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의무자조금 출범을 위한 대의원 선거가 오는 6월 23일로 예정된 가운데 전국 최대 주산지인 무안지역에서 후보가 난립해 대의원 배출 무산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역 농민들은 “대의원 선출이 무산될 경우 그 책임을 농협과 양파관련 농민단체가 져야한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자조금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3일까지 양파의무자조금 대의원 선출을 위한 후보를 접수한 결과 무안지역에서 24명이 등록했다. 이 중 2명이 기탁금 100만원을 정해진 기간 내에 납부하지 않아 사퇴 처리돼 6월 10일 현재 22명이 등록한 상태다.

후보 명단을 살펴보면 무안지역 농협 조합장이 6명이고 나머지는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무안군지회와 양파마늘사단법인 소속 후보들이다.

당초 무안지역은 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양파마늘사단법인으로 농민단체가 양분돼 과열 우려가 예견된 데다 농협 조합장 6명이 뛰어들면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다른 지역구도 후보자가 배정인원을 초과해 접수하기도 했지만 조율을 거쳐 대부분이 배정인원에 맞추면서 무투표 당선이 확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하면 투표함은 봉인되고 선거는 무효가 돼 대의원 배출이 무산된다. 특히, 투표방식이 우편으로 치러져 직접 발송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농번기다 보니 투표율 50%를 넘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후보접수가 마감된 뒤 농협 조합장들과 전국양파생산자협의회, 양파마늘사단법인 관계자들이 지난 8일 1차 조율을 벌였지만 조합장들이 불참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농협 측에선 농림축산식품부와의 협의에서 (사)한국양파산업연합회가 자조금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대의원의 절반을 농협에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12자리 중 6자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무안군지회 회원 20여명은 지난 11일 오전 농협무안군지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유통조직인 농협이 대거 참여하는 것은 생산자 중심의 양파의무자조금 구성이라는 대의원칙에 어긋난다”면서 “농식품부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답을 가져온다면 의무자조금 탈퇴운동을 벌이겠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같은 날 선거가 치러지는 마늘의무자조금도 후보가 난립한 상태다. 120명 중 무안에 6명이 배정돼 8명이 등록했다. 조합장이 3명 마늘생산자협회 소속이 5명이다. 다행히 마늘자조금은 타협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파·마늘의무자조금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들이 조율에 성공해 22일까지 사퇴서를 제출할 경우 등록된 대의원을 무투표 당선으로 인정한다는 방침이지만 23일이 되면 개표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양파재배 농민 A모 씨는 “염불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만 눈멀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농협과 농민단체의 이전투구로 전국 양파 최대 주산지에서 대의원을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낯 뜨거운 일이 벌어진다면 응당 그 책임은 농협과 농민단체 집행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파의무자조금 대의원은 전국에서 120명을 선출하는데 전남에 50명이 배정됐다. 전국 양파 최대주산지인 무안군은 전체 대의원의 10%인 12명을 배정받았다. 신안군이 11명, 함평군이 9명, 해남·고흥군 각각 4명, 영광군 3명, 장흥군 2명, 기타 5명이다.

10일까지 사퇴한 후보는 기탁금 100만원을 100% 돌려받고 이후 사퇴한 후보는 선거준비에 소요된 비용을 제하고 기탁금을 돌려받는다.

서상용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