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산 김이 들어가지 않으면 김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안에서 생산된 김의 65~70%는 외지로 나가는데 주로 해남이 소비처입니다. 품질 좋은 무안산 물김을 무안에서 다 가공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30년 전 귀어한 해제면 도리포어촌계 이길용(61세) 어촌계장은 300책의 김을 양식해 매년 2억에서 2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순 소득으로만 봐도 억대연봉이 넘는 그는 무안 김 가공산업이 자꾸 쇠퇴해 안타깝다고 말한다.
◆청계 복길은 우리나라 현대식 김 양식의 산실
김은 조선 인조 18년(1640년) 광양군 태인도에서 김여익이라는 어부가 바다에 떠다니는 나무에 김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지주를 세워 처음 양식했다. 진상되어 임금이 맛을 보게 되었는데 음식의 이름을 물어도 아무도 대답하는 자가 없었다. 한 신하가 “광양 김 아무개가 만든 음식”이라고 말하자 왕은 “앞으로 이 바다풀을 ‘김’이라 부르도록 하라”고 해 그때부터 김이 되었다고 한다.
현대적 김 양식의 역사에서 무안은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1960년대 중반 김 양식기술이 청계면 복길리에 전해진 뒤 지금도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이본조 방식이 1975년 경 복길리에서 탄생했다. 지주 한 개에 김발을 다는 일본조 방식에서 지주 두 개에 김발을 다는 이본조 방식을 최초로 고안했다. 김 인공채묘기술도 수산진흥원보다 먼저 성공했고 채취선에 설치된 일명 ‘피아노식 채취기’도 복길리에서 최초로 고안될 만큼 무안은 김 양식의 판도를 바꿨다.
이곳에서 시작된 기술이 전국으로 퍼졌는데 군산수산대 학생들도 복길리에 마련된 공동합숙소에서 기술을 배워갈 정도였다. 복길리에서 현대화된 김 양식은 해제면과 영광, 나아가 충청도로 확대됐다.
◆좋은 갯벌·지주식 방식, 전국 최고의 김 생산
무안 지주식 곱창 김은 전국 최고의 김으로 대접받고 있다. 영양분이 풍부한 부드러운 갯벌에서 자라고 특히, 물위에 항상 떠 있는 부유식 보다는 햇빛을 훨씬 많이 받는 지주식을 활용해 맛이 좋다는 평가다. 김 고유의 향긋한 냄새가 강하고 윤기가 흐르며 생으로 먹으면 단맛이 느껴진다.
특히, 도리포를 중심으로 한 무안해역은 최고로 치는 곱창김 주산지다. 완도·진도·해남 등 남해안지역은 10~11월 약 20일 가량만 1~2회 곱창김을 채취하는데 무안은 2월까지 5~6차례 채취할 수 있다. 찰김(김밥용 김)이 1이면 돌김은 2, 곱창김은 2.6배의 가격을 받는다.
2022년 4월 열린 제1회 전남 으뜸 김 품평회에 출품된 45개 제품 가운데 해제면 세일수산영어조합법인에서 출품한 잇바디돌김이 여러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해 1위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안 김 가공산업 갈수록 쇠퇴
하지만 무안 김 가공산업은 갈수록 쇠퇴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곳이던 김 가공공장이 현재는 해제면에 두 곳만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무안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김의 65~70%는 외지로 팔린다. 주로 사가는 곳은 해남군인데 대형화, 현대화 된 김 가공공장이 많기 때문이다.
해제면 도리포 토박이로 30년 전 귀어해 김 양식을 시작한 이길용 어촌계장은 현재 300책의 김을 양식하면서 억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길용 어촌계장은 “품질 좋은 무안산 물김을 소비할 수 있는 공장이 무안에 많이 있어야 한다”면서 “무안만의 고급 브랜드를 정착시키면 김 가공산업과 어민들의 소득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2월 15일 기준 무안지역에서는 13개 어촌계 155어가에서 2204톤의 물김을 생산해 41억6246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해제를 중심으로 한 도리포어촌계(50어가), 서북어촌계(48어가)가 98어가로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