 고수’ 할머니들이 만든 진짜 ‘전통 쌀엿’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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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 고수’ 할머니들이 만든 진짜 ‘전통 쌀엿’ 인기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4.02.28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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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넘는 역사 살려 마을 특산품 생산…몽탄면 봉명리 노송정마을
농한기 소득·우리농산물 소비·일자리 창출…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황토골 무안 농어촌 이야기…"무안에서 행복을 찾다!"

“이 마을에 시집온 새댁들은 엿 만드는 것부터 배웠어! 언제부터인진 몰라도 수백년 대대로 엿을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선물도 했지. 특히 신혼부부가 엿처럼 끈끈하게 백년해로하라는 의미로 결혼식 이바지 음식으로 많이 사용했다네...”

올해 84세 된 정영자 할머니는 몽탄면 봉명리 노송정마을로 시집온 지 60년이 훌쩍 넘었다. 이천 서(徐) 씨 자작일촌인 노송정마을에 발을 들이고 가장 먼저 배운 것이 엿 만드는 법이었다. 정 할머니는 지금도 엿을 만든다. 그때 그 방식 그대로...

무안군은 노송정마을이 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된 뒤 2009년부터 노인 소일거리 소득사업으로 전통 쌀엿과 조청을 발굴했다. 마을 아낙이면 다 아는 엿 제조법 그대로를 이었다.

전통 엿 만들기는 꼬박 이틀이 걸리는 고된 작업이다. 먼저 쌀을 잘 씻어 8시간 물에 불렸다가 시루에서 쪄내고 직접 기른 엿기름과 물을 썩어 항아리에 담아 이불로 덮어서 11시간을 발효시킨다.

구수하게 발효된 물을 짜내서 가마솥에 담아 새벽부터 끌이기 시작해 정오가 되면 끈적끈적한 조청이 된다.

조청을 1시간30분가량 더 졸이면 갱엿이 되는데 이 갱엿을 반복적으로 늘여 엿가락을 만드는 작업을 쐐기라고 한다. 쐐기를 통해 갈색 갱엿이 흰색으로 변하고 엿가락 속에 바람구멍이 숭숭 생겨나면서 바삭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노송정마을 쌀엿으로 탄생한다.

그저 밀고 당기기만 해서 바삭한 엿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요령이 있다. 밀 때도, 당길 때도 살짝 안으로 말아줘야 한다. 안으로 공기를 넣어 담아주는 것이다. 밀당 고수 할머니들이 만드는 바람구멍이 있어야 진짜 엿 맛을 낸다.

정미라 공장장은 “동네에서 생산되는 쌀 등 농산물을 소비하고 농한기 소득 창출과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삼조 사업”이라면서 “시골에서 자기 마을만의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몇 곳이나 되겠냐?”고 쌀엿 제조에 자부심을 보였다.

직접 농사지은 쌀과 엿기름도 직접 길러 안전하고 맛있는 노송정 쌀엿과 조청은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정미라(64) 공장장은 “노인들이 운영하다 보니 제품 홍보가 쉽지 않아 이직 매출은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사업을 시작한 뒤 마을 전체 가구당 80만원을 배당해 드렸다”면서 “여기에서 번 돈으로 용돈도 하고 마을 경로잔치에 보태기도 한다”고 말했다.

함께 엿을 만드는 정영자 할머니는 “마을에 90세 이상이 두 분이고 대부분이 나와 같은 80대”라면서 “장수마을이라는 칭송이 쌀엿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여러분도 많이 드시라”고 말하며 웃었다.

과학적으로 조청은 몸에 좋다. 조청은 ‘지을 조(造)’와 맑은 꿀을 뜻하는 ‘청(淸)’을 합한 말이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조청을 약재로도 사용했으며 ‘교이(膠飴)’, ‘이당(飴糖)’ 등으로 불렀다. 동의보감은 조청에 대해 ‘허약한 몸을 보(補)하고 기력을 돋구는 데 쓰이며,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조청은 피로회복과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는 성분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정영자 할머니의 말씀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엿처럼 끈끈한 이천 서(徐) 씨 자작일촌 노송정마을 아낙들이 만든 쌀엿은 “옛날 할머니가 만들어 주던 그 맛 그대로”라는 찬사를 받으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구입문의: 010-5945-8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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