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농민운동가에서 유기농업 전도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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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농민운동가에서 유기농업 전도사로
  • 서상용 기자
  • 승인 2022.11.02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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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농어가 탐방 "농업에서 희망을 찾다!"
전남 유기농명인…현경 ‘행복한고구마’ 김용주·이정옥 부부

“유기농업은 유기농산물을 사 먹는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고 생산자의 도덕성과 양심을 지키는 가치 있는 농업입니다. 농부도 행복하고, 소비자도 행복하고, 살아나는 자연 생태계로 온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공익적 자산이라는 생각에 ‘행복한고구마’로 브랜드 이름을 지었습니다.”

현경면에서 유기농고구마를 생산하는 ‘행복한고구마’ 김용주(69세)·이정옥(68세) 부부는 40년 넘게 친환경으로 고구마를 재배하면서 최고 연매출 23억 원까지 올린 성공한 농업인이다. 농민운동가에서 유기농업 전도사가 되기까지 농부로써의 양심을 지키며 소비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김용주(왼쪽) 이정옥(오른쪽) 부부
김용주(왼쪽) 이정옥(오른쪽) 부부

◆80년대 전국 농민운동 이끌었던 주역

한 마을에서 살았던 1년 차 김용주, 이정옥 씨는 1978년 결혼해 잠시 서울 살이 한 것을 빼고는 줄곧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기독교농민회 활동을 하던 남편 용주 씨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부상을 당하고 1988년엔 투옥까지 된 민주투사로 부인 정옥 씨도 같은 길을 걷는데 영향을 미쳤다. 정옥 씨는 1988년 무안군 고추파동싸움을 승리로 이끈 주역으로 전국여성농민회 초대 회장까지 역임했다.

농민의 고충을 잘 알면서 사회 부조리와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부부는 자연스럽게 친환경을 접하게 됐다.

◆1987년 시작된 친환경…고생길이었지만 성공의 발판

용주 씨가 기독교농민회 활동을 하면서 시작된 것이 농민운동만은 아니었다. 기독교농민회의 교육을 받고 1987년 처음으로 친환경농사에 도전했다. 이후 부인 정옥 씨가 농약중독 사고를 겪으면서 본격적으로 친환경농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짓는 법을 연구하면서 발효퇴비도 직접 만들어가며 어렵사리 농사를 지었다. 퇴비 뒤집는 일이 힘들었던 정옥 씨는 남편을 원망하기도 많이 했다.

1993년 경 장성한마음공동체 남상도 목사가 고구마 다섯 개를 소중히 싸와 부부에게 전달했다. 각기 다른 품종으로 부부는 증식을 시작했고 ‘수’라는 품종을 집중 재배했다. ‘수’는 그동안의 품종과 차원이 달랐다. 깨끗한 표피에 뛰어난 맛으로 인기를 끌었고 부부의 농사가 고구마에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부부가 농사 짓는 현경면 오류리 고구마밭
부부가 농사 짓는 현경면 오류리 고구마밭

◆전국 최초 친환경인증 고구마 탄생

부부가 생산한 고구마는 유기농 인증을 충분히 받을 만 했지만 1996년까지 고구마는 품질인증제도의 고시품목이 아니어서 등록하지 못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고구마가 고시품목이 되고 드디어 유기농 인증을 받게 됐다.

2003년 벤쳐농업대학을 다니면서 ‘행복한고구마’ 브랜드를 런칭하고 홈페이지 구축, 고구마축제 개최 등 소비자와 더 가까워지는 지속가능한 고구마농사를 꿈꾸게 됐다.

◆‘행복한고구마’만의 농사비법 정착

부부는 청정 무안 황토에서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유기농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다양한 유기농법을 고안했다. 특히 멸치액젓에서 추출한 부산물과 숯, 쌀겨 등에서 나온 다양한 광물을 활용한 천연자재로 유기질 퇴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용주 씨는 2011년 전라남도 유기농명인 6호로 지정됐다.

또 선정이 까다롭다는 신지식인에 부부가 모두 선정되기도 했다. 남편은 유기농업과 고구마 종자 분야에, 아내는 농산물 유통과 마케팅 분야의 기술을 인정받았다.

행복한고구마 저장·유통창고
행복한고구마 저장·유통창고

◆전국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매김

‘행복한고구마’에서는 24ha(8만여 평)의 넓은 땅에 100% 유기농 고구마만 생산한다. 매년 적게는 500톤, 많게는 700톤을 생산해 최고 23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시기마다 나오는 품종별 다양한 고구마의 맛은 입소문을 타고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생산량의 70% 이상이 백화점으로 납품되고, 기타 인터넷 거래 등에서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다. ‘샛별 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가 창업 당시 첫 고구마로 선택한 곳이 ‘행복한고구마’일 정도로 브랜드 파워 1등을 자랑한다.

◆혼을 불어 넣을 때 모든 것이 성장

부부는 앞으로 고구마 판매·체험장을 현경면 오류리 유통센터 2층에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곳에선 고구마와 군고구마, 고구마 칩 등 가공식품도 판매하고 각종 체험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용주·이정옥 부부는 “자기의 역량과 재능대로 농업을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다. 이것이 농업의 조화로운 발전에 기여한다고 본다”면서 “자기 농장에서 하는 대표 품목에 대해서는 생산하는 것에서 노하우를 발견할 때까지 몰두하기를 권한다. 자기만의 상품을 만들고 혼을 불어넣을 때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성장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부부는 어려운 학생과 이웃을 위해 매년 승달장학금과 고구마를 무안군에 기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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