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나의 ‘해방’은 나의 ‘아저씨’를 만나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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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나의 ‘해방’은 나의 ‘아저씨’를 만나서 이루어진다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2.07.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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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 사무국장 서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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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을 꾸미며 장만했던 TV가 4살 아들의 영역 표시로 그 기능을 상실했다. 덕분에 바보상자에 갇히지 않고 살고 있지만, 세상 흐름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 가족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그 중에 요즘 잘 나가는 연예인을 구별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로 아마 드라마 시청이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에 지인들을 통해 적극 시청을 권유받았던 것이 ‘나의 아저씨’이다. 박해영 극본에 김원석 연출로, tvN에서 2018년 3월에서 5월까지 총 16화로 방영이 된 작품이다. 주어진 삶에 대해 변화와 모험을 거부하고 순리대로 안주하는 박동훈에게, 차가운 현실에 거칠고 무모한 이지안이 다가와 펼쳐지는 사랑의 진부(陳腐)한 이야기일까? 나에게는 삼형제의 끈끈한 정과 ‘정희네’라는 술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마을공동체의 활력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뇌리에 남았다.

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쓴 박해영 작가의 차기작이 JTBC에서 올 해 4월에서 5월까지 총 16화로 방영된 ‘나의 해방일지’이다. 수도권 변두리에서 출퇴근하는 평범함보다 조금 뒤쳐진 삼남매에게 불쑥 찾아온 능력자 구씨를 염미정이 추앙(推仰)하게 만드는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이 누구나 가지는 가치관의 다름을 우리는 인정해야 하고, 결국 내면의 문제로부터 해방은 스스로의 자각과 노력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두 편의 드라마를 보고 나서, 서로 연계되는 고리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찾아본 것이 두 편의 드라마에 모두 출연한 인물인 박수영 씨의 역할이다. ‘나의 아저씨’에서는 대기업에서 퇴직하여 후계 마을조기축구회 감독을,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염미정 회사의 전략기획실 부장이며 해방클럽 주요 구성원 역할을 맡았다. 작가가 추구하는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공동체적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보통 마을 단위 동호회는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마을에 선후배가 축구를 통해 정을 쌓고, 때로는 다툼을 중재할 수 있는 리더라면 감독이 될 수 있다.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그는 회사 내 부장이라는 리더의 역할을 맡았다. 사내 동호회에 가입 안 해 아웃사이더로 취급받는 삼인방에게, 셋이서 동호회를 결성하자고 제안한다. 드라마의 결말부에서는 이러한 활동에 대한 각자의 일기를 책으로 출판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한다. 삼인방이 회사의 방침에 타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제안하는 것은, 리더로써 공동체 내 소수를 감싸 안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해방활동’을 출판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그 성과물을 지역사회는 물론 더 다양한 지역공동체에 넓게 전파하는 것이다.

마을공동체적 관점에서 두 개의 드라마에 대한 시청 순서를 바꾸어 보길 제안한다. ‘나의 해방일지’는 반복되는 일상이 행복하지 않음을 깨닫는다고 하면, 나의 삶으로부터 해방이 필요함을 말한다. 그리고 그 해방은 내 자신에 대한 정확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한다. 조과장 “그래서 해방은 되었나요?”. 염미정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내 문제점을 짚었다는 것...” 해방클럽의 원칙은 먼저 조언하지 않는 것이고, 다음으로 위로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온전한 자기 가치관 정립은 스스로의 몫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내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였다면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 내 주위의 ‘아저씨’가 필요하다. 우리 주위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인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아저씨와 아줌마가 살고 있는 마을공동체 말이다. 각자가 가진 내면의 문제와 사람 간의 관계의 문제를 마을공동체를 통해서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박해영 작가는 나의 아저씨에서 기획의도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에게 감동하고 싶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근원에 깊게 뿌리 닿아 있는 사람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 마을공동체이다. 여기에는 참 좋은 인연으로 모여 살아야 한다. 그것이 귀한 인연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이 신기하고 귀한 것은,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문제를 해방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방이 행복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행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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