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만5000원을 훔친 혐의로 목숨을 잃는 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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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1만5000원을 훔친 혐의로 목숨을 잃는 고라니
  • 무안신안뉴스 기자
  • 승인 2023.12.12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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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공무원 황이대
무안군 공무원 황이대
무안군 공무원 황이대

지난 몇 주 동안 돈 1만5000원에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이 수치의 금액에 억울한 죽음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정도 언저리일 1만5000원은 고라니 한 마리가 일 년 동안 사람의 농작물을 훔쳐 먹는 양이다. 그 혐의로 목숨을 빼앗기는 고라니. 지난 몇 주 그들의 삶을 헤아려 보았다.

우리만 흔한 멸종위기종 고라니

우리나라에서 고라니는 지난해에만 15만 마리가 포획되었다. 찻길 사고로도 연간 6만 마리나 죽는다. 100만 마리라는 정확하지 않으나 많은 개체 수를 가늠해 볼 만한 수가 서식하고 있어, 우리에게 고라니는 흔한 야생동물이다. 그런데 국제적으로는 멸종위기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기린, 사자, 코알라, 표범처럼 취약종으로 지정한 세계적 보호종이기 때문이다.

고라니의 지위가 이중적이라 나라마다 대접이 다르다. 중국에서는 보호종이고, 한반도 안에서도 북한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984년 유해조수로 지정하고 총기 포획을 허용했다. 중국과 한반도에 주로 서식하는 토착종이지만, 중국은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는 애물단지로 취급해 총구를 겨눠 없애버린다.

고라니의 가난한 삶은 사람 탓

고라니의 가난은 극에 달해 있다. 100만 마리 정도까지 추정할 만큼 그 개체 수가 는 까닭에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먹이를 서식지에서 구하지 못해서이다. 그래서 그들은 산 아래로 내려와 논밭을 헤매고 수로에 갇히거나 사람의 주거지에서 길을 잃기까지 한다.

그들의 개체 수가 는 까닭은 간단하다. 고라니를 잡아먹을 호랑이나 표범, 늑대와 여우 같은 상위 포식자가 서식지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삵이나 담비, 검독수리와 수리부엉이의 사냥감이지만, 이들의 수도 매우 적다. 파괴된 먹이사슬이 고라니의 개체 수를 늘렸고, 그 먹이사슬은 사람이 파괴했으니, 고라니의 가난한 삶은 사람 탓이다.

는 개체 수에 먹이가 부족한 고라니는 죽음을 무릅쓰고 서식지를 벗어나 밖을 헤매야 하는 처지이다. 총구를 겨누는 사람의 주거지에 목숨을 걸고 접근하는 위험한 삶을 살아간다. 그 고라니 한 마리가 일 년간 훔친 농작물 값이 1만5000원이다. 2018년 통계이고 피해마다의 다른 사연으로 각자마다의 수치가 다르겠지만, 그 정도는 가늠될 것이다.

사람이 아닌 자연이 조절하는 생태

1만5000원어치 농작물을 훔친 고라니는 3만 원의 포상금으로 포획된다. 사람은 못마땅한 그들을 잡아 죽이는 가장 잔인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의 먹이가 되지 못하는 작물을 심거나, 싫어하는 냄새를 피우고, 침입을 막는 시설을 설치하는 등 다른 여러 방법도 동원되고 있지만, 모두 사람만 편드는 대책이고 근본적이지 못한 대책들이다.

죽이거나 쫓는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 고라니가 사람에게 오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행동반경이 최대 1.65㎢이고 평균 활동면적은 0.34㎢라는 고라니의 습성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행동반경을 고려해 먹이가 넉넉한 서식 환경을 만들어주고 동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시설을 설치하면, 서식지를 벗어나지 않을 테고. 상위 먹이사슬 종인 토종 여우 등을 복원하면, 자연에서 그들의 수가 조절될 것이다. 먼발치에서 그들을 관찰할 생각까지 보탠다면, 우리 고라니는 세계적으로 귀한 동물자원의 지위를 얻을 수도 있다.

야생동물과의 공존은 사람 몫

야생동물이라도 사람은 그들의 잘못에 생명까지 빼앗을 권리가 있을까? 지난 몇 주 동안 사람이 마구 잡아 죽이는 고라니를 생각했다. 까치나 비둘기가 는 개체 수로 사람의 대접이 달라진 세상에서 하물며 고라니는 그저 잡아 죽여도 괜찮은 짐승일 뿐이었다.

우리 사람은 고라니의 극한 가난보다는 그들이 입힌 사람의 피해만 헤아리려 한다. 언론도 대부분 고라니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며 도시 사람마저도 고라니를 나쁜 짐승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농작물이나 축내며, 쓸데없이 너무 많아진, 구조의 손길은 사치로 여기도록 사람의 잘못을 숨겨버리는 우리 사람들이다.

산에서 임산물을 마구 채취하면서도, 먹이가 부족해 내려오는 배고픈 야생동물을 용납하지 않는 우리 사람이 사람으로서 서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무분별한 포획을 멈추고 서로 공존할 방법을 찾아나가길 바란다. 부디, 사람 때문에 가난해진 고라니를 가엽게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이 늘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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