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한우농가에 보급될 ‘명품 씨앗’ 무안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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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한우농가에 보급될 ‘명품 씨앗’ 무안서 탄생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2.02.10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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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농어가 탐방 “농어업에서 희망을 찾다!”
서남권 유일 보증씨수소 생산…몽탄 거기한우 고봉석 대표

“한우 사육을 시작하는 후계농업인들에게 솔직히 개량을 먼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개량하는 동안 돈이 안 되기 때문에 형편이 좋아지면 해도 늦지 않고, 개량된 소를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전남 서남권에서 유일하게 보증씨수소를 생산한 몽탄면 ‘거기한우’ 고봉석(64세) 대표는 “한우 개량은 멀고도 힘든 길”이라면서 “개량이 잘 된 소를 구입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최고의 기업 삼성을 스스로 나와 고향 몽탄면 구산리에 귀농한 지 17년 차인 고 대표는 한우 160마리를 사육하면서 무안·신안·목포·함평·영광 5개 군 중 유일하게 한우육종농가로 등록했고 올해는 최고의 영예인 보증씨수소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그가 생산한 ‘KPN 1444’의 정액 10만개는 우리나라 한우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몽탄면 거기한우 고봉석 대표
몽탄면 거기한우 고봉석 대표

■ ‘삼성맨’에서 ‘한우맨’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 삼성에서 근무했던 고봉석 대표는 2005년 47세의 나이로 부인 박금옥(63세) 씨와 귀농했다. 최고의 직장에 다닌다는 자긍심도 있었지만 IMF 당시 회사로부터 버림받는 동료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버려지겠지’라는 생각에 스스로 직장을 나와 귀농을 준비했다.

부부는 전국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리스트를 만든 후 한 달 동안 유명하다는 한우농장을 모두 둘러봤다. 견학 결과 한우농사의 바탕이 되는 암소집단이 우수할수록 안정적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내고 좋은 암소 만들기에 매진했다.

남들은 20~30년이 걸린다는 육종농가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8년 만에 전남 서남권에서 유일하게 육종농가 간판을 걸게 됐다.

■ ‘소결핵’으로 모두 살처분…인생 최대의 위기

하지만 육종농가에 선정된 2013년 예기치 못한 소결핵이 발병하면서 8년 동안 사력을 다해 개량한 우수혈통 한우 150마리를 모두 살 처분해야만 했다.

모든 것을 걸었기에 상실감도 컸다. 한우도 인생도 포기할까 고민하던 그에게 아내 금옥 씨는 “예순일곱까지는 한우를 키우려하지 않았느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라고 그를 토닥였다.

다시 힘을 낸 고 대표는 시세보다 2~3배 비싼 가격으로 개량이 잘 된 소를 확보해 희망을 이어갔다.

고봉석 대표가 생산한 'KPN 1444'
고봉석 대표가 생산한 'KPN 1444'

■ 서남권 최초 보증씨수소 ‘KPN 1444’ 탄생

재기한 지 5년째인 2018년 드디어 그가 생산한 ‘KPN 1444’가 당대검정우에 선발됐다. 전국 90여 육종농가에서 생산한 5000여마리의 송아지 중 300위 안에 고 대표의 송아지가 들어간 것이다.

당대검정우는 모두 같은 조건에서 6개월을 더 길러 이 중 상위 10%인 30마리만 후보씨수소로 선발된다.

‘KPN 1444’은 무난히 30위 안에 들었고 ‘KPN 1444’의 정액을 수정해 탄생한 송아지 80마리를 후대검정농가에서 길러 도축성적이 나오기까지 추가로 3년6개월이 더 걸렸다.

기나긴 인고의 시간 끝에 후보씨수소 30마리 중 도축성적이 좋은 15마리만이 보증씨수소가 된다. 이 중에서도 성적에 따라 A, B, C 등급으로 나뉘는데 고 대표의 ‘KPN 1444’는 영예롭게 A등급을 받아 5천만원의 장려금을 받을 예정이다. 후보씨수소가 되면서 받은 1천만원의 장려금까지 모두 6천만원을 받는다.

‘KPN 1444’는 앞으로 약 10만개의 정액을 생산해 전국 한우농가에 공급된다. 한우 등급의 기준이 되는 등심단면적, 도체중, 마블링, 지방두께 등에서 골고루 탁월한 성적을 거뒀다.

고 대표가 생산한 한우 중에선 ‘KPN 1444’의 뒤를 이을 후보씨수소가 1마리, 당대검정우가 2마리 더 등록돼 있어 앞으로의 낭보도 기대된다.

고봉석 대표는 “무안에서 태어난 ‘KPN 1444’의 ‘명품 씨앗’이 전국 한우농가에 공급된다니 꿈만 같은 일”이라면서 “우리나라 한우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좋은 씨수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2010년부터 주변농가 150여명이 참여하는 학습조직 ‘황금한우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해 농가교육과 견학, 물품 공동구매, 암소 초음파 진단사업 등을 실시해 지역 축산농가와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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