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 종주국은 한국…일본 4대 분재대회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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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 종주국은 한국…일본 4대 분재대회 석권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3.12.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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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농어가탐방] 한국분재 자존심 지키는 한국분재문화연구원 문치호 원장
10cm 크기 ‘반려 분재’로 분재 대중화 이끌 터

“우리나라 분재는 3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조차 분재는 일본이 종주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분재를 대중화 시켜 ‘분재=일본’이라는 등식을 깨고 싶습니다.”

해제면 양간로에서 대를 이어 한국분재문화연구원(구 해제분재원)을 운영하고 있는 문치호(53세) 원장은 우리나라 분재 역사가 3000년 이상이라고 말한다. 백제시대에 정원문화를 일본에 전수해 주면서 분재가 전파됐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에 한참 앞서는 역사를 갖고 있다. 일본 4대 분재대회를 석권한 문 원장은 분재 대중화를 위해 10cm 크기의 ‘반려 분재’를 보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분재문화연구원 문치호 원장
한국분재문화연구원 문치호 원장

◆아버지 故 문형열 옹 도우며 자연스럽게 분재 입문

1960년 해제분재원을 개원한 문형열 옹은 우리나라 분재산업의 선구자로 유명한 분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분재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는 문치호 원장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군대를 제대하고 곧바로 분재원 일을 도왔다.

사회생활 없이 분재라는 예술세계로 뛰어든 그는 늦게 공부하면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고 대학에 강의를 나갈 정도로 현재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됐다.

작품활동을 하면서 그가 넘어서야 할 가장 큰 산은 아버지였다. 좋아하는 소재 나무나 작품의 스타일이 비슷해 그만의 예술세계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서른두 살 되던 해부터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세계로 눈을 돌렸다.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의 분재원 중 80%는 그가 섭렵했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 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유럽까지 그가 가보지 않은 분재 국가는 거의 없다.

11월 신안군에서 열린 대한민국분재대전 대상 작품(60년 된 곰솔)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

좋은 분재가 탄생하기까지 50년에서 100년이 소요된다. 투자 기간이 길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는 항상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다. 아버지 문형열 옹도 어머니가 막노동을 해 가며 가정을 건사했기에 작품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

“상업분재를 했으면 돈은 되었겠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분재 하나에 몇천만원 몇억도 받을 수 있지만 가문의 작품이라 쉽게 팔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문치호 원장은 2014년 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만든 귀한 작품 500여점을 무안군에 기증했다. 무안황토갯벌랜드에 분재역사관이 지어졌고 故 문형열 옹의 특별전시실도 마련돼 있다.

분재 강국 일본 아풍전에서 문치호 원장이 외국인 최초로 대상을 수상했다.
분재 강국 일본의 아풍전에서 2019년 문치호 원장이 외국인 최초로 내각총리대신상을 수상했다.

◆일본 4대 분재대회 석권…열도 충격에 빠져

세계적으로 분재 예술 강국인 일본의 4대 분재대회를 석권한 문치호 원장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해외에서 분재 예술 작가로서 명성이 높다.

문 원장은 지난 2015년부터 국풍전 내각총리대신상, 소품 페어전인 아풍전 내각 총리대신상, 대관전과 청수전 등 4개 대회에서 수상하며, 일본 분재대회 그랑프리를 기록했다. 아풍전 대상은 외국인 최초 수상으로 분재 강국 일본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올해 5월 있었던 보성세계차엑스포 분재대전에서 섬향나무로 대상을 수상했고 11월 신안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분재대전에서도 60년 된 곰솔로 대상을 수상했다.

문치호 원장이 보급에 나선 '반려분재'
문치호 원장이 보급에 나선 '반려분재'

◆10cm 크기 ‘반려 분재’ 보급 나서

문치호 원장은 외출이나 여행을 할 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반려 분재’를 상상했다. 10cm 크기로 휴대할 수 있는 분재. 이미 그 상상은 현실이 됐다.

문 대표의 꼬마 분재들은 지난 5월과 6월 순천만정원박람회와 보성차 세계월드대회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에게 큰 이목을 끌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10cm도 안 되는 나무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느냐. 일반인도 이렇게 집에서 키울수 있느냐”고 문 원장에게 물었다.

“화분 크기가 적어도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없고, 몇가지 신경만 쓰면 나무의 손상없이 휴대도 할 수있다”고 문 원장은 설명했다. 분재 대중화를 목표로 판매되는 꼬마 분재 가격은 5천원에서 3만원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문치호 원장은 “특정인만이 아닌 일반인들도 생활 속에서 가까이 분재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재를 사랑해 주면 분재 종주국은 일본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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