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직업 ‘연근 농사’ 소득은 ‘달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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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 ‘연근 농사’ 소득은 ‘달콤’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4.03.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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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골 무안 농촌이야기…"무안에서 행복을 찾다!"
전통방식 국내최대 2만㎡ 논에서 연근 농사…일로읍 강성원 씨
최상품 연근 광주·전남 로컬푸드 7곳 납품…벼농사 소득 2~3배

“10여년 전만 해도 일로읍 인근에서 40농가 정도가 연(蓮) 농사를 지었습니다. 고령화와 고된 작업, 판로 미흡으로 지금은 저 혼자 연근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사질토가 아닌 간척으로 조성된 영화농장 논에서 자란 연근이 최상품인데 소득도 벼농사 두세 배는 거뜬합니다.”

강성원 씨가 김명진 이장과 함께 연근을 수확하고 있다.

일로읍 의산3리 돈도리마을에서 연근 농사와 6만6천㎡(100마지기) 벼농사를 짓고 있는 강성원(67세) 씨는 전통방식으로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품질의 연근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개(뻘)흙에서 나온 연근은 작업이 어려운 반면, 아삭아삭한 맛과 식감이 좋아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이 좋다.

서울에서 생활하다 30년 전 고향으로 내려온 강 씨에겐 아픈 기억이 있다. 간염균 보균자에서 간염 환자로 악화돼 간경화까지 이르렀던 그는 복수가 차고 황달, 식도 정맥류까지 와 30대 중반 젊은 나이에 고향 돈도리로 내려왔다. 어머님 집에서 기거하며 식이요법과 신앙으로 5년을 더 요양하고서야 복수가 빠지고 건강이 점차 회복돼 다행히 9900㎡(3000평) 논농사를 시작하게 됐다.

점차 농토를 늘려가던 그는 15년 전쯤 백련농사를 접하게 됐다. 정부의 백련클러스터 사업에 선정됐던 무안군이 백련 농사를 장려하면서 일로읍에서만 40농가 정도가 연 농사를 지었다. 연꽃, 연잎, 연근을 생산해 소득을 올렸지만, 물관리 등 연 재배가 쉽지 않고 소득이 보장되지 않아서 대부분 포기하고 연근 판매로 소득을 올리는 농가는 강 씨만이 유일하다.

그가 짓는 연근 농사만도 2만㎡(6250평)으로 규모가 상당하다. 같은 마을 김명진 이장과 함께 매일 아침 연근 수확을 벌이고 있다. 새벽 5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동안 평균 40kg 이상을 수확한다.

전통방식으로 전국 최대규모 연근 농사를 짓고 있는 강성원 씨.
전통방식으로 전국 최대규모 연근 농사를 짓고 있는 강성원 씨.

연근 수확은 인부를 사서 할 수도 없다. 2년 전에 외국인 3명을 불러와 일을 맡겼는데 30분 동안 한뿌리도 캐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포기하고 돌아갔다. 요령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연근 수확이다. 갰뻘흙 40~50cm 깊이에 가로로 누워있는 연근을 찾는 것도 힘들고, 손으로 개흙을 걷어내고 상처 없이 캐내는 것은 더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하루에 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무리다.

수확한 연근은 곧바로 세척한 뒤 부인 심점숙 씨의 꼼꼼한 선별작업을 거쳐 납품용과 가공용, 사료용으로 나눈다. 납품용은 광주·전남 7개 로컬푸드 매장의 진열대에 오르고 있다. 1kg 당 1만1800원에서 1만2800원을 받아 매일 40만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한다. 가공용은 분말로 만들어 판매하고 사료용은 흑염소 먹이로 쓴다. 이 흑염소는 앞으로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매년 한 여름인 8월 15일을 전후해 연근 수확이 시작되는데 연근을 다 캐기까지 7~9개월은 걸린다. 올해는 4월쯤 수확이 완료될 전망이다. 연근 수확이 끝난 논은 물관리에 들어간다. 물이 적으면 풀이 자라고 물이 많으면 오리가 내려앉아 피해를 준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물관리 비법이 그의 노하우다. 또 적당한 시비도 최상품 연근을 만드는데 빼놓을 수 없는 작업이다.

종근이 비싼 연 농사는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연근을 논에 재배하기 위해서는 종근, 비료, 퇴비, 정리 등을 미리 준비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수반된다. 특히 평당 1주를 심는다고 가정하면 1주당 8000원 정도 하기 때문에 3300㎡(1000평)이면 800만원이 들어간다. 대신 한번 종근을 심으면 이후엔 더 심을 필요가 없다. 연근 캐기 작업을 하면서 연의 촉이나 줄기를 개흙 깊이 심어주면 다음 해에 또 굵은 연근을 수확할 수 있다.

부인 심점숙 씨와 마을 아낙들이 연근을 선별, 세척하고 있다.

요즘 그의 연근 농사를 위협하는 가장 큰 훼방꾼은 바로 청둥오리다. 녀석들은 사람이 캐기 쉬운 부드러운 개흙에 뿌리를 뻗은 연근을 부리로 쪼아 상처를 입히고 끝내 먹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캐기 힘든 딱딱한 땅의 수확은 사람 몫이 된다. 폭죽도 써보고 그물도 쳐 봤지만 똑똑한 녀석들이 당하질 않는다. 오리와의 전쟁은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손으로 작업하는 전통방식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는 강성원 씨는 “제가 하지 않으면 연밭을 엎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지금은 정말 건강해 이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 “면적 대비 벼농사보다 2배 이상 소득을 올릴 수 있고 농한기에 주로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법 효율적인 농사”라고 말했다.

한편, 연근은 체내의 혈액을 깨끗하게 하는 등 혈관 기능을 좋게 하며 위 기능을 촉진시키는 뮤신이 풍부하고 몸에 쌓인 니코틴을 해독하는 타닌도 풍부하다. 식이섬유가 많아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설하는 효과도 있다. 비타민C도 많다. 연근의 해독 효과를 높이려면 갈아서 음료처럼 마시는 게 좋다. 피클이나 장아찌 등을 담가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는 방법 등 다양한 요리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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