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어종 바리류 종묘생산 세계최고 기술력 인정”
상태바
“고급어종 바리류 종묘생산 세계최고 기술력 인정”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1.11.03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도농어가 탐방(10)] 하이브리드종 개발 성공…현경 청솔수산 윤낙진 대표

“너무 비싸서 먹기 힘든 횟감의 대명사 ‘다금바리’를 광어보다 조금 더 주면 먹을 수 있는 시장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kg의 성어가 되려면 4~5년 걸리는 성장속도를 4~5배 빨리해 1년이면 생산할 수 있는 품종을 개발했습니다. 고수온에 강한 바리류가 앞으로 보편적인 횟감으로 성장하고 수출 전략품목이 되길 기대합니다.”

현경면 청솔수산 윤낙진 대표
현경면 청솔수산 윤낙진 대표

무안군 현경면 송정리에서 어류종묘를 전문 생산하는 청솔수산 윤낙진(58세) 대표는 “바리류가 너무 비싸게 유통되다 보니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서민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시장구조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수수산대학교 1회 졸업생으로 양식을 전공했던 윤 대표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 나주에서 양식사업을 시작했다. 메기, 동자개 등 토종 민물고기를 양식하다가 2002년 꿈의 어종 붉바리 양식을 목표로 무안군 현경면 바닷가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청솔수산
청솔수산

돌돔, 숭어 종묘생산을 시작하면서 그는 국내에서 어느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바리류 종묘생산에 도전했다. 고급어종인 붉바리, 자바리(다금바리), 능성어 같은 바리류는 종묘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당시엔 없었다.

2005년 낚시로 잡은 원종 성어 매입을 시작으로 험난한 그의 여정이 닻을 올렸다. 암컷에서 얻은 알에 수컷의 정자를 수정시켜 치어를 부화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문제는 적당한 먹이가 없어 치어 폐사율이 99%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연구에 몰두한 윤 대표는 6년만인 2011년 드디어 먹이 생물 개발에 성공해 붉바리 종묘 생존율을 30%까지 끌어 올렸다. 대량생산에 성공해 상업화의 길을 연 것이다.

대왕붉바리 치어
대왕붉바리 치어

바리류 양식의 세계적 선진국인 대만 수출을 시작으로 중국에도 청솔수산 종묘가 수출되는 경사를 맞았다. 특히 바리류 양식의 원조 격인 대만 수출을 이뤄낸데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청솔수산은 새로운 고급어종을 개발해 해외 수출 길을 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산종묘 생산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통관이 지연되면서 80만미, 약 16억원 상당의 종묘가 얼어 죽는 피해를 당하기도 했고 자존심 강한 대만에서 갖가지 이유로 통관을 지연시키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지난해 통관 지연으로 수출물량의 절반이 죽어나가기도 했다.

생각만큼 수출시장이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는 주문 생산방식으로 꾸준하게 일정 물량을 해외에 보내고 있다.

붉바리
붉바리

청솔수산은 목포대, 순천향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할 만큼 수산종묘 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종묘 생산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6년엔 성장이 4~5배 빠른 붉바리‧자바리 하이브리드 품종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고급 횟감으로 알려진 자바리와 붉바리를 성장이 빠른 대왕바리와 교배해 새로운 하이브리드 품종인 ‘대왕자바리’ ‘대왕붉바리’를 세계 최초로 생산했다.

하이브리드 품종의 맛과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동남아의 타이거 하이브리드와 비교한 시식평가에서 붉바리 하이브리드가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동남아 수출 전략품목으로 성장가능성을 입증했다. 청솔수산이 현재 생산하고 있는 붉바리 종묘와 하이브리드 종묘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수출해 현지에서 길러 판매하고 있다.

특히 윤낙진 대표는 국내 양식 및 소비시장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바리류가 너무 비싸게 판매되면서 소비량이 많지 않아 바리류 양식 산업도 발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왕붉바리
대왕붉바리

그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품종을 양식하면 생산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판매가의 반값 아래로 손님상에 올릴 수 있다.

윤 대표는 비싸서 못 먹고, 안 먹어서 생산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일념 하에 직접 양식을 시작해 내년쯤에는 국내 시장에 내 놓을 계획이다. 고급어종 다금바리를 광어보다 조금 더 주면 먹을 수 있는 날이 곧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대왕자바리
대왕자바리

상태가 좋지 못한 제품은 판매하지 않고 양식업자를 장사의 대상이 아니라 사업파트너로 생각하고 같이 성장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청솔수산을 운영하고 있는 윤낙진 대표는 “바리류가 고수온에 강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품종”이라면서 “특히, 하이브리드 품종은 동남아 수출전략 품목으로 육성할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한편, 청솔수산은 바리류 중 일본에서도 종묘에 성공하지 못한 붉바리 종묘 신기술로 특허를 보유하는 등의 성과로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으로부터 수산신지식표창을 받았으며 2015년 해양수산부장관상, 2019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