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안뉴스 칼럼]꼰대가 아닌 촌장이 많은 마을공동체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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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신안뉴스 칼럼]꼰대가 아닌 촌장이 많은 마을공동체를 꿈꾸다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1.02.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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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 사무국장 서정찬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게 ‘가르침’이다. 이는 기성세대가 삶을 통해 터득한 지식을 새로운 세대에게 물려주는 방편이었다. 이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삶 속에서 공동체 문화가 계승되고 발전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건 이제 박물관에나 전시될 말이 돼버렸다.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농촌의 중심지가 건물과 아파트로 인해, 그리고 중장비를 통해 1년만에도 주변 환경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우리는 실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발품을 팔고 인간관계를 통해 어렵게 얻을 수 있던 지식이 지금은 스마트기기를 이용하고 인터넷을 통하면 필요한 정보는 너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가르침’이라는 인간관계의 미덕이 ‘꼰대스러움’이라는 불편함으로 우리 일상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권위를 행사하는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뜻을 담고 있다고 정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에서 파생된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한 세대(30여 년) 이전의 농촌으로 되돌아가 보자. 새마을운동을 통해 마을환경이 급격하게 개선되는 시점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했고 이장이나 새마을지도자 등 소수의 리더에 의해 움직일 수 있었다. 이는 마을 주민이 ‘가르침’의 중심에 있던 소수의 촌장에 의해 움직여지던 시대였기에 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 시대에 촌장과 리더의 눈 밖에 나는 것은 마을공동체에서 왕따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농촌 마을은 급격하게 변해가고 있다. 마을 주민에게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마을에서 지도자를 했던 어르신뿐만 아니라, 농사를 많이 지어 재력이 있는 사람, 외부 단체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 귀농과 귀촌을 한 사람, 마을에서 가장 젊은 사람, 외부 교육과 TV 등 언론을 통해 많은 지식을 쌓은 사람, 결혼 이주 여성 등 가르침의 주체는 마을마다 다양해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강력한 소수의 촌장(리더)이라는 힘에 의해 마을이 움직여야 된다는 의식은 마을 주민 간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의식에 대한 변화가 더딤으로 인해 마을공동체가 갖는 힘은 파괴되고 미약해져가고 있다.

공동체 의식이 미약한 마을은 주민 간 불협화음이 많이 생긴다. 이로 인해 마을 리더의 활동은 제약이 되고 피로감은 배가 된다. 마을 주민은 소수 리더에 의한 마을 운영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 간다. 결국 마을공동체는 주민들 스스로가 희망보다는 절망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로 인한 농촌 소멸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워진다.

이제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가르침은 ‘꼰대스러움’으로 인식되는 시대이다. 마을 리더뿐만 아니라 주민이 함께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소수의 강한 리더십이 아닌 가치관의 다양성에 기반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가르침’은 어른과 선생만의 전유물이 아닌 정보를 가진 다양한 마을공동체 구성원들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과감하게 마을의 ‘촌장들’로 인정하여야 한다. 촌장이 많아진다는 것은 리더가 많아지는 것이고 마을의 발전 가능성이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1995년에 지방자치의 문이 열렸다면, 지금은 지방자치분권이 활짝 꽃을 피울 수 있는 시대이다. 마을 또한 이러한 자치분권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남녀노소 다양한 촌장들을 그 주인공으로 인정해야 한다. 촌장이 많은 마을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마을이고 열린 시각을 가지고 누구든 함께 살 수 있도록 포용하는 마을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마을이 되는 것이다. 무안의 행정리 417개 마을이 모두 다양한 촌장들로 넘쳐 희망을 꿈꾸는 행복한 마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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