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농부의 시설채소농사 잘 짓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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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농부의 시설채소농사 잘 짓는 비결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2.08.03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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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농어가 탐방 “농어업에서 희망을 찾다!”
애호박·오이 생산해 목포공판장 출하…운남면 모청용 씨

“목포 농산물공판장에 매일 5톤 트럭 두 대 분량의 외지 농산물이 들어옵니다. 하루 2억 원 가량 되는데 1년이면 700억 원이 넘습니다. 인구 30만의 소비도시(목포·남악)가 있음에도 주변인 무안에서 공급하는 물량은 극히 적습니다. 시설하우스 재배를 통한 근교농업을 육성하면 농가소득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운남면과 현경면에서 2200평(7260㎡) 시설하우스 농사를 짓는 모청용(59) 씨는 “선충 방제와 토양 염류제거만 잘해도 시설하우스 농사의 절반은 성공”이라고 말한다.

노지 농사 38년, 시설하우스 농사 10년 경력을 갖고 있는 모 씨는 농업분야 석사학위를 취득한 인재로 온 가족이 목포대학교 생약자원학과를 졸업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시설하우스에서 애호박과 오이를 생산하는 모청용 씨
시설하우스에서 애호박과 오이를 생산하는 모청용 씨

◆등록금 5만7천원 못내 고교진학 포기

모청용 씨의 농사일은 일찍 시작됐다. 목포지역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지만 집안 형편이 워낙 어려워 등록금 5만7천원을 납부하지 못해 그의 학창시절은 빨리 끝이 났다. 친구들이 책가방을 들고 학교에 다닐 때 그는 삽과 곡괭이를 들고 들판을 학교삼아 농사일을 시작했다.

벼, 양파, 마늘, 고추, 수박 등 노지농사를 주로 했고 각종 즙을 내는 건강원과 목축업에도 뛰어들어 봤지만 고생한 것에 비해 큰 소득을 올리지는 못했다.

한해는 고추농사를 3000평(9900㎡) 지었는데 그때는 동네 인부들이 다 도와줬고 인건비도 저렴해 지을 만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농사짓기가 어렵게 됐다.

모청용 씨의 시설하우스
모청용 씨의 시설하우스

◆10년 전 시설하우스 농사 시작

그러던 그는 10년 전 처음으로 시설하우스 200평(660㎡)에 오이를 심고난 뒤 신세계를 경험했다. 정말 작은 비닐하우스였지만 1평(3.3㎡)당 5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게 되면서 그는 무릎을 ‘탁’ 쳤다.

이후 모든 자금을 끌어 모아 운남면에 1100평(3630㎡) 규모의 시설하우스를 지었다. H빔을 사용해 튼튼히 짓고 지하수를 이용한 수막난방 시스템을 무안에서 최초로 도입했다. 3년 전엔 현경면에 같은 규모의 시설하우스를 마련했다. 작물은 주로 오이와 애호박, 고추를 재배한다.

많으면 하루에 오이와 애호박 10kg들이 100박스를 생산해 목포 농산물공판장으로 출하하고 있다. 비쌀 때는 한 박스에 4만6000원을 받기도 했다. 그의 하우스농사는 한철이 아니다. 2월에 애호박을 심어 7월까지 수확한 뒤 8월 다음농사를 대비해 토양을 개량하고 9월엔 토마토를 심어 이듬해 5월까지 수확할 계획이다. 지속적으로 작물을 돌려짓기하기 때문에 농한기가 거의 없다. 몸은 고되지만 그만큼 소득은 높다.

애호박
애호박

◆석사학위 취득한 강한 학구열, 농사에 큰 도움

‘중졸’이었던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틈틈이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다니며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냈고 목포대학교 생약자원학과에 입학해 농업에 대한 학구열을 불태웠다. 부인 권영옥(57) 씨와 아들 기호 씨, 딸 태라 씨도 그의 뒤를 이었다.

온 가족 4명이 모두 목포대학교 생약자원학과를 졸업해 이슈가 되면서 전국적으로 매스컴을 타기도 했다.

모청용 씨의 학구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남대학교에서 식물생명공학분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위 논문의 주제는 ‘뿌리응애’ 1건과, ‘노균병’ 관련 2건으로 무안의 연작피해와도 관련이 높은 분야였다. 연구를 위해 장당 3만원 하는 전자현미경 사진을 1250장이나 찍을 만큼 의욕을 불태웠다.

석사학위자인만큼 그의 농사는 무척 과학적이다. 토양 내 선충은 방제 매뉴얼에 따라 주기적으로 꼭 제거한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총채벌레도 살충제로 잘 잡아야 한다. 특히 토양에 축적되는 염류를 제거해야 연작피해를 입지 않는다. 칼슘, 나트륨 등 염류를 제거하기 위해선 수산화칼륨과 EDTA(에틸렌다이아민테트라아세트산), 구연산을 비율에 맞게 주기적으로 주입해 중화시켜준다. 때문에 병충해로 갑자기 농사를 망치는 경우 없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무안 농가부채 9000억…근교농업으로 극복해야!

오이
오이

농협 감사를 7년 지낸 모청용 씨는 “무안지역 농민들이 진 농가부채가 9000억 원에 이른다”면서 “시설하우스 기반 확충을 통한 근교농업을 육성해야 고소득을 올려 부채를 변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포 농산물공판장에 매일 외지에서 5톤 트럭 두 대가 들어오는데 대당 1억 원의 농산물이 실려 있다. 목포와 남악신도시를 합치면 거의 30만 명의 소비시장이 있는데 무안군은 이 시장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안에서 애호박 농사는 모청용 씨가 유일하고 오이 농사는 너댓 농가에 불과하다.

모청용 씨는 “지역에서 소비하는 농산물조차 지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빈약한 시스템”이라면서 “정부에서 수급을 조절하는 양파, 마늘, 배추, 고추 등은 비싸면 수입해버리기 때문에 높은 소득을 올리기 어렵다. 시설채소 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하우스는 높이가 높고 통풍이 잘 될수록 좋다”면서 “재해 우려 때문에 160㎝로 높이를 제한하는 보조사업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 강한 파이프와 U볼트를 사용하면 태풍이나 폭설에 끄떡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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