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에 송아지 한 마리씩 출산…놀라운 수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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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에 송아지 한 마리씩 출산…놀라운 수태율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3.11.07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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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농어가 탐방=자가수정으로 원가절감…한우 번식우 전문 일로읍 정동일 씨
제39회 전라남도으뜸한우경진대회 송아지부문 최우수상 수상

“한우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소를 잘 키우기 위해 도둑질 빼고는 다 해본 것 같습니다. 한우 번식에 있어서 만큼은 최고의 명성을 얻고 싶습니다. 명성을 얻으면 돈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9월 열린 제39회 전라남도 으뜸한우 경진대회에서 송아지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일로읍 용산리 정동일(43세) 씨는 번식우만 전문으로 키우는 21년 차 축산인이다. 스물셋 젊은 나이에 송아지 두 마리로 축산업을 시작한 그는 지금 270여두를 사육하면서 ‘12개월 1산’이면 최고로 치는 한우 번식우 시장에서 ‘11개월 1산’을 달성한 실력 있는 축산인이다.

일로읍 정동일 씨
일로읍 정동일 씨

◆스물셋 젊은 나이에 송아지 두 마리로 시작

일로읍 토박이인 정동일 씨는 스물세 살 되던 2003년 뜻깊은 해를 맞았다. 그해 1월 1일자로 국도유지관리사무소에 취업해 준공무원 신분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신입치고 월급이 적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하던 축산업을 본인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600만원을 주고 바로 암송아지 두 마리를 입식했다.

직장에서 나오는 기본소득은 있었지만 축산기반이 없던 터라 트랙터도 없이 경운기 한 대로 축사 일을 해결해 나갔다. 이후 사룟값과 장비구입, 축사 확장에 꾀나 많은 돈이 투자되면서 그는 트랙터를 몰고 들판으로 나갔다. 하루 주간, 하루 야간, 하루 비번 순으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논 로터리, 양파 비닐씌우기 등 농기계 영업을 해 이를 감당했다.

정동일 씨의 자동 개폐형 축사
정동일 씨의 자동 개폐형 축사

◆직장 그만두고 전업 축산인의 길로

직장생활과 농사일, 축산업까지 도맡아 한지 10년, 그는 전업농의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어느덧 박봉이 되어버린 직장을 그만두고 한우를 사육하면서 덤프트럭 일과 장인어른의 도계 물류를 도우며 직장을 그만둔 빈틈을 메웠다.

정 씨는 그때가 지금까지 있어서 가장 힘든 시기로 기억한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축사를 넓히면서 금전적으로도 어려웠다. 특히 부인 고은(41세)씨와의 사이에 10년이 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 더 늦기 전에 시험관시술을 받으려고 서울까지 오르내려야 했다.

도계 물류를 마치고 새벽 네 시에 축사에 도착한 정동일 씨는 암소 한 마리를 붙잡고 “소로 꼭 성공하고 싶다. 나 좀 도와달라”고 말하면서 울었다. 이력제 번호 3125번인 이 암소는 한국 나이로 열다섯 살이 된 올해도 송아지 한 마리를 정 씨에게 안겨줬다. 10번째 출산이었다. 3125번은 무안군에서 가장 나이 많이 먹은 소로 현존하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 시험관시술로 얻은 10살 아들은 지금 그의 존재 이유다.

제39회 전라남도 으뜸한우 경진대회에서 송아지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정동일 씨
제39회 전라남도 으뜸한우 경진대회에서 송아지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정동일 씨

◆‘11개월 1산’ 수태율 높이는 그만의 비법

10월 말 현재 정 씨의 소는 총 276두다. 연말이면 300두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500두 규모 번식우 농장이다.

1년 동안 정동일 씨는 약 120두의 송아지를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그는 약 600번의 수정을 한다. 필요하면 아침저녁으로, 미심쩍으면 세 번 이상도 수정해 수태율을 높인다. 특히, 그만의 비법은 또 있다. 암소 100두를 경계 없이 일관 방목해 사육하는 방식을 쓴다. 암컷이지만 유독 배란 냄새를 잘 맡는 소들이 있는데 수컷처럼 올라타는 행위(마운팅)까지 하기 때문에 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배란 시기를 잘 포착할 수 있다. 칸칸이 가둬 키우면 이런 특징을 파악하기 어렵다.

또 10년 넘게 매년 수백 번씩 자가수정을 하다보니 난소를 손으로 만져보고 배란이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을 만큼 그는 높은 경지에 올라 있다. 그래서 그가 달성한 11개월 1산은 소의 임신기간이 약 285일인 점을 감안하면 무척 놀라운 수치다.

자가 수정을 통해 연간 수정료 3600만원을 절약하고, 수태시기를 한 달 앞당김으로써 사룟값 24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그만의 경쟁력이다.

또 하나 철칙은 근친 방지다. 값비싸고 좋은 정액을 마음껏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저렴한 정액을 쓰더라도 근친에 가깝지 않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 전라남도 으뜸한우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송아지 정액의 가격은 3000원에 불과했다.

목포무안신안축협이 운영하는 일로가축시장에서 수시로 최고가를 기록했고 암송아지와 수송아지 동시 최고가를 기록한 것도 그가 최초다.

정동일 씨는 “한일동물병원 임금기 원장님의 지도가 큰 힘이 됐고 목포무안신안축협에서 사양관리와 사료 급여, 조합원 복지까지 신경 써줘 이 자리에 온 것 같다”면서 “꿈의 500두를 이룰 수 있도록 부지런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동일 씨는 전라남도 으뜸한우 경진대회에서 받은 시상금 500만원 전액을 목포무안신안축협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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