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 하나에 5000원…전국 최고명품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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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 하나에 5000원…전국 최고명품 생산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2.11.29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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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농사 59년 ‘단감 마이스터’ 현경 현화농장 진일장 대표

“작물의 생리를 알아야 명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꼭 필요한 때 양분을 공급해 줘야 하는데 필요하지 않은 시기에 주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됩니다. 특히 제초제는 감 농사는 물론 과수 농사에서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당장 나무는 죽지 않더라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표토의 나무뿌리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아 좋은 과일을 생산할 수 없습니다.”

현경면 현화리에서 단감을 생산하는 ‘현화농장’ 진일장(78세) 대표는 올해로 59년 째 감 농사에 종사해 온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다. ‘태추’라는 품종의 단감 하나에 5000원을 받을 정도로 ‘마이스터 진일장 명작 단감’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마이스터대학 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치면서 전국 수많은 감 농가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장인(匠人) 이다.

신품종 현장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진일장 대표(마이크 착용)
신품종 현장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진일장 대표(마이크 착용)

◆조실부모하고 18세 나이로 생업에 뛰어들어

함평군 엄다면이 고향인 진일장 대표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열일곱 살 되던 해 큰형의 처가인 무안군 현경면으로 이사 왔다. 당시 일곱 살이던 동생과 함께 큰형 집에서 생활하면서 곧바로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마다 않고 어떠한 일이던 하다가 열아홉 나이에 ‘새농민’이라는 잡지를 보고 무작정 충북 옥천으로 떠났다. 과수 묘목으로 성공하고 있는 이현성 원장을 찾아가 3년 동안 돈 한 푼 받지 않고 접목 등 나무 키우는 기술을 배웠다.

200과 중 150과가 상품성이 좋은 감이 생산된다는 현화농장
200과 중 150과가 상품성이 좋은 감이 생산된다는 현화농장

◆660㎡에 감나무 심어 1년 연봉 벌어

스물한 살 경 다시 현경으로 내려왔고 형에게 밭 660㎡(200평)을 빌려 그동안 배운 기술을 토대로 감나무를 심었다.

당시 망운 톱머리엔 일본사람들이 심은 ‘오베니’라는 품종의 단감이 생산됐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였던 터라 절대 접수(椄穗)를 판매하지 않았다. 그런데 망운 부자로 소문난 한 사람이 많은 돈을 주고 접수를 사왔고 마침 진 대표가 심어놓은 감나무를 접목(椄木)으로 쓰기위해 모두 매입해 갔다. 200평에 심어놓은 감나무 값으로 당시 20만원을 받았는데 하루 품삯이 1000원이던 때라 품팔이꾼 1년 연봉과 맞먹는 큰 금액이다.

과수로 돈을 벌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진 대표는 큰형에게 배 농사를 권유했고 본인도 함께 뛰어들었다. 그러던 와중 이웃마을 처자와 결혼도 하게 됐고 처가 땅 9900㎡(3000평)를 할부로 사들여 농사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배 농사는 실패했다. 태풍에 배가 하나도 남아나질 않았다.

포장 작업
포장 작업

◆배울 데 한곳 없었지만 다시 감 농사로

진 대표는 다시 감 농사를 시작했다. 묘목은 해봤어도 감 농사는 처음이라 아는 것이 없었다. 큰 서점에서 감 농사와 관련된 책을 어렵게 구입했는데 일본 과수책을 베낀 수준이었다. 모든 조건이 일본에 맞춰져 있었고 심지어 소개된 약도 국내엔 없는 일본제품 이었다.

그 때부터 그는 백지상태에서 감 농사를 스스로 지어가며 터득했다. 시행착오는 당연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무에 좋으라고 한 작업들이 오히려 독을 준 것과 같았다. 정말 필요한 시기엔 비료를 주지 않고 주지 않아도 되는 때는 과다하게 줬던 것이다.

좌충우돌하면서 감 농사는 이어졌고 1975년을 전후해 ‘서촌조생’이라는 극조생 단감 종자를 재배하면서 그는 성공가도에 올랐다. 추석 전에 생산되는 서촌조생은 말 그대로 금값이었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비싸게 팔렸는데 단감 100개 한 접이 쌀 세가마니 값이었다. 진 대표의 성공이 계기가 돼 현화리 야산 밑은 온통 감 밭으로 변했다.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는 진일장 대표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는 진일장 대표

◆초등학교 졸업생이 대학 교수로 출강

어려웠던 가정형편 탓에 초등학교 졸업이 그의 최종 학력이다. 그러나 흥미롭게 여겼던 감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항상 연구하며 평생을 살아온 끝에 마이스터대학교 교수로 출강중이다.

2013년 고시보다 어렵다는 ‘마이스터’ 시험에 합격한 그는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감 농사를 10년, 20년 지은 농부부터 대학생, 귀농인까지 2개 반 20명을 토요일과 월요일, 그의 농장에서 직접 교육하고 있다. 또 청강생 20명도 함께 강의를 받는다. 그가 받는 강사비는 시간당 10만원, 하루 8시간에 80만원, 1주일에 160만원을 주급으로 받는다. 또 강의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을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2과 5kg 상품 납품가가 6만원이다.
12과 5kg 상품 납품가가 6만원이다.

◆태추 단감 하나에 5000원…전국 최고가

진 대표가 생산한 단감은 ‘마이스터 진일장 명작 단감’이라는 브랜드로 전국 최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5kg 한 박스에 12개가 들어가는 ‘12과’ 납품가는 개당 5000원인 6만원이다. 인터넷에선 7만원에 판매되고 모 백화점에서 낱개 포장으로 1개에 1만원에 팔린다. 당도가 배보다 높은 17브릭스를 넘고 표피도 티 하나 없이 매끈하다.

태추 감나무 한 그루에서 단감 200개가 열리는데 이 중 50개는 상품성이 없고 150개는 상품성이 있다. 평균 잡아 감나무 한 그루에서 50만원 소득이 가능하다.

◆마이스터 진일장이 전하는 몇 가지 노하우

진일장 대표는 시의적절(時宜適切)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중요 키워드라고 말한다. 작물의 생리를 알면 언제 어떠한 영양소를 공급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특히 태추의 경우 과육이 부드럽고 단 만큼 과피도 부드러워 병과 충에 약하다. 그렇다고 병을 잡기위해 약을 과하게 쓰면 표피가 검게 변해 상품성이 떨어진다. 진 대표는 벌레가 먹더라도 아주 약하게 약을 처방하라고 권한다.

배보다 단 17브릭스 당도의 현화농장 태추 감
배보다 단 17브릭스 당도의 현화농장 태추 감

또 비료 공급역시 흡수가 잘되는 ‘킬레이트화’ 된 비료를 잎의 양분이 떨어져가는 시기에 아주 약하게 엽면시비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비료에도 약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 그가 과수원 3만3000㎡(1만평)에 연간 사용하는 킬레이트화된 비료는 5~10kg 들이 10포 남짓이다.

또 퇴비는 꼭 빗물이 잘 들어오는 나무와 나무 사이 중간에 쌓아 놓을 것을 권한다. 비료를 펼치면 펼치는 순간 좋은 성분은 하늘로 날아버리기 때문이다. 항상 퇴비가 촉촉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관리하면 비가 올 때 좋은 성분들이 땅으로 흡수돼 농사가 잘 된다.

진일장 대표는 “일본 품종인 태추는 일본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한 것이 더 맛있다. 단 맛은 기온이 20~26도 사이가 오래 유지될수록 강해지기 때문”이라면서 “30도 이상의 날씨가 많으면 과실은 큰데 단맛이 적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그중에서도 무안이 감 농사에 상당히 잘 맞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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