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은 평생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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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은 평생 배워야”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2.04.06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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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농어가 탐방 “농어업에서 희망을 찾다!”
노지채소로 높은 소득…해제면 유월리 이운병 씨

“새로운 농법이 나오면 빼놓지 않고 시도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직접 경험해야 나만의 비법으로 만들 수 있고 주위 사람들과 기술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성껏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희망은 놓지 않습니다.”

양파, 양배추, 월동배추 등 노지채소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있다. 평생 배우겠다는 자세로 성실하게 농사를 지어 주위의 인정을 받고 안정적으로 가정도 꾸리고 있다.

무안황토갯벌랜드가 내려다보이는 해제면 유월리 용산마을에서 농사짓는 이운병(54) 씨는 23년 전 서울에서 하던 봉제업을 접고 귀농해 지금은 4만6300㎡(1만4000평) 농지에서 주로 밭농사를 짓고 있다.

해제면 유월리 이운병 씨
해제면 유월리 이운병 씨

■귀농 23년 만에 2만6446㎡ 자경

스무살 젊은 나이에 돈을 벌기위해 서울로 올라갔던 이운병 씨는 서울살이 10년 동안 친누나, 부인과 함께 종업원 3명을 두고 봉제공장을 운영했다. 그럭저럭 수익을 올렸지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공장을 정리하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 해제면으로 귀농했다.

당시 귀농이 목적이 아니었지만 서울살이에 지친 몸과 마음은 그를 고향에 붙잡았고 그렇게 그는 농사꾼의 길로 들어섰다. 물이 없고 길이 나빠 남들이 벌지 않는 땅은 이 씨의 차지였고 어렵사리 시작한 농사는 참으로 고단했지만 의외로 매력이 있었다.

학창시절 부모님의 농사를 도왔던 경험이 그가 가진 전부였지만 처음 짓는 양파농사는 꽤나 쏠쏠한 소득을 가져다 줬다. 양배추, 월동배추 등 노지채소 위주로 농사를 지었는데 지인의 저온창고를 빌려 직접 매년 양파 7000망(20kg) 가량을 저장 하면서 어느 해는 그해 벌어들인 수입만으로 집을 짓기도 했다.

이 씨는 현재 4만6300㎡(1만4000평)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고 이 중 2만6446㎡(8000평)가 자경이다. 후계자 자금으로 땅을 구입했고 농어촌공사를 통해 매입하기도 했다. 아직 땅값을 다 치르지 않아 빚도 많이 남아있지만 본인과 가족 앞으로 된 농지는 그에게 큰 버팀목이다.

■양파값 폭락, 올해처럼 힘든 해 없어

“23년 농사 인생 가운데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처럼 힘든 해는 없는 것 같다”고 이 씨는 말한다.

지난해 중만생종 양파모종이 부실했고 조생이 잘 돼 그 어느 해보다 많은 1만9834㎡(6000평)에 조생양파를 심었는데 올해 가격이 폭락했다. 현재 660㎡(200평)당 100만원에 밭떼기 거래가 이루어지는 데 이 정도면 적자다.

양파를 저장했다가 출하할 때 20kg 망당 4000원을 받았던 적도 있다. 저장비용 2200원을 빼면 고작 1800원을 남긴 셈이다. 한때는 망당 2만8000원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농사가 망할 때도 또 흥할 때도 있는데 이운병 씨는 이러한 수급구조에 불만이 많다.

이 씨는 “농민들은 떼돈 벌려고 농사짓지 않는다.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수입을 원한다”면서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면 곧바로 수입해 떨어트리고 반대로 폭락하면 모른 체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에서 중요 농산물의 일정량을 공적으로 수매해 과잉생산 때는 격리를, 가격폭등 때는 방출하는 ‘농산물 국가수매제도’가 필요하다고 이 씨는 말한다.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통해 양파 대신 보리를 심은 밭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통해 양파 대신 보리를 심은 밭

■농사꾼은 평생 배워야

이운병 씨는 농촌의 얼리어답터(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입해 사용해보는 사람들을 뜻 하는 신조어)로 통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농법, 새로운 장비가 나왔다하면 먼저 시도해보고 사용해보는 스타일이다.

이 씨는 660㎡(200평)에서 평균적으로 양파 300kg을 생산한다. 준수한 성적인데 GCM농법, CPK비료 등 듣기에도 생소한 방식을 적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연작피해와 노균병 등을 줄이고 양파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4년 전엔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친구 5명과 후배 4명이 의기투합해 ‘농사로’라는 작목반도 결성했다. 코로나19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작목반원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때로는 토론도 해가며 열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운병 씨는 지난해부터 양파 대신 보리·밀·사료작물 등을 심으면 660㎡(200평) 당 40만원을 보조해주는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1200평에 보리를 심으면 해마다 240만원의 보조금이 3년 동안 나온다. 정부 시범사업인데 양파 과잉생산을 막고 연작피해도 줄일 수 있으며 자급량이 부족한 곡물과 사료도 생산할 수 있는 1석 3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운병 씨는 “인건비, 비료 등 농자재 가격이 올라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희망은 놓지 않는다”면서 “어려운 때도 있고 좋은 때도 있는 만큼 중만생종 양파가격은 꼭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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