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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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2.08.10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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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공무원 황이대
무안군 공무원 황이대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높다. 지난 7월부터 ENA채널이 방송하는 드라마의 주인공 우영우. 그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다. 그런데도 변호사가 된 천재. 첫 편을 보고 정주행을 바로 결심했던 드라마의 인상 깊은 주인공이다.

그랬던 주인공이 회가 거듭될수록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변호사 우영우도 우리를 홀리는 엘리트주의의 단면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매회 보통 검사와 판사, 변호사를 놀라게 하는 그녀의 변론. 장애인이지만, 일반인보다 뛰어난 우영우는 천재 변호사라서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장애인 우영우가 천재가 아니었다면.

등지느러미가 휜 범고래는 학원에 갇힌 우리 아이들

변호사 우영우는 불편해졌지만, 매주 빠트리지 않고 드라마를 보고 있다. 대신 주연 여배우의 천재 장애인 연기는 조금 흐리게 본다. 그렇지만, 매회 다른 사건과 의뢰인, 그 재판을 또렷하게 마주한다. 그중 ‘피리 부는 사나이’의 이야기는 더 또렷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 방구뽕은 경찰에 체포됐다. 어머니의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산으로 데려가 놀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성년자 약취 유인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우영우는 그의 변호를 맡았다. 의뢰인이 무죄를 주장하지 않는 재판이다.

이 드라마는 매회 고래가 헤엄친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래가 재판정을 헤엄치며 신음한다. 수족관에 갇혀 등지느러미가 휜 범고래. 우영우는 학원에 갇힌 아이들이 범고래로 보였고, 그 아이들을 해방시키려 했던 방구뽕이다. 그는 선처를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의 등지느러미가 휘는 세상에서 그도 죄지은 어른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를 가둔 못난 사회, 아이들을 가둔 나쁜 교육

피리 부는 사나이 방구뽕의 재판에서는 선고가 없었다. 다른 사건과는 달랐다. 무죄를 주장하지 않았고, 감형을 바라지도 않으며, 신념을 꺾지 않은 그였다. 드라마는 그에 대한 단죄를 보여주지 않고 끝난다.

굳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방구뽕은 유죄이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5살로 낮추는 교육정책을 꺼내놓은 정부. 수업이 끝날 때까지 교실을 나갈 수 없는 학원을 보내는 부모. 친구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만 가르치는 학교와 학원이다. 엘리트주의에 홀린 이런 사회는 어린이 해방운동에 절대 무죄를 선고하지 못한다.

“어린이는 놀아야 한다. 어린이는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는 행복해야 한다.”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은 유죄이다. 미성년자 약취 유인범이 아닌 사상범이다. 사회가 학대하고, 부모마저 학대하는 어린이의 해방을 위해 사회에 생각을 던진 사상범이다.

아이들의 성공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교육이 참교육

방구뽕처럼 외치지는 못했더라도, 우리 아이들의 해방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딸을 일반 중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도시 부모를 흉내 내던 그저 그런 부모였지만, 딸과 함께 농촌의 교육공동체인 대안학교를 선택한 것이다.

딸은 학교에서 자유를 누리고, 공부도 즐긴다. 더불어 농사를 짓고, 숲을 거닐며, 책을 읽는다. 또한 친구들과 토론을 나누며 규칙을 정하고 지켜간다. 매달 일주일은 학교 밖으로 나가 아이들끼리 계획한 체험이나 답사 등의 열린 주간도 보낸다. 한 달에 한 번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학교와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딸이다.

대안학교를 선택한 딸의 6년 과정에 학원을 따로 다닐 계획은 없다. 딸이 이 사회 기준의 엘리트로 성공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장을 위해 참교육을 받고 있는 딸. 우리 가족은 딸의 행복을 걱정하지 않는다.

“나중에는 늦습니다. 대학에 간 후, 취업을 한 후, 결혼을 한 후에는 늦습니다. 불안이 가득한 삶 속에서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찾기에는 너무 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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