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산티아고’ 무안의 시간 사이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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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산티아고’ 무안의 시간 사이를 걷다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2.04.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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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기획자 박혜진
문화예술기획자 박혜진
문화예술기획자 박혜진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 “우리가 예술을 통해 삶의 고통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는 일시적인 구원이다“라고 표현하였다. 그는 예술이 하나의 형이상학적인 활동이라고 했다. 이는 존재의 근본을 묻는 것으로써, 예술은 곧 철학적 행위라고 했으며 “구원의 표상이 종교에서 예술로 이행 한다”고 까지 언급하였다.

예술은 우리 삶에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일까?

필자는 문화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휴식이고 충전이라고 강력하게 말하고 싶다.

예술가가 아닌 보통사람이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하는 것은 음악회, 전시회,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을 관람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타자의 관점을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이야기 흐름에서 제시된 갈등구조를 통해 동질감을 느끼며 감정이 순화되는 것을 느끼기도 하며, 이를 통해 고통을 승화하기도 한다. 순수예술이던 대중문화이던 간에 거의 모든 예술작품은 은유( metaphor)를 통해 우리에게 그 이면의 뜻을 전달한다.

스코틀랜드의 사회인류학자인 프레이저(James George Frazer, 1854~1941)에 따르면, 예술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에서 출발한 제사행위와 함께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기원이 무엇이든 예술은 제사나 큰 행사로부터 일상의 작은 일까지 인류와 함께 해 왔으며 그러기에 인간의 정신세계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예술은 우리에게 결속과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등 다양한 치유적 의미와 효과를 가진다.

감정의 자극과 순화로 인한 치유

많은 예술가들은 사랑, 이별, 상실, 삶의 고통에서 출발하거나 그런 고통의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음 속 깊은 감정을 자극하게 된다. 슬픈 감정이 자극되면 눈물을 흘리고, 기쁜 감정이 자극되면 웃게 되는 과정에서 억눌린 감정이 분출되고 자연스럽게 순화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catharsis)’가 바로 감정의 분출과 그로인한 변화이다.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하면서 불안을 극복하고 상처를 극복하며 현재의 갈등을 해결 하도록 한다.

무의식 창조기능의 활성화로 인한 치유

추상화나 클래식 음악처럼 정해진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도 우리는 그 작품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 순간에 내면에 있는 무의식의 창조 기능이 자극을 받아 활성화되는 순간이다. 감동적이고 아름다움을 느낄 때의 자극, 그로인한 무아지경은 삶을 살아가며 힘든 일을 격을 때도 견뎌 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욕구 자극과 충동 발산으로 인한 치유

우리의 일상생활은 무의식의 욕구를 억압하며 현실의 제도와 규제에 따르는 건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무의식에서 기원한 예술은 우리에게 욕구를 상징적으로 자극하고 충동을 발산하게 하여 해소시켜 줄 수 있다. 이러한 해소과정을 통하여 자극된 욕구는 원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전향하게 하여 더 발전적이고 고차원적으로 승화(昇華, sublimation) 시키게 한다.

자기연관성과 자기성찰로 인한 치유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세상에 수많은 인생과 사건들은 만날 수 있다. 예술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감상자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자신의 내면을 돌이켜 보면서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하게 되는 ‘자기성찰’을 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예술가의 삶과 예술작품들을 자신들의 경험과 연결시키면서 ‘자기연관성’ 과정을 경험하고, 이는 곧 자신을 성찰하는 단계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심미적인 경험이 우리 삶까지 변화시키게 된다.

무안군오승우미술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

놀이로서의 예술 감상이 주는 삶의 치유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은 몰입(Flow)이다. 우리들도 말로써 표현하기 힘든 느낌과 생각들을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표현하며 안도감과 감정의 정화를 경험하면서 기분의 이완과 감정적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이 곧 몰입이며 삶을 치유하게 된다.

예술 감상은 일종의 놀이이다. 우리가 취미활동을 즐기는 것처럼 문화예술 활동은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한다. 인생을 즐기며 그러한 인생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 무안군오승우미술관의 전시에서 만난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예술이 주는 치유적이 효과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작가들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로 창조된 예술작품들 그리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찾아온 내면의 관찰과 변화를 경험했다.

기획전시 무안분청 ‘긴 호흡이 만든 시간 사이로 걷기’를 통해 도예 역사의 전통 그리고 무안의 지리적, 문화적 환경만이 낳을 수 있는 지역 특유의 독자적인 예술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초대전 ‘니체의 고양이’를 통해 잠시 여행자가 되어 작가와 함께 필자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무안의 역사와 문화,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우리는 위안과 위로 그리고 꿈을 향한 여행을 예술 산책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쇼펜하우어가 말한 예술이

철학적 행위라고 했듯이, 우리의 삶의 존재의 근본을 묻고 답을 찾아 떠나 보면 어떨까?

파울로 코엘류의 <연금술사>에서 주인공 양치기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아 떠난다. 연금술사가 말했던 것처럼 “행복이란 사막의 모래 알갱이 하나에서도 발견 될 수 있다”, 그리고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다”. 라 한다.

필자는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처럼 우리들도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우리 자신의 보물찾기 여행을 떠나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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