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늘봄학교, 가정과 마을이 함께 하는 학교가 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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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늘봄학교, 가정과 마을이 함께 하는 학교가 늘 봄이다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4.02.0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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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 사무국장 서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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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누적 관람객 수가 천삼백만 명을 넘어섰다. 2시간 20분이라는 상영 시간 동안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무엇이 봄인지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누가 무엇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봄을 빼앗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 영화에 대한 여운이 아직도 식지 않은 우리에게 교육부가 ‘아이들의 봄’을 이야기했다. 바로 늘봄학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난제인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며, 세계 최고의 교육과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중 희망학생은 누구나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2026년까지 희망하는 초등학생 누구나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에 대한 근거로 2023년에 초등학교 학부모 8만9천여 명이 참여한 범부처 온종일돌봄 수요조사 결과를 이야기한다. 초등 돌봄 희망 응답자 중 81.4%가 학교 돌봄을 희망하였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 마을돌봄기관을 희망하는 비율은 14~16%로 나타났다. 그리고 최근 실시한 2024학년도 초1학년 예비 학부모 대상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 5만2천여 명 중 83.6%가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늘봄학교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는 학교를 가장 안전하고 신뢰가 있는 돌봄과 학습의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늘 따뜻한 공간이 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학부모가 그렇게 믿고 아이들을 맡기고 있는 학교는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가 되고 있는가? 정부가 말하고 학부모들이 믿고 있는 가장 안전하고 신뢰를 가진 학교가 보여주고 있는 몇 가지 지표를 들여다보자.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아동·청소년 삶의 질』 자료를 보면 자살률은 10만 명 당 2020년에 2.5명에서 2021년 2.7명으로 증가하고, 스트레스 인지율은 같은 기간 34.2%에서 38.8%로 증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청소년 자살률은 2017년 7.7명에서 2020년 11.1명으로 44%가 늘었으며, 같은 기간 10대의 자살 및 자해 시도는 2633명에서 4459명으로 69%나 치솟았다. 2021년에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에서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를 OECD 국가 간 비교 조사 결과 22개국 비교에서 우리나라는 최하위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시민을 키워내야 할 학교가 보여주고 있는 상기의 불행한 지수들이 모두 학교의 책임을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가정과 마을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학교는 우리 아이들에게 생명이 움트는 봄처럼 행복한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늘봄학교’라는 이름으로 정작 아이들을 학교라는 공간에 더 가두게 되는 것은 아닐까?

먼저 가정에서 돌봄 교육이 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사실 우리의 아동들이 사춘기에 들어설 때까지 학교보다는 가정에서의 돌봄이 더 필요하다. 국가는 부모가 아동들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부모의 육아휴직이나 조기 퇴근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 장려하고, 부모가 공평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 아이의 돌봄을 위해 부모가 잠시 경제활동을 줄이거나 멈추는 것이 가계 부담이 되지 않고 사회활동에도 제약이 되지 않도록 정부부처가 함께 나서야 한다. 성장하는 아이들에 대한 행복한 돌봄은 가정이라는 공간이 무너지지 않아야 제대로 기초를 세울 수 있다.

그럼에도 가정에서의 돌봄이 어렵다면 차선책은 학교가 아니라 마을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아동이 올바른 성장을 위한 돌봄에 학교 교육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오히려, 학교 안보다는 마을과 지역사회와 손을 잡고 돌봄과 배움에 대한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사실 교육부에서도 학교 밖 돌봄의 다양한 모델이 운영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올해 1월 16일자 교육부 답변 자료에는 다음과 같다. “늘봄학교는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학생을 우선하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해당 업무 전체를 지자체(일반행정)로 이관하는 방안은 보다 큰 틀에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다”

진정한 돌봄은 마을공동체가 함께 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성장하는 우리의 아이들이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교만이 정답이 될 수 없다. 교육부의 늘봄학교가 지역 우수 기관과 연계하여 수준 높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돌봄’이 우선이 아니라 학교 수업의 연장이 될 수 있는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 돌봄,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교육부의 마을학교가 따로국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과감하게 학교 담장을 허물어, 이렇게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교육체계와 잘 연결할 수 있다면 마을 단위 돌봄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는 높아질 수 있다.

그래서 마을 단위에 대한 연결고리를 ‘늘봄학교 지원센터’가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늘봄학교 지원센터는 교사 중심으로 꾸릴 것이 아니라, 마을활동가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와 청소년지도(상담)사, 그리고 마을공동체활동가를 모아서 배치해야 한다. 이러한 인력배치가 가정에서 무너지고 있는 인성교육, 가정과 마을 단위에서 무너지고 있는 또래관계 등을 늘봄학교가 해결해 줄 수 있다. 그리고 마을공동체를 학교 교육체계와 연결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봄날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경쟁 중심의 교육체계에서 만들어질 수 없다. 늘 나를 지지해주고 사랑해 주는 가정, 그리고 나와 함께 웃고 즐기는 또래가 함께하는 이웃이 늘 항상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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