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여러분의 공동체는 안녕하십니까!(공동체활성화사업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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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여러분의 공동체는 안녕하십니까!(공동체활성화사업 그 후)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3.02.02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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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마을행복디자이너 어성준
전라남도마을행복디자이너 어성준
전라남도마을행복디자이너 어성준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그렇듯이 아는 사람만 알고 지내는 아파트나 또 마을에 별로 관심 없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고 위층 소음에 코를 씩씩 불어 댔던 일반적인 아파트공동체였다. 그래서 기존부터 아는 사람 외에는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았던 아파트가 우연한 기회를 맞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필요에 의해서 모이게 됐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형님으로 어머니로 누님으로 동생으로 이웃사촌이 되어갔다.

이웃사촌이 된 주민들의 역량을 토대로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해낸 경험은 주민들의 의식을 자극하게 됐고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하는 힘의 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조직된 주민들은 마을공동체활성화사업에 공모해 3가지 원칙을 가지고 3년간 예산을 지원받으며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됐으며 매우 뿌듯한 결과를 남겼다. 그 배경에는 계획단계에서 주민들의 논의를 통해 세운 3가지 원칙이 있었다. 주민들의 논의를 토대로 세운 3가지 원칙은 ‘첫째, 단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하지 않는다. 둘째, 적은 금액으로 다양한 계층을 셋째, 높은 분들은 초대하지 않는다’ 였다.

아파트에는 신혼세대부터 독거노인들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거주하기 때문에 한두 개 사업으로 사업비를 소진하게 되면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적은 금액으로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기획해 참여 동기를 제공했다.

기획단계에서 단 한명이라도 반대한다면 그들이 반대하는 프로그램은 하지 않기로 했으며, 철저히 참여하는 주민들이 행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2019년 ‘좋은 이웃 밝은 동네’ 버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을공동체활성화사업은 주민들 호주머니에 직접적으로 돈을 넣어줄 수는 없지만 돈으로도 살수 없는 이웃 간의 정을 느끼며 주민들을 마을의 주인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했다.

그동안 회색빛이었던 아파트 벽에 주민들이 직접 벽화를 그렸고 간이 의자를 만들어 오가는 어르신들에게 쉼터를 만들어 드렸으며 봄가을로 공터에 꽃을 심어 주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여름철에는 동네 울력으로 어르신들께 소일거리를 제공해드렸고 배움여행이라는 호사를 선물해드리는 등 참 많은 활동을 지원을 받으며 할 수 있었다.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참여하는 주민들과 참여하지 않더라도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주민 모두가 좋은, 사람 사는 맛을 느끼는 주민들이 마을의 진정한 주인임을 자각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마을공동체활성화사업 이후 필자는 선출직 출마로 인해 동네 이장과 아파트 동대표 직을 사임하고 후임 이장님과 후배 동대표들 또 주민들의 활동을 서너 발 쯤 떨어져 지켜보면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공터에 꽃밭을 손수 가꾸는 주민이 생겨났고, 스스로 게시판을 만들어 마을소식을 공유하기 시작했으며 마을제초 울력을 하는 등 주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예산이 투입되지 않아도 주민들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고 서로 십시일반 해 이웃과 함께 하는 법을 배웠으며 우리 안에 내제된 연대, 협력, 참여, 자치라는 사회적 자본을 현실 속에서 실행해내는 주민들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가 속해 있는 다양한 공동체! 그것이 마을일수도 있고, 운동모임일 수도 있고 학습공동체 일 수도 있는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공동체는 소속된 각자의 재능과 역할에 맞게 기여하면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분들이 한분 한분 모여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임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우리가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공동체에 소속된 이름 없는 주민들을 알아봐주지 못하는 점이다. 비록 그들의 참여가 저조할 지라도 그들을 알아봐주고 함께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해주어 그들만이 가진 재능을 발휘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또 공동체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들이 진정한 마을 또 공동체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거들어 주는 것이 공동체 리더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다소 조직력이 흐트러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사는 맛이 느껴지는,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마을로 변해 있는 지금 우리 마을공동체는 살아있으며 이름 없는 주민들의 단합된 힘은 참으로 위대했으며 멀지않은 미래를 상상하면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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