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안뉴스 칼럼]슬기로운 공직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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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신안뉴스 칼럼]슬기로운 공직생활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1.10.0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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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공무원 황이대
무안군 공무원 황이대
무안군 공무원 황이대

율제병원 산부인과에 양수가 터진 임신 19주 산모가 입원했다. 시험관으로 세 번째 시도 만에 얻은 태아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다. 처음 진료한 염 교수는 산모를 위해 아이를 포기하자고 한다. 산모의 요구로 다시 진료한 양 교수는 확률이 낮지만, 아이와 산모 모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가장 안전한 포기와 조금 위험한 희망, 같은 산모를 진료한 두 교수의 선택은 달랐다. 산모도 같고 날짜도 같은데, 교수가 바뀌며 같은 전공의의 차팅이 몇 시간 만에 완전히 바뀌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한 장면이다. 현실 세상에는 도무지 없을 것만 같은 의사와 간호사, 병원의 이야기. 시청자가 어쩐지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감동이 돋아나는 착한 힘을 가진 드라마이다

◆규정에 갇히는 공직자의 딱딱한 생각

공직자는 업무와 관련한 사항에 따라야 할 규정이 있다. 그 규정들은 공직자 당사자의 징계나 처벌에도 직접 영향을 끼친다. 업무에 문제가 생기면 사정이나 상황이 대부분 고려되지 않는다. 규정은 매번 틀에 갇혀 결정하고 틀을 벗어나지 말라며 공직자의 생각을 딱딱하게 가두어 버린다.

그런데 공직자가 평소와 다르게 말랑한 생각과 부드러운 말로 적극 행정을 실천하는 경우가 있다. 민선 지자체의 공직자가 도무지 만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 힘이 세고 목소리가 큰 민원인. 그들 앞에서는 결과가 같을지 모르나 과정은 분명 다르다.

공직자 대부분은 민원인의 센 힘과 큰 목소리에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며 조금은 위험한 희망을 선택하거나 고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부끄러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 경험을 평범한 민원인에게도 똑같이 실천하고 있다면, 덜 부끄러운 공직자이다.

◆인사에 대처하는 공직자의 관계와 소신

공직자에게는 매해 두 번 승진과 영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인사 규정이 공정하게 평가한 성적 좋은 공직자가 승진을 만끽하고, 업무 능력으로 영전을 누린다고 믿지만, 매번 뒷말을 낳는 공직사회의 인사는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일반사회보다 덜하겠지만, 공직사회도 업무에 더해 처신의 능력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이다. 승진이 마려운 공직자일수록 민원인이나 정치인, 그리고 윗사람과의 관계에서 처신은 꼼꼼해진다. 시대가 바뀐 탓일 것이다. 그래서 공직자는 소신이 흔들리지 않게 처신하고 업무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애쓰며 인사에 대처해야 한다. 승진이나 영전을 당당하게 누릴 떳떳한 자격은 공직자의 몫이다.

◆지역 사람으로 살아야 오롯이 지역 공직자

우리 지역 공무원의 수는 일반직이 800여 명이고, 공무직도 400여 명이다. 이들 모두가 가족과 함께 지역에 모여 살면 면 단위 인구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수이다. 그러나 가정의 여건, 자녀의 교육, 주택의 문제 등 각자의 여러 사정으로 지역에서 거주하지 않는 공직자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지방자치 시대의 공직자는 지역에서 거주할 수 없는 사정에 당당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그 사정이 비난받거나 불이익을 당해서도 안 된다. 공직자가 근무지역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지역에서 거주하며 지역 사람으로 살아야 오롯이 지역 공직자이다. 공직자는 근무지역에서 거주하기 위해 핑계 없이 노력해야 하고, 지역 사회는 그런 공직자를 더 보듬어 주어야 한다.

◆희망을 선택할 수 있는 슬기로운 공직자

“만약에 아기가 잘못되고 산모도 잘못돼서 교수님을 원망하면 어떡해요? 그거 안 무서우세요?”라고 묻는 전공의에게 양 교수가 답한다. “무서워.”, “나도 무서운데, 지금 그거까지 생각하면 한 걸음도 못 나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 그것만 생각해.”

산모와 태아 모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착한 양 교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착한 의사는 최선을 선택할 권한이 있고, 치료가 간절한 환자도 순수하다. 그러나 지역 공직자는 생각을 딱딱하게 만드는 규정과 소신을 흔드는 관계에 매여 있다. 편드는 것이 아니라, 착한 의사와 다르게 공직자의 사명감은 환경과 여건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말이다.

위험하더라도 지역을 위해서 희망을 선택할 수 있는 공직자,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만 같은 착한 공직자의 슬기로운 공직생활을 이야기하는 현실 세상은 지역사회도 순수한 주인공이어야 한다. 순수하지 못한 지역사회에 착한 공직자는 도무지 없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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